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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퀼리티의 펑크 록 앨범, 화이트 리퍼
화이트 리퍼(White Reaper) < White Reaper Does It Again >
네 청년의 정제되지 않은 얼얼한 에너지와 감성적인 멜로디로 하여금 질주 본능을 불러일으킨다.
1분에서 2분 사이의 짧은 러닝 타임의 규칙, 단순한 연주 스타일에 귀가 터져나갈 듯 게인을 높이는 음악 폭격은 고대 개러지와 펑크 록에 대한 오마주다. 네 청년의 정제되지 않은 얼얼한 에너지와 감성적인 멜로디로 하여금 질주 본능을 불러일으킨다.
화이트 리퍼의 음악은 근래 유행을 선도했던 뉴웨이브 스타일의 신스 록 경향에서 벗어나 있다. 1980년대 뉴웨이브의 시대에 반기를 들었던 하드코어, 얼터너티브 팀처럼 역사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픽시스(Pixies)의 기타 리프를 살짝 가져온 「Sheila」나 허스커 두와 데드 케네디스의 난폭함을 느낄 수 있는 「Make me wanna die」, 「B.T.K」가 그 좋은 예다. 이 팀의 신디사이저는 「Friday the 13th」, 「Pills」처럼 달려나가는 트랙에 멜로디의 감칠맛을 더하는 용도에 충실하다.
어찌 보면 짙은 레퍼런스지만 곳곳의 개성을 통해 진부함을 이겨내는 모습이다. 형태는 거칠지만 「Candy」와 「Last 4th of july」의 달콤한 선율은 팝 펑크 밴드라 해도 손색이 없고, 이를 지탱하는 성난 각 파트도 뿌연 노이즈 속에 자신의 위치를 잘 잡고 있다. 동일한 기타 리프로의 진행이라도 「Sheila」처럼 점진적인 진행에 파괴적인 훅을 숨겨놓을 줄도 안다. 쉬운 구성과 멜로디를 통해 흡인력도 강하다.
유행이 돌고 돈다면 2010년대의 인디 씬은 뉴웨이브 신스팝의 1980년대쯤이라 할 수 있다. 세련된 전자음과 프로그레시브의 포스트 록이 결합한 형태가 점차 단순해지면서 비주류였던 순수 록 밴드들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주목받지 못하는 틈에 하드코어 펑크 록이나 얼터너티브 록의 기류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는 지점까지도 1980년대를 똑 닮았다. < White Reaper Does It Again >은 그 자체로 훌륭한 퀼리티의 펑크 록 앨범이지만, 훗날의 '그런지 록 리바이벌'을 은밀히 스케치한다는 점에서 일말의 기대감을 느끼게 한다.
2015/07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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