검색

소문난 장범준에 먹을 것 없다

장범준 <장범준 2집>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최대한 한 호흡에 녹음하려 노력했다는 그의 말대로, 보컬의 목소리나 악기 사운드 등이 마치 바로 옆에서 버스킹을 하듯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크기변환_1.jpg

 

방송 출연을 일체 고사하던 그가 최근 <유희열의 스케치북>, <무한도전> 등 프로그램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앨범 홍보 목적 때문에 방송에 출연한다”는 솔직한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그의 진솔함은 음악 안에서도 발현된다. 전달하고자 하는 소재와 메시지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가감 없이 들려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개운하지 않다. ‘장범준 신보 봄철’이 특수(特需)를 낳고 있다는 것만을 확인할 뿐이다. 「사랑에 빠졌죠」 하나로 알 수 있듯 신보는 자기복제에 머물러 있다.

 

따스한 햇볕에 봄이 돌아왔음을 알아차릴 즈음, 장범준의 목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짐에 누구든 봄날을 실감할 것이다. 버스커 버스커를 시작으로 이제는 봄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그의 두 번째, 두 장 시디 앨범이다. 예측 가능한 콘셉트와 사운드, 가사의 조합은 너무도 빤하여 대중적 고지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적 용의가 아닐까 생각이 들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이마저도 그의 진실한 음악적 거취로 비추어진다.

 

웹툰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앨범 발매 이전에 만화가 박수봉과의 협업을 통하여 앨범 수록곡에 맞는 이야기를 웹툰으로 연재했고 실제 앨범에도 만화를 수록했다. 단순히 홍보 목적으로 만든 브랜드 웹툰이 아닌, 만화가 음악이 되고 음악이 만화가 되는 상호작용을 통해 가사의 몰입을 강화하고 대중들의 공감대를 자극한다. 20대의 끝자락에서, 20대만이 겪고 느낄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는 그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첫 번째 시디인 ‘언플러그드’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중심으로 서정적인 정서를 다루고 있다. 대중이 가장 기대함과 동시에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장르를 무난히 소화해낸다. 이를 증명하듯 기라성 같은 드라마 OST를 물리치고 음원차트 정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보컬은 여전히 미진하다. 낮은 음역 대와 ‘동네 아는 형’일 법한 친근한 비음의 조합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노래의 전반적인 기조의 불안정함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밝은 분위기의 「빗속으로」에서 반복되는 후렴은 중독성이 강하여 귀에서 입으로 맴돌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우울한 정서의 「봄비」는 같은 소재인 비에 대한 상반된 감성을 숨 가쁘게 자극하여 구성적 감동을 저해한다.

 

다음은 ‘장범준 트리오’로 명명된 두 번째 시디이다. 전반적으로 빠른 템포와 리듬이 가미된 밴드 사운드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작인 <장범준 1집>의 「주홍빛 거리」, 「신풍 역 2번 출구 블루스」 등에서 들려준 복고스러운 펑키 스타일을 「울랄라」, 「담배」 등을 통해 재연(再演)한다. 소재만 달라졌을 뿐, 특별한 사운드적 변화나 발전은 보이지 않는다.

 

최대한 한 호흡에 녹음하려 노력했다는 그의 말대로, 보컬의 목소리나 악기 사운드 등이 마치 바로 옆에서 버스킹을 하듯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세련되기보단 투박하고 담백한 맛이 장범준의 특장점이다. 또한 만화와 음악의 상호 연상은 앨범의 만족도를 높인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이 말을 해야겠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

 

 2016/04 현민형(musikpeople@naver.com)

 

[관련 기사]

- 이기 팝(Iggy Pop), 연륜으로 중무장한 노장

- 더 낙스(The Knocks), 진짜 일렉트로닉 댄스를 들려주마
- 범프 오프 치킨(Bump Of Chicken), 전작을 넘어섰냐면 글쎄
- 레드벨벳, 벨벳이 아니라면 의미 없는 타이틀

- 흑인음악을 하는 백인 래퍼의 껄끄러운 주제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나를 살리는 딥마인드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 저자의 신작.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절망과 공허함에 빠진 이들에게 스스로를 치유하는 말인 '딥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정한 행복과 삶의 해답을 찾기 위해,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는 자신만의 딥마인드 스위치를 켜는 방법을 진솔하게 담았다.

화가들이 전하고 싶었던 사랑 이야기

이창용 도슨트와 함께 엿보는 명화 속 사랑의 이야기. 이중섭, 클림트, 에곤 실레, 뭉크, 프리다 칼로 등 강렬한 사랑의 기억을 남긴 화가 7인의 작품을 통해 이들이 남긴 감정을 살펴본다. 화가의 생애와 숨겨진 뒷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현대적 해석은 작품 감상에 깊이를 더한다.

필사 열풍은 계속된다

2024년은 필사하는 해였다. 전작 『더 나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에 이어 글쓰기 대가가 남긴 주옥같은 글을 실었다. 이번 편은 특히 표현력, 어휘력에 집중했다. 부록으로 문장에 품격을 더할 어휘 330을 실었으며, 사철제본으로 필사의 편리함을 더했다.

슈뻘맨과 함께 국어 완전 정복!

유쾌 발랄 슈뻘맨과 함께 국어 능력 레벨 업! 좌충우돌 웃음 가득한 일상 에피소드 속에 숨어 있는 어휘, 맞춤법, 사자성어, 속담 등을 찾으며 국어 지식을 배우는 학습 만화입니다. 숨은 국어 상식을 찾아 보는 정보 페이지와 국어 능력 시험을 통해 초등 국어를 재미있게 정복해보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