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아티스트의 확고한 스타일과 자가 복제, 어떻게 구분할까

뮤즈(Muse) < Drones >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이젠 뮤즈 하면 컬트적인 인기보다는 탐탁잖은 비판이 먼저 떠오른다. 변화무쌍하고 에너지 넘쳤던 과거에도 톰 요크의 아류라는 비판이 따랐는데 < The Resistance >의 거대화 후에는 자가 복제라는 오명까지 추가됐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절엔 은근히 무시했다면 실험적 면모의 최근에는 대놓고 무시하는 모습이다. 이들에게 뮤즈는 '십 대를 노리는 창의력 제로' 밴드쯤 되지 않을까.

2.jpg

 

이젠 뮤즈 하면 컬트적인 인기보다는 탐탁잖은 비판이 먼저 떠오른다. 변화무쌍하고 에너지 넘쳤던 과거에도 톰 요크의 아류라는 비판이 따랐는데 < The Resistance >의 거대화 후에는 자가 복제라는 오명까지 추가됐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절엔 은근히 무시했다면 실험적 면모의 최근에는 대놓고 무시하는 모습이다. 이들에게 뮤즈는 '십 대를 노리는 창의력 제로' 밴드쯤 되지 않을까.

 

< Drones >에 대한 평가도 사실 이런 시선이라면 어떤 음악을 담고 있는지보다는 어떤 곡을 또 '재활용'했는지가 더 중요할 테다 : 소개를 읽어보니 < The 2nd Law >의 실험 대신, < Origin Of Symmetry >부터 < Black Holes And Revelations > 시절의 밴드 사운드로 돌아갔다고 한다. 뻔하겠군. 「Mercy」는 피아노 소리부터 「Starlight」 자손이고… 10분짜리 「The globalist」는 「Citizen erased」 2탄이네? 게다가 「Psycho」 리듬은 「Uprising」이잖아? 더 들을 것도 없군. 역시나 뮤즈. 망해라!

 

물론 앨범은 과거 지향적이지만 단순한 '추억 팔이용 선물'에서의 목적은 아니다. '밴드 구성의 록 앨범이 될 것'이라는 공언은 헤비니스 분야의 전문가 존 머트 랭의 프로듀싱을 통해 오히려 더 강력해졌고, 거의 헤비메탈에 가까운 강력한 사운드를 매 트랙 터트린다. 「Uprising」과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후렴부 폭발을 선보이는 「Psycho」와 6분 동안 질주와 강타를 오가는 「Reapers」를 필두로 짙은 디스토션 기타의 행군이 시작된다. 「Madness」의 실험을 좀 더 공격적인 디스코-신스 팝으로 그려낸 톱 트랙 「Dead inside」 정도가 최근 행보에 가깝다.

 

10년 동안의 브랜드 구축과 음악 실험의 내공 덕택에 균형 감각도 수준급이다. 피아노 하나로 「Starlight」를 기대한 팬들에게 전자음과 내려치는 기타 리프 공격을 선사하는 「Mercy」나 박자 변주 속에 치명적인 멜로디를 심어놓은 로큰롤 「Revolt」, 능숙한 완급 조절의 「The handler」 등은 오색 찬란 불꽃놀이와 같은 곡예다.

 

사운드 외적으로는 체제에 대한 저항, 환경 파괴의 심각성 등 하나의 거대 담론을 형성하고자 하는 경향에 따라 이번에도'현대전(戰)의 비인간성'의 주제를 무인 폭격기 드론으로 상징했다. 내면의 파괴를 묘사한 「Dead inside」와, 다소 치기 어린 감은 있으나 억압의 상을 표현해낸 「Psycho」 부터 부조리와 저항의 메시지가 쭉 전개된다. 이를 받치는 무겁고 단단한 사운드 일관성에 미치지는 못해도, 주제 의식의 연결은 감상의 집중도를 높이는 장치가 된다.

 

근래 보기 드문 록 밴드의 에너지와 거대한 이름값의 스타디움 지향적 트랙은 가타부타 큰 고민 없이도 쾌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설사 그것이 기존 스타일의 변형이라도 이를 탓할 이유는 없다. 컬트적인 십 대 취향의 가사, 대표적인 리프 전개, 화려한 장비를 통한 기교. 이것이 10년의 커리어 동안 뮤즈가 쌓아온 정체성이다. 다른 밴드들이 쉽게 따라 할 정도로 흔한 방식도 아니고, 그 자신도 꾸준히 실험을 통해 머무르기를 거부했다.

 

뮤지션의 커리어를 자가 복제 한 단어로 정리하는 방식은 고유의 스타일과 혼동될 경우 딜레마에 빠지기에 십상이다. 더구나 그 커리어가 10년 이상의, 7장 정도의 정규 앨범을 보유하고 있는 밴드의 것이라면 논리는 더욱 복잡해진다. 장대한 아티스트의 확고한 스타일과 자가 복제를 어떻게 명확히 구분할 수 있을까? 논란에 상관없이 뮤즈는 뮤즈의 길을 갈 뿐이고, 오랜만에 실력 발휘를 한 < Drones >는 꽤 괜찮은 록 앨범일 뿐이다.

 

2015/06 김도헌(zener1218@gmail.com)

 

 

[관련 기사]

- 삶을 녹여낸 서정, 김일두〈달과 별의 영혼〉
- 색의 부재, 김예림 〈SIMPLE MIND〉 
- 건실한 싱어송라이터, 브랜든 플라워스 〈The Desired Effect 〉 
- 핫한 신인, 제임스 베이 〈Chaos And The Calm〉
- 래퍼로서의 은지원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김기태라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장르

2024년 가장 주목받는 신예 김기태 소설가의 첫 소설집.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등 작품성을 입증받은 그가 비관과 희망의 느슨한 사이에서 2020년대 세태의 윤리와 사랑, 개인과 사회를 세심하게 풀어냈다. 오늘날의 한국소설을 말할 때, 항상 거론될 이름과 작품들을 만나보시길.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율의 시선』은 주인공 안율의 시선을 따라간다. 인간 관계는 수단이자 전략이라며 늘 땅만 보고 걷던 율이 '진짜 친구'의 눈을 바라보기까지. 율의 성장은 외로웠던 자신을, 그리고 타인을 진심으로 안아주는 데서 시작한다.

돈 없는 대한민국의 초상

GDP 10위권, 1인당 GDP는 3만 달러가 넘는 대한민국에 돈이 없다고? 사실이다. 돈이 없어 안정된 주거를 누리지 못하고,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누구 탓일까? 우리가 만들어온 구조다. 수도권 집중, 낮은 노동 생산성, 능력주의를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잘 되는 장사의 모든 것

선진국에 비해 유독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왜 대한민국 식당의 절반은 3년 안에 폐업할까? 잘 되는 가게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장사 콘텐츠 조회수 1위 유튜버 장사 권프로가 알려주는 잘 되는 장사의 모든 것. 장사의 기본부터 실천법까지 저자만의 장사 노하우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