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훌륭한 퀼리티의 펑크 록 앨범, 화이트 리퍼

화이트 리퍼(White Reaper) < White Reaper Does It Again >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네 청년의 정제되지 않은 얼얼한 에너지와 감성적인 멜로디로 하여금 질주 본능을 불러일으킨다.

3.jpg

 

1분에서 2분 사이의 짧은 러닝 타임의 규칙, 단순한 연주 스타일에 귀가 터져나갈 듯 게인을 높이는 음악 폭격은 고대 개러지와 펑크 록에 대한 오마주다. 네 청년의 정제되지 않은 얼얼한 에너지와 감성적인 멜로디로 하여금 질주 본능을 불러일으킨다.

 

화이트 리퍼의 음악은 근래 유행을 선도했던 뉴웨이브 스타일의 신스 록 경향에서 벗어나 있다. 1980년대 뉴웨이브의 시대에 반기를 들었던 하드코어, 얼터너티브 팀처럼 역사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픽시스(Pixies)의 기타 리프를 살짝 가져온 「Sheila」나 허스커 두와 데드 케네디스의 난폭함을 느낄 수 있는 「Make me wanna die」, 「B.T.K」가 그 좋은 예다. 이 팀의 신디사이저는 「Friday the 13th」, 「Pills」처럼 달려나가는 트랙에 멜로디의 감칠맛을 더하는 용도에 충실하다.

 

어찌 보면 짙은 레퍼런스지만 곳곳의 개성을 통해 진부함을 이겨내는 모습이다. 형태는 거칠지만 「Candy」와 「Last 4th of july」의 달콤한 선율은 팝 펑크 밴드라 해도 손색이 없고, 이를 지탱하는 성난 각 파트도 뿌연 노이즈 속에 자신의 위치를 잘 잡고 있다. 동일한 기타 리프로의 진행이라도 「Sheila」처럼 점진적인 진행에 파괴적인 훅을 숨겨놓을 줄도 안다. 쉬운 구성과 멜로디를 통해 흡인력도 강하다.

 

유행이 돌고 돈다면 2010년대의 인디 씬은 뉴웨이브 신스팝의 1980년대쯤이라 할 수 있다. 세련된 전자음과 프로그레시브의 포스트 록이 결합한 형태가 점차 단순해지면서 비주류였던 순수 록 밴드들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주목받지 못하는 틈에 하드코어 펑크 록이나 얼터너티브 록의 기류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는 지점까지도 1980년대를 똑 닮았다. < White Reaper Does It Again >은 그 자체로 훌륭한 퀼리티의 펑크 록 앨범이지만, 훗날의 '그런지 록 리바이벌'을 은밀히 스케치한다는 점에서 일말의 기대감을 느끼게 한다.

 

2015/07 김도헌(zener1218@gmail.com)

 

 

[관련 기사]

- 비교적 덜 알려진 마이다스의 손, 피제이

- 여름을 잊게 하는 앨범, 나인 뮤지스 < 9MUSES S/S EDITION > 
- 선율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테임 임팔라 < Currents > 
- 이루펀트의 첫 앨범 < Eluphant Bakery >

- 입체적인 음악을 표현한, 혁오 < 22 >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김기태라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장르

2024년 가장 주목받는 신예 김기태 소설가의 첫 소설집.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등 작품성을 입증받은 그가 비관과 희망의 느슨한 사이에서 2020년대 세태의 윤리와 사랑, 개인과 사회를 세심하게 풀어냈다. 오늘날의 한국소설을 말할 때, 항상 거론될 이름과 작품들을 만나보시길.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율의 시선』은 주인공 안율의 시선을 따라간다. 인간 관계는 수단이자 전략이라며 늘 땅만 보고 걷던 율이 '진짜 친구'의 눈을 바라보기까지. 율의 성장은 외로웠던 자신을, 그리고 타인을 진심으로 안아주는 데서 시작한다.

돈 없는 대한민국의 초상

GDP 10위권, 1인당 GDP는 3만 달러가 넘는 대한민국에 돈이 없다고? 사실이다. 돈이 없어 안정된 주거를 누리지 못하고,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누구 탓일까? 우리가 만들어온 구조다. 수도권 집중, 낮은 노동 생산성, 능력주의를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잘 되는 장사의 모든 것

선진국에 비해 유독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왜 대한민국 식당의 절반은 3년 안에 폐업할까? 잘 되는 가게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장사 콘텐츠 조회수 1위 유튜버 장사 권프로가 알려주는 잘 되는 장사의 모든 것. 장사의 기본부터 실천법까지 저자만의 장사 노하우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