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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벨벳이 아니라면 의미 없는 타이틀
레드벨벳 <The Velvet>
명쾌한 타이틀과 달리, 기존 ‘벨벳’의 세련된 알앤비와 상투적 작법의 노래들이 혼재하는 음반은 진부하고 미지근하다.
레드벨벳은 데뷔 이래 ‘레드’와 ‘벨벳’ 두 개의 콘셉트를 활동 축으로 삼아왔다. 데뷔 싱글 「행복」부터 「Ice cream cake」, 「Dumb dumb」에 이르는 ‘레드’는 화려한 색감, 밝고 활기찬 기조로 팀의 인기를 견인했고, 「Be natural」, 「Automatic」으로 이어진 ‘벨벳’은 감각적 미디엄 템포와 서정적 선율로 개성을 확립했다. 비록 상업적 성공은 ‘레드’에 쏠려 있었지만, ‘벨벳’은 팀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하는 중요한 열쇠였다.
성공적이었던 <The Red> 이후 6개월 만에 돌아온 이들은 본격적으로 ‘벨벳’ 이미지 강화에 나섰다. 부담을 덜기 위해 볼륨을 줄이면서도 전작에 이어 <The Velvet>으로 명명한 앨범 제목에서는 당찬 의지가 드러난다. 명쾌한 타이틀과 달리, 기존 ‘벨벳’의 세련된 알앤비와 상투적 작법의 노래들이 혼재하는 음반은 진부하고 미지근하다. 특히 알록달록한 팝으로 확실한 개성을 만들었던 <The Red>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초라하기까지 하다.
타이틀곡 「7월 7일(One Of These Nights)」에는 「Automatic」의 촉과 날이 없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에는 다소 밋밋하다. SM 식 미디엄 템포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 「Light me up」, 걸그룹 발라드의 전형을 보여주는 「처음인가요(First Time)」에서 그간 착실히 쌓아온 레드벨벳만의 컬러는 느껴지지 않는다. 애매한 신곡들 가운데 이수만 프로듀서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장미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Rose Scent Breeze)」가 돋보인다. 복고적 감성과 현대적 편곡이 근사한 조화를 이뤘고, 슬기와 웬디, 조이의 보컬 하모니도 여느 곡보다 탄탄하다.
명확한 콘셉트와 캐릭터의 실종이라는 결함을 차치해도, 음반의 음악적 만듦새는 빈약하다. 「7월 7일(One Of These Nights)」은 귀에 잘 들어오는 후렴을 가졌음에도 뻔한 진행과 구성, 블렌딩이 되지 않는 서로 다른 보컬 톤이 몰입을 방해한다. 「Light me up」, 「처음인가요(First Time)」와 같은 수록곡에는 전작의 「Cool world」, 「Day 1」, 「Oh boy」 등에 비견할만한 신선하고 좋은 선율이 부족하다. 기존의 기조를 이어가면서 미니멀한 사운드, 유려한 멜로디에 멤버들의 준수한 가창을 매끄럽게 선보이는 「Cool hot sweet love」 정도가 인상적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던가. 「Ice cream cake」와 「Dumb dumb」으로 거둔 영광이 가시기 전에 서둘러 컴백은 했으나 결과물이 앙상하다. 분명한 지향점의 음악과 생생한 콘셉트로 대표되던 이들만의 강점이 사라졌다. 누가 불러도 위화감이 없을 무난한 노래들로 채워진 앨범 앞에 <The Velvet>이라는 타이틀이 설득력을 잃는다. 팀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선명한 색깔을 만들 수 있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2016/03 정민재(minjaej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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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태그: The Velvet, 레드벨벳, 음반, 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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