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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 밴드가 노래하는 '중2'

김창완밴드 < 용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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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밴드가 노래하는 「중2」는 어떤 모습일까요?

김창완밴드 < 용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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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새로운 시도를 남기겠다는 강박을 내려놓았다. 무려 11곡의 산울림 노래를 실었던 < 분홍굴착기 >와 달리, 스스로의 생각과 김창완밴드를 담아낸다.

 

이것은 타이틀곡 「중2」나 잠비나이와의 협업보다 앨범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신보의 제목 < 용서 >도 그동안 산울림 음악을 발전시키겠다는 억압에, 자유롭지 못했던 내면을 향한 것으로 들린다. 배선용의 트렘펫 연주와 성찰적인 가사는 변화를 더욱 드러내고, 펑크록의 공격성은 자연스레 잦아들었다.

 

김창완이 현 세대에게 배우 이미지로 큰 만큼 그가 맡았던 역할과 연결하며 듣게 된다. 「E메이져를 치면」 속 따뜻하면서도 냉철한 읊조림은 영화 < 닥터 >에서 그가 보여줬던 광적이고 병리적인 캐릭터와 부합하며 서늘하게 다가온다. 코드를 칠수록 그에 대한 추억이 더욱 선명해지는 곡의 내용도 그렇다. 사납게 표출하는 「아직은」, 「괴로워」 역시 양면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가사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원테이크 녹음 과정에서 넣은 악기에 집중하는 것도 흥미롭다. 이별의 아픔만큼 날이 가득 선 바이올린, 묵직하고 쾌쾌한 록에 현악기가 들어가니 예민하고 서정적이다. 나비의 날갯짓과 반대로 묵직한 북소리를 넣은 것도 색다른 시도다.

 

퓨전국악 밴드 잠비나이와의 협업을 통해 여전히 팀의 관심사가 국악에 있음을 알 수 있다. 3년 전에도 록으로 아리랑을 연주했지만, 이번에는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전주를 온전히 국악기로 이해한다. 국악 전공자가 아닌 잠비나이를 선택한 것은 두 장르를 크로스오버를 해내기 위해서다. 지지직거리는 퍼즈 기타의 자리에 거문고, 피리, 해금이 차례대로 들어가고, 4분간의 융합 뒤에 맞이하는 익숙한 멜로디의 반가움을 원테이크 영상으로도 느낄 수 있다.

 

제발 내 나이를 묻지마 19금 영화는 안 볼 테니(I can do it)
몇 학년이냐고 묻지마 일 학년은 아니니까 걱정 마(I can do it)

 

김창완밴드가 타이틀로 정해 강조하고자 한 「중2」의 가사다. 오디션 프로나 가요 앨범에서 한번 쯤 나와야했을 소재가 중년 밴드의 시각으로 다루어졌음을 통해 이 팀이 탐구하고 흡수하는 주제의 폭도 넓음을 알 수 있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태도 그 자체가 부담이 되는 중2의 심정이 잘 담겨있고, 시끄럽게 반복되는 코러스 I can do it은 최선을 요구하는 어른들의 간섭을 대신한다.

 

중2 학생에게 이 곡을 들려주었을 때 중3 같다고 대답한 것처럼,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일부 가사는 이들에게 들어맞지 않는다. 신디사이저의 경쾌한 분위기도 어둡고 사색적인 중2와 거리감 있다. 그럼에도 김창완 아저씨는 이 노랫말이 지금 너의 심정이 이와 비슷하냐며 툭툭 건드린다.

 

너를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쉼 없이 다가가며 이해하려는 노력, < 용서 >는 대상에 따라 다른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노란리본」 역시 학생들이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쉬운 가사로 구성했다. 촌스럽고 올바름을 고집할일지라도 꾸준히 젊은 층과 간격을 좁히고자 해온 것, 이것이 산울림을 떠난 밴드의 목표이자 자신의 나이와 생각에 솔직해지고자 했어도 타이틀곡은 「중2」로 정한 이유다.

 

“도대체 넌 나에게 누구냐”, 김창완이 덧붙인 한 마디가 2014판 「너의 의미」를 더욱 특별하게 했다. 드라마, 라디오 DJ로 새롭게 얻은 캐릭터와 삶을 자신의 밴드 속으로 끌어와 촘촘히 엮는다. 앨범을 반복해서 들을수록 이는 산울림의 흔적, 개구쟁이 같은 가사보다 더 효과적으로 다가온다. 새로운 음악계와 교감하면서도 그 세월을 지닌 음악을 하는 것, 그렇게 나이들 수 있을까.

 

2015/03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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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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