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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돌아온 지펑크의 선구자, 닥터 드레
닥터 드레(Dr. Dre) < Compton >
< Compton >은 빠르고, 강렬하고, 타이트한 트랙들로 닥터 드레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느낄 수 없었던 매력을 보여준다.
닥터 드레. < 2001 > 이후, 16년 만이다. 수많은 힙합 마니아들이 고대해온 < Detox >는 그대로 '디톡스'되었고, 그 허기짐을 책임져야 할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 Compton >으로 돌아왔다. 지펑크(G-Funk)의 선구자이자 스눕 독, 50센트, 에미넴 등 여러 랩 스타들을 탄생시킨 미다스의 손, 그리고 최근에 생긴 헤드폰 장인까지. 닥터 드레에 다양한 해시태그가 붙지만 새 앨범에 대한 설렘과 기대에 가장 결정적으로 작용한 이유는 분명 두 걸작, < The Chronic >과 < 2001 >에 이은 '닥터 드레의 정규 앨범'이기 때문이다.
N.W.A 시절의 두 장과 솔로로 전향한 후 나온 두 장과는 다른 노선에 놓여있다. 90년대를 정복했던 지펑크 특유의 그루브를 느끼기 위해 < Compton >을 찾아왔다면 헛걸음이 될 수 있다. 대신 < Compton >은 빠르고, 강렬하고, 타이트한 트랙들로 닥터 드레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느낄 수 없었던 매력을 보여준다.
N.W.A의 전기영화 < Straight Outta Compton >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만큼 앨범은 극의 형태를 띤다. 극의 막을 올리는 「Intro」부터 아웃트로 「Talk to my diary」까지, 한때 흑인들의 아메리칸드림을 대표했지만 범죄의 소굴로 전락해버린 컴튼의 역사와 서사에 본인의 음악 인생을 투영시킨다. 연이은 트랙들의 강한 유기성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듣는' 듯한 효과를 준다.
주제만큼이나 힘이 실린 건 프로듀싱이다. 이미 정평이 난 드레의 프로듀싱은 무거운 주제들을 힘 있게 진행시키며 총 18명이나 되는 객원들로 인해 다소 산만하게 분산될 수 있었던 분위기를 집중시킨다. 앨범의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오게 하는 것도 프로듀싱의 힘이다.
이러한 높은 완성도를 갖춘 < Compton >이 < The Chronic >, < 2001 >과 함께 클래식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여기엔 킬링 트랙의 부재란 아쉬움이 있다. 이전의 경우엔 「Nuthin' but a 'G Thang」이나 「Still D.R.E.」, 「The Next Episode」 등의 트랙들이 앨범의 흡입력을 배가시켰지만, < Compton >엔 이런 촉매 역할을 하는 트랙이 없다.
또 다른 문제점은 앨범 아티스트로써 닥터 드레의 색이 옅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분명 모든 트랙의 프로듀싱에 참여하며 힘을 주었지만, 부각되는 건 존 코너, 에미넴, 켄드릭 라마 등 다른 래퍼의 래핑이다. 선구적인 사운드를 보여주며 이를 해결한 이전의 경우에 비해, < Compton >의 사운드는 비교적 예사로워 그를 앨범의 중심에서 밀려나게 한다.
매 앨범마다 혁신적인 사운드와 뛰어난 안목을 보여주었던 그는 < Compton >으로 디스코그래피의 마침표를 찍었다. 16년이란 긴 시간 동안 마니아들이 고대해온 < Detox >는 한낱 설레발에 불과했고, 대신 나온 < Compton >은 그 기대치를 만족시키기엔 너무나 평범하다. 이것이 마지막 앨범이라니, 더욱 아쉽다.
2015/08 이택용(naiveplant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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