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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덜 알려진 마이다스의 손, 피제이
피제이(Peejay) < Walkin’ Vol .1 >
한번에 귀에 꽂힐 매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아티스트 피제이의 스타일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프로듀서 피제이는 힙합에서 출발했으나 현재의 스펙트럼은 넓다는 형용사도 부족하게 느껴진다. 흥겨운 비트 제조 능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빅뱅, DJ DOC, 투애니원등 YG와의 협업을 통해 가요에도 능함을 익히 보였다. 여기에 「Dali, van, picasso」의 고풍스러운 재즈 샘플로 세간을 놀라게 하더니 최근에는 윤석철 트리오와 본격적으로 협업하며 크러시 X 자이언티의 「그냥」 같은 결과물도 만들어냈다. 비교적 덜 알려진 마이다스의 손이다.
이 다채로운 색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 Walkin' Vol. 1 >의 정돈된 스타일은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작곡가 피제이가 아닌 아티스트 피제이의 음악은 네오 소울 뼈대의 탄탄한 그루브와 명징한 사운드 디렉팅, 그 위를 덮는 몽환적인 흐름이 주축이다. 2010년 진보(Jinbo)와의 콜라보레이션 그룹 마인드 콤바인드(Mind Combind)로 살짝 선보였던, 작곡가 피제이가 아닌 아티스트 피제이의 음악이다.
에픽하이의 「Lesson 5」를 연상케 하는 비트에 초이스37의 랩을 얹은 「Reborn」과 라운지 리듬 위에 이국의 나레이션을 더한 「Time」, 리얼 세션 기타 리프에 짙은 신디사이저 리듬을 붙인 네오 소울 인스트루멘탈 「Day n night」 등은 일관성의 증명이다. 앨범은 크게 튀는 지점 없이 하나의 그림을 그려내는 과정이다. 빈지노가 참여한 「I get lifted」나 트랩 비트의 「Out of my mind」도 특출난다기보다는 안정 안에서의 대중적 힙합 어필이다.
한번에 귀에 꽂힐 매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아티스트 피제이의 스타일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꾸준한 작업 과정의 기록 개념으로 시작한 앨범이 음악계 유의미한 기록으로 남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재능과 성실만큼은 이미 증명된 터다.
2015/07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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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태그: 피제이, Walkin, peejay, 프로듀서, 힙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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