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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밴드 이름과 다르게 몽롱한 음악의 가수, 판다 베어
판다 베어(Panda Bear) < Panda Bear Meets The Grim Reaper >
해외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는 판다 베어
판다 베어(Panda Bear) < Panda Bear Meets The Grim Reaper >
아름다운 난반사. 애니멀 콜렉티브의 멤버, 판다 베어라는 가면을 쓴 노아 레녹스의 만화경은 회전을 멈추지 않는다. 화려한 색감과 절제된 구성이 뒤얽혀 열세 단계의 멋진 환각 체험을 만들어낸다. 큰 모양새는 수많은 애호가, 평단, 예술가들의 찬사로 가득했던 2007년의 < Person Pitch >, 2011년의 < Tomboy >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각양으로 재료를 교차시킨 소리의 덩어리들에 신스팝과 일렉트로니카의 기법, 비치 보이스 식으로 보컬 코러스를 조직해 현 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이키델리아를 선사한다. 여기에 이번 앨범으로 접어들며 보다 강한 힘이 사운드에 붙었다. 비트를 세게 찔러 넣는 「Butcher baker candlestick maker」나, 「Crosswords」, 크라우트 풍의 두터운 텍스처를 품은 「Boy latin」 등 여러 트랙이 이 맥락에 해당되는 예시들이다. 호흡을 가다듬는 짧은 앰비언트 곡 「Davy Jones' Locker」, 「Shadow of the colossus」도 마찬가지다.
보다시피 갖은 소리 실험들이 작품 전체에 자리한다. 앞서 언급한 트랙들에서의 요소들뿐만 아니라 음반의 오프너 「Sequential circuits」에 놓인 오르간과 어두운 보컬의 혼합, 곧이어 쏟아지는 「Mr Noah」에서의 수많은 소리들, 「Come to your senses」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사운드 이펙트들이 위화감을 제공한다. 다행스럽게도, 능란한 노아 레녹스의 터치는 결과물을 난해함의 끝으로만 향하지 않게 조정한다. 앨범에 깔린 안개 너머의 것들을 찬찬히 살펴보자. 팝적인 멜로디와 이 위에 쌓아올린 보컬 하모니, 댄서블한 비트가 즐길만한 지점으로 사람들을 유도한다. 흥겨운 리프와 캐치한 선율이 결합된 「Crosswords」와 「Selfish gene」, 「Butcher baker candlestick maker」은 놓칠 수 없는 트랙들이며, 공간감 섞인 아르페지오로 부드럽게 몰고 가는 「Tropic of cancer」, 「Lonely wanderer」도 두고 가기 아쉬운 곡들이다. 여러 겹 벽을 쌓아 만든 복잡한 사운드 컬러도 이러한 매개들을 따라 작품 전반에 잘 용해된다. 위의 모든 요소들이 잘 맞물린 사이키델릭 팝 「Mr Noah」는 이 시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베스트 넘버다.
성분들을 하나하나 뜯어 놓으면 불규칙해보이나 큰 시각 아래에서 곡들은 매혹적인 팝 모델로 거듭난다. 훌륭한 사운드 생산과 매력을 더하는 멜로디 제작이 잘 어우러진 결과다. 물론 서두에서도 잠깐 흘렸던 것처럼, 방법론은 예와 동일하다. 새 앨범의 이미지는 애니멀 콜렉티브에서의 작품들이나 솔로 디스코그래피가 주는 느낌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 진행 과정 속에서 점차 넓어지는 스펙트럼과 탄탄한 완성도를 더해가는 노아 레녹스의 사이키델릭 팝, 칠웨이브는 무시 못 할 소구력을 끌어 모은다. < Grim Reaper >가 그 결정체다. 판다 베어의 캐릭터를 공고히 하면서도 전작들보다 더 높은 지점에 있을 음반이다.
2015/01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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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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