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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키한 사이키델릭 록 밴드 피스 2집

피스(Peace) < Happy Peop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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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성을 견고히 하는 스타일링과 디스코그래피에 색을 하나 더 얹는 시도, 음반 전반에 상당한 접근성을 부여하는 괜찮은 선율들이 섞이며 < Happy People >의 위력은 배가된다.

피스(Peace) < Happy Peop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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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의 정규 데뷔작, < In Love >에서 구축했던 자신들만의 컬러를 어느 정도 손봤다. 세밀해지고 펑키해졌으며 공간을 쪼개면서 들어간다. 음반의 포문을 여는 「O you」나 중심부를 담당하는 「Perfect skin」, 「Happy people」, 「Money」 등에서 울려 퍼지는 사운드로부터 이번 음반의 전형이 드러난다. 보컬 못지않은 위치에서 멜로디를 이끌어가는 기타, 사용 범위가 넓어진 신디사이저와 스트링, 더욱 그루비한 베이스 라인이 변화의 흔적에 해당되는 요소들. 덕분에 대부분의 곡들은 꽤나 깔끔하게 다가온다. 강렬한 완력과 적잖이 거친 질감이 들어섰던 지난 작품과 비교하자면 정제된 듯한 인상도 함께 다가온다.

 

건강한 발전의 한 지점으로 이번 작품을 보고자 한다. 가장 큰 성과는 본래의 색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에너지가 가득 실린 밴드의 사이키델리아는 여전하다. 깔끔하게 소리를 분할해간다고 앞서 언급했으나, 음반 전체에 깔린 몽롱한 공기와 이 안에서 일어나는 사운드의 폭발은 두 번째 작품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공간감을 자아내는 신디사이저와 스트링, 딜레이를 먹인 기타가 이들의 성향에 내재된 몽환을 구체화 하고 펀치감이 있는 사이키델릭 록이 4인조의 활력을 적극 드러낸다. 이러한 정체성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피스는 모드의 변이를 도모한다.

 

밴드 단위에서 이루어진 사운드 메이킹이 표면 위의 결과물로서 가장 먼저 귀에 잡히나 이와 같은 진전의 중추에는 프론트 맨 해리 코이저의 송라이팅이 자리한다. 캐치한 선율을 써낼 줄 아는 이 작곡가는 훌륭한 설계자로서 피스의 만화경이 발현하는 데에 탄탄한 기초를 제공한다. 전작의 소구력도 결국 해리 코이저의 터치로부터 시작됐으며 이번 음반이 선사하는 매력 또한 동일한 장소를 출발선으로 둔다. 받아들이는 접근이 어떤 각도에서 이루어졌건, 괜찮은 산물로 뽑아내게끔 하는 멜로디에서의 흡수성에 중요도가 붙는다.

 

독자성을 견고히 하는 스타일링과 디스코그래피에 색을 하나 더 얹는 시도, 음반 전반에 상당한 접근성을 부여하는 괜찮은 선율들이 섞이며 < Happy People >의 위력은 배가된다. 팝적인 훅을 내밀어 진하게 잔상을 새기는 「Lost on me」와 「Money」를 필두로, 피스 식 환각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앨범의 오프너 「O you」, 전주에서의 신디사이저와 기타만으로도 각각 흥미를 확실히 당기는 두 베스트 트랙 「Perfect skin」, 「Happy people」로 완성되는 일련의 사이키델릭 익스프레스는 밴드와 작품의 위치를 한 층 높은 단계로 견인한다. 프라이멀 스크림과 비슷하게 사운드를 구사하는 「World pleasure」와 지난 음반에서의 「Float forever」에 대응하는 오아시스 풍의 브릿 팝 넘버 「Someday」에도 주의가 머물긴 매한가지다.

 

좋은 음반들이 늘 그렇듯 빠지는 곡이 없다는 부분에도 < Happy People >의 강점이 있다. 즐길만한 노래들이 계속 등장하며, 환각성 짙은 색감으로 출발해 로킹한 사운드, 루즈한 분위기로 이어지는 트랙 순서와 결합해 흐름에서의 멋도 챙긴다. 우수한 작품임에 분명 틀림없다. 리바이벌을 흠모하는 음악가들이 많이 포진된 작금의 젊은 사이키델릭 록 신에서 여집합을 찾아 조성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가운데서 애호가들의 기억이 붙잡는 이름은 다름을 만들 줄 아는 이들의 것이다. 그 뇌리 속 대열에 이제는 피스도 합류하게 됐다. 기대와 함께 태생적인 우려를 안고 등장했던 데뷔를 생각하면 괄목할 성장이다. 동시에 가져온 자기의 안정과 작법의 변화가 이를 완성시켰다.

 

 

 

2015/02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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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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