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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변화, 멈포드 앤 선즈 〈Wilder Mind〉

멈포드 앤 선즈(Mumford & Sons)〈Wilder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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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변신에는 느낌표보다는 물음표가 더 많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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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변화가 보인다. 선회각을 한껏 높였다. 멈포드 앤 선즈의 정체성이라 할 옛 포크 사운드는 자취를 감추고 현대적인 록 사운드가 전체 러닝 타임을 지배한다. 밴조와 만돌린을 밀어내고 자리에 앉은 신디사이저와 세기를 더욱 높인 일렉 기타뿐만 아니라 무게감과 공간감 조성에 초점을 맞춘 사운드 메이킹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두 앨범 < Sigh No More >< Babel > 시절의 이들에게선 기대는커녕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결과물이다. 3년만의 신보 < Wilder Mind >는 멈포드 앤 선즈의 역사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이정표의 역할을 맡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변신에는 느낌표보다는 물음표가 더 많이 붙는다. 전통성에 기초해 팝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멈포드 앤 선즈는 남달랐던 자신들의 무브먼트에 스스로 종언을 내리고 여타 밴드들이 만든 시류에 몸을 맡긴다. 「Believe」와 「Just smoke」에서 보이는 큼지막한 퍼커션 소리를 내건 코러스 구조나 「Tompkins Square Park」, 「Only love」, 「Hot gates」 등에서 보이는 유투 식의 아레나 록, 콜드플레이 식의 아트 록 스타일은 근래의 록 씬에서 그리 낯설지 않다. 가장 큰 의문은 이 지점에서 일어난다. 트렌드의 밖에 있어 환호를 받았던 이들이 도리어 트렌드의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했던 제 컬러를 버린 밴드에게 과연 무엇이 남게 될까.

 

가치판단에 조금은 조심을 기하고자 한다. 그룹 외적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내적 영역에서도 음반의 의미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해도 밴드와 밴드의 역사에 있어 이번 접근은 역시나 새롭다. 어제와 달리해 동어반복을 피하고 싶었다는 멤버들의 욕심과 시도에까지 비판을 가할 수는 없다. 문제의 시작점을 잘 설정하자. < Wilder Mind >가 가지는 한계는 열망의 다음 단계, 즉 결과물에 방향을 제시한 최초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컬러를 내리고 유행을 취하게 한 구상이 이번 음반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린다.

 

밴드의 현 시각이 향후 어떠한 산물로 연결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진테제를 향한 변증의 과정에 이번 음반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행인 점은 아쉬운 변화 속에서도 역량만큼은 상당한 수준을 보인다는 데에 있다. 너른 사운드스케이핑을 보이는 터치와 흡입력 높은 브릿팝 풍 멜로디를 뽑아내는 송라이팅, 극적인 장면을 뽑아내는 전개는 발군이다. 음반을 멋지게 여는 「Tompkins Square Park」부터 캐치한 멜로디의 「Just smoke」, 점층의 연출이 담긴 「Broad-shouldered beasts」, 「Hot gates」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이 실로 괜찮다. 그 자체로만 보자면 앨범은 분명 좋다. 이렇다 할 모자람이 노출되지 않는 매력적인 팝 음반이다. 다만 < Wilder Mind >를 다른 어떤 팀의 작품이라 가정한다면 더 높은 점수가 따랐을 테다. 남다른 특색을 갖고 있던 멈포드 앤 선즈였기에 이 앨범은 다소 애매한 위치에 놓인다.

 

2015/05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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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녹여낸 서정, 김일두〈달과 별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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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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