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여기 꿈의 안쓰러운 이면을 보유한 영화 속 예가 있다. 60대 여성 리키 란다조(메릴 스트립 분)는 로큰롤 뮤지션의 꿈을 이루겠다고 가족을 떠나 생활하는 중이다. 낮에는 마트에서 일하고 밤에는 클럽에서 공연하는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록 음악과 자신의 밴드 플래시(The Flash)뿐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전 남편 피트(케빈 클라인 분)로부터 전화가 온다. 그에게 딸 줄리(메이미 거머 분)가 이혼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들은 리키는 고향으로 향한다. 딸이 걱정돼 한달음에 달려왔지만 약 20년 만에 이뤄진 가족 상봉이 훈훈할 리 만무하다. 심적으로 많이 쇠약해진 줄리와 두 아들은 갑자기 나타난 엄마가 못마땅하다. 이제 리키에게는 록 뮤지션으로서의 포부 외에도 가족과의 결속이라는 숙제가 하나 더 늘어났다.
최근 < 주노 >, < 영 어덜트 > 등으로 주가 상승 중인 여성 작가 디아블로 코디가 극본을 쓰고 < 양들의 침묵 >, < 필라델피아 > 같은 묵직한 영화로 이름을 널리 알린 조너선 데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 어바웃 리키(Ricki And The Flash) >는 제작 초기부터 이런저런 사실들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첫째, 디아블로 코디의 시어머니가 록 밴드로 활동한 경험을 대강의 설정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다음은 메릴 스트립과 케빈 클라인의 재결합이다. 1982년 < 소피의 선택 >, 2006년 < 프레리 홈 컴패니언 > 이후 세 번째로 맞추는 호흡이 어떤 화학작용을 낼지 대중의 기대를 모았다. 마지막으로 실제 모녀의 연기다. 줄리 역을 맡은 메이미 거머는 조각가 돈 거머와 결혼해 낳은 딸이다. 외모나 끼나 역시 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뭐니 뭐니 해도 세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사항은 메릴 스트립의 로커 변신일 것이다. 그녀의 변신에 대해서는 영화와 사운드트랙이 명쾌하게 답변해 준다. 원래 제목이기도 한 영화 속 밴드 리키 앤드 더 플래시는 1970년대에 출시된 록을 주로 커버한다. 톰 페티 앤드 더 하트브레이커스(Tom Petty And The Heartbreakers)가 1976년에 발표한 「American girl」을 비롯해, 1970년 캔드 히트(Canned Heat)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유명한 블루스 록 「Let's work together」, 도비 그레이(Dobie Gray)의 1973년 히트곡 「Drift away」 등 40년 전에 나온 노래들이 물결친다. 이들을 소화하는 메릴 스트립의 보컬은 어디에서나 당당하다. 또한 록을 즐겨 불러 온 것처럼 능숙하고 안정적이다.
음악을 주요 소재로 하는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음악을 통해 신구의 조화를 도모하는 내용이 묘사되곤 한다. 리키의 밴드가 넓은 팬층을 확보하려면 요즘 히트곡들도 불러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다. 그래서 이들은 핑크(Pink)의 「Get the party started」와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Bad romance」를 레퍼토리로 갖춘다. 두 노래 모두 업비트라 흥겹고, 메릴 스트립이 분위기에 맞춰 가뿐한 보컬을 행해 시원시원하다. U2의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는 어느덧 연식이 30년을 향해 가는 나름대로 오래된 노래지만 지금도 많은 청춘이 애청 및 애창하는 록의 찬가인지라 이것도 조금 더 젊어지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사운드트랙은 모든 노래가 실황이라는 점에서 더욱 재미있다. 스튜디오에서 매만지지 않아서 생기가 전해지며, 덕분에 라이브 공연이 열리는 작은 바에 와 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그럼에도 어디 하나 허술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없다. 메릴 스트립은 몸 여기저기의 문신, 치렁거리는 장신구 등 외모뿐만 아니라 행동도 로커로 완벽하게 빙의했으며 뛰어난 노래 실력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게다가 굵직한 이력의 베테랑 뮤지션들의 합세가 로큰롤의 열기를 더한다. < 어바웃 리키 >가 개인의 이상과 가족애를 되짚는다면 사운드트랙은 부모와 자녀의 감성을 활기차게 포섭한다. 눈과 귀가 모두 즐겁다.
2015/09 한동윤(bionic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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