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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헤드에이크, 곡들이 쉽게 귀에 들어오는 펑크 록 밴드

로얄 헤드에이크(Royal Headache) < Hig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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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개러지 펑크로 구성된 외피 아래에는 캐치하기 그지없는 팝 멜로디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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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리는 데에다가 멋들어지기까지 하다. 이 음반으로 호주의 4인조 밴드 로얄 헤드에이크는 두 번째 장을 성공적으로 장식한다. 정규 데뷔작이기도 했던 전작 < Royal Headache >에서의 방법론을 이어가며 정체성을 확고히 한 데다 창작에서의 질적 향상까지 그 결과로 남겨 적잖은 의의를 챙겼다. 로 파이의 개러지 펑크, 이번 음반의 지향점 또한 여기에 닿아있다. 큰 정제 공정을 거치지 않은 듯한 사운드의 질감은 여전하며, 단순하고 힘 있게 치고 들어가는 펑크 리프도 그대로 남아 강하게 울린다. 그 때문에 어떤 지점에 이르러서는 1960년대 중후반 시기의 개리지 록 분위기가 조금씩 새어 나오기도 한다. 거친 소리로 작품의 포문을 여는 「My own fantasy」나 해당 장르의 클래식을 따라가는 파워풀한 펑크 넘버 「Garbage」, 복고식 소울 오르간이 근사하게 올라간 「Need you」가 이 맥락상에서의 좋은 예에 해당한다.

 

무엇보다도 이 음반의 가장 큰 강점은 곡들이 쉽게 귀에 들어온다는 데에 있다. 레트로 개러지 펑크로 구성된 외피 아래에는 캐치하기 그지없는 팝 멜로디들이 존재한다. 까끌까끌한 로큰롤 사운드가 트랙들의 첫머리에서 흥미를 빠르게 부여한다면 선율들은 감상 단계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특히 전면에 내세워진 보컬 파트로 얘기를 넓혀보면 이러한 특장은 더 두드러진다. 여타 펑크 로커들처럼 밴드의 싱어 쇼군 역시 사방팔방으로 튀는 보컬 퍼포먼스를 구사하나 어느 상황에서건 선율과의 결속은 결코 헐겁게 하지 않는다.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기타 멜로디 라인과의 조합 또한 훌륭하다. 탁한 음색의 목소리와 퍼즈 톤의 기타 리프를 입힌 흡입력 높은 멜로디들을 번갈아가며 열 개의 트랙에 끼워 넣는 역량에 주목을 기할 필요가 있다. 벌스와 훅 어느 순간을 가리지 않고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며 트랙 리스트 처음에서부터 마지막에 이르기는 짧지 않은 여정에서도 힘이 떨어지지 않는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밴드의 성장에도 역시 주목을 기해볼 필요가 있다. 로 파이 사운드로 만든 콘셉트는 예와 동일하나 약간의 정돈 과정을 더함으로써 톤에 안정을 기했고 송라이팅 단계에서는 더욱 물이 오른 모습을 보였다. 실로 좋은 결과물을 내놓았다고 할 수 있다. 상술한 「My own fantasy」, 「Need you」와 같이 이들의 위치를 잘 알려주는 지표들뿐 아니라 간편한 리프, 코러스 구성에 속도감까지 더한 「Another world」, 트랙리스트 말미에 이르러서도 팀 특유의 활력을 아낌없이 표출해내는 「Little star」와 「Electric shock」, 루즈한 디자이닝을 통해 수준 이상의 멜로디 메이킹 능력을 효과적으로 드러낸 「Wouldn't you know」 또한 짚고 넘어갈 만하다. 좋은 곡들이 가득함과 동시에 밴드의 재기가 전보다 더욱 빛을 발하기에 우수함이 작품 안팎을 가리지 않고 붙는다. 전작으로 시작한 좋은 페이스에 추진력까지 더했다. 건강한 행보 위에서 훌륭한 음반이 탄생했다.

 

2015/08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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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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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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