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주로 댄스 팝과 힙합에 편중되었던 최근 보이그룹 흐름에 6인조 밴드 편성 신예의 등장은 이색적이다. 3년에 가까운 연습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연주력을 갖췄고, 작사와 작곡, 편곡까지 참여하며 구색 맞추기식 밴드가 아님을 증명했다. 과거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가 전형적 가요 작법으로 접근했다면, 이들은 가요와 팝의 절충 지점에서 소녀 팬들을 공략한다.
데뷔 음반 < The Day >는 정통 록보다 트렌드를 차용한 팝 록에 가깝다. 선명한 멜로디 라인과 유려한 진행의 타이틀 「Congratulations」는 힘 있는 사운드에 어울리는 시원한 가창으로 계절에 어울리는 감성을 뽐냈다. 신시사이저가 리드하는 경쾌한 팝 록 사운드가 댄서블한 그루브를 만드는 「태양처럼」은 팝과 인디를 절묘하게 포괄한 포스터 더 피플(Foster The People)을 떠오르게 한다. 캐치한 훅으로 청자를 끌어당기는 「이상하게 계속 이래」, 「버릇이 됐어」는 팝 밴드의 전형이다.
멤버 대부분이 고유의 음색으로 능숙한 가창을 구사하는 점은 팀의 강점이다. 보컬 그룹처럼 한 곡을 여럿이 나누어 부르고 하모니를 쌓으며 표현을 다양화 하는 것이다. 아직 일부 정돈되지 않은 산만함이 느껴지나, 성장 가능성 또한 곳곳에서 감지된다. 여러 톤의 보컬이 교차되어 뻗어나가며 드라마틱한 순간을 선사하는 「Colors」는 이들의 장점이 극대화된 음반의 백미다.
JYP의 산하 레이블(스튜디오 J) 소속이지만 대형 기획사의 신예답지 않게 방송 출연을 지양하고 길거리 라이브 공연을 통해 대중을 만나고 있다. 미디어의 이면에서 그간 갈고 닦은 음악으로 승부하겠다는 신인 밴드의 패기가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돌출되는 팀만의 개성은 아직 부족하나 당찬 음악이 가진 힘은 주목할 만하다. 탄탄한 기본기에 번듯한 외모까지 갖췄으니 슈퍼 밴드로의 성장 동력은 충분하다.
2015/09 정민재(minjaej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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