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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의 문법으로 뼈대를 세우다, 베스트 코스트
베스트 코스트(Best Coast) < California Nights >
많은 찬사가 따를 만하다. 멋진 그런지 넘버들로 베스트 코스트는 디스코그래피에 모먼트를 새겼다.
개러지와 펑크, 그런지를 내걸며 선사했던 로 파이의 톤은 다소 줄어들고 깔끔한 질감과 폭을 넓힌 공간감이 소리 매개로 등장한다. < California Nights >는 데뷔 음반 < Crazy For You >와 전작 < The Only Place >보다도 더 쉽게 소구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신디사이저는 빈 공간을 채워 겉면을 매끄럽게 만들며 선명함을 끌어올린 터치는 찰랑거리는 기타 사운드를 더욱 빛나게 한다. 그러나 음반을 찬찬히 살펴볼까. 기저에 자리한 본래의 방법론에는 사실 이렇다 할 변동이 없다. 여전히 펑크의 문법으로 뼈대를 세우는데다 그런지 리프를 내지르는 정공법을 계속해 전술로 택하고 있다. 음반은 중심을 잘 잡은 밴드가 어떻게 좋은 변화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이 듀오는 세 번째 음반에서도 건강한 발걸음을 이어간다. 두 장의 정규 앨범들을 거치며 다져온 기존의 작법에 연질의 팝 사운드를 잘 올려놓았다. 가뿐하게 음반을 열어젖히며 전작으로부터의 거칠었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Feeling ok」나 선명한 사운드를 제공하는 「In my eyes」, 뉴웨이브의 방식이 들어선 「When will I change」 등이 그렇다. 한 걸음 더 나아가보자. 새로운 컬러를 이식하는 과정에 탄탄한 기반을 제공한 송라이팅을 강하게 주지해야할 필요가 있다. 밴드의 멜로디는 단 한 순간조차도 지루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벌스와 코러스, 음반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캐치한 선율들은 이목을 집중시키고 또 집중시킨다. 앞선 작품들에서도 추진력을 제공했던 작곡 감각은 이번 음반의 정제된 사운드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많은 키워드가 음반을 설명한다. 미 서부 특유의 밝은 색채와 1990년대 풍의 단순한 그런지, 간편한 기타 팝 멜로디, 은근하게 패배감이 깔린 텍스트, 사운드 차원에서 이끌어 낸 변화까지 여러 요소들이 작품 안에 균형감 있게 배치돼있다. 구사하는 장르의 특성상 대개의 곡 구조는 정형화된 편이라고 할 수 있으나 위의 특징들이 뒤섞여 순간을 놓치기 힘든 트랙 리스트가 탄생한다. 「Feeling ok」 등 앞서 언급한 세 곡들 뿐만 아니라 활기를 가득 담은 「Fine without you」와 「Heaven sent」, 스무 해 전 미국 얼터너티브 록의 공기를 재현해내는 「California nights」, 「Sleep won't ever come」과 같은 트랙들도 또한 훌륭하다. 많은 찬사가 따를 만하다. 멋진 그런지 넘버들로 베스트 코스트는 디스코그래피에 모먼트를 새겼다.
2015/05 이수호 (howard19@naver.com)
[관련 기사]
-삶을 녹여낸 서정, 김일두〈달과 별의 영혼〉
- 색의 부재, 김예림 〈SIMPLE MIND〉
- 과감한 변화, 멈포드 앤 선즈 〈Wilder Mind〉
- 핫한 신인, 제임스 베이 〈Chaos And The Calm〉
- 비관적 사운드 청취의 흥미로움, 샤이닝 〈IX〉
관련태그: best coast, california n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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