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을(乙)의 고충을 노래하던 배치기는 「눈물샤워」 한 방으로 갑(甲)의 지위에 올랐다. 이제 이들은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됐던 과거와 다른 위치에서 공감 지점을 찾아 나가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앨범 곳곳에서 '우리 여전해!'를 외치는 이유다. 다만 명성을 얻은 후 헛된 과시나 허세로 빛을 갉아먹는 여타 MC들에 비하면 배치기의 태도는 훨씬 건강하다. 단출한 베이스라인에 펑키한 기타 리프를 더한 비트 위에 속사포 같은 탁의 랩, 멜로디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무웅의 스킬은 우리가 익히 아는 배치기의 매력 그대로다. 공격적인 태도 대신 「마파람」에서처럼 묵묵한 노력을 강조하는 가사도 긍정적인 '역시'를 내뱉게 한다.
신파조 「눈물샤워」에서 틀은 유지하고 내용만 바꾼 「닥쳐줘요」의 가사도 이 메시지의 일환이다. 다만 굳이 이 곡을 타이틀로 내세울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앨범은 양질의 곡으로 채워져 있다. 슬랩 베이스 리듬과 웨스턴풍 브라스 세션으로 긴장감을 더하는 비트위에 듣기도 숨 가쁜 랩의 향연을 펼치는 「선4」나 20대의 추억을 반추하는 「라디오」, 스윗소로우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는 알앤비 힙합 트랙 「잔정치레」 모두가 괜찮은 감상을 제공한다. 메이저 작곡가들의 매끈한 비트가 오히려 스토리텔링에 매력을 더한다.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던 계층 이동 그 이후를 슬기롭게 잘 풀어나가는 모습이다. 메이저 시장의 이점을 활용하면서도 을의 처지를 대변하는 태도는 잃지 않았다. 갑자기 부상한 갑의 권력과 여전한 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힙합 씬에서 배치기의 행보는 모범사례로 꼽을만하다.
2015/08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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