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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록밴드를 두고 ‘기타’가 전부라 했나 - 킨, 에피톤 프로젝트, 제이 래빗
영국식 감성을 녹여낸 사운드의 킨(Keane) ‘여행’을 콘셉트화해 음악으로 녹여낸 에피톤 프로젝트 현재 상승세 중인 국내의 여성 인디 듀오 제이 래빗의 신보
대부분의 록 그룹들이 밴드에 기타 연주자를 필수적으로 편성하곤 하지만, 어디나 예외는 있게 마련입니다. 여기, 기타 없는 록 밴드로 통하는 대표적인 그룹이 있습니다. 과거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 < 패션 7080 >에 쓰인 멜로디(Everybody's changing)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한 킨(Keane)인데요. 영국식 감성을 녹여낸 사운드로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리는 그룹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신보인 < Starangeland >를 소개합니다.
대부분의 록 그룹들이 밴드에 기타 연주자를 필수적으로 편성하곤 하지만, 어디나 예외는 있게 마련입니다. 여기, 기타 없는 록 밴드로 통하는 대표적인 그룹이 있습니다. 과거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 < 패션 7080 >에 쓰인 멜로디(Everybody's changing)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한 킨(Keane)인데요. 영국식 감성을 녹여낸 사운드로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리는 그룹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신보인 < Strangeland >를 소개합니다. ‘여행’을 콘셉트화해 음악으로 녹여낸 에피톤 프로젝트의 앨범과 현재 상승세 중인 국내의 여성 인디 듀오 제이 래빗의 앨범도 함께 소개해드립니다.
킨(Keane) < Strangeland >
변화의 욕심은 피치 못하게 대중들에 대한 통제로 연결되곤 한다. 이러한 명제 안에서, ‘기타와 베이스가 없어도 록을 할 수 있다’라는 킨의 놀라운 발상은 음악적인 널뛰기 걸음으로 반영되며 앨범이 거듭될수록 쫓아오는 이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혁신적인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주기엔 부족함이 없었지만, 3연속 UK차트 1위의 위업조차 무의미하게 만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데뷔작인 < Hopes and Fears >(2004)의 잔상이었다. 이 예상치 못한 괴리감에 결국 이들은 꺼내 들었다. 최대 강점이자 최후의 보루인 서정성이란 무기를.
킨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피아노 소리일 것이고, 대표곡으론 「Everybody's changing」이나 「Somewhere only we know」이 선두에 서는 것이 당연한 일. 이들에 대한 반응의 중추는 바로 체온과 맞닿은 사운드의 온화함이다. 분명 로킹한 리듬의 도입을 일구어 낸 < Under The Iron Sea >(2006)와 뉴웨이브의 파동을 휘감은 < Perfect Symmetry >(2008) 모두 소신에 대한 의욕적인 항변을 담아 냈지만, 선율에 대한 통솔력을 잃으며 많은 이들과 담을 쌓게 했던 아쉬운 결과물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결국 팀은 음악적인 성취와는 별개로 멀어져만 가는 거리감을 단번에 좁혀 줄 방안이 필요했다. 대안으로 채택된 첫 곡 「You are young」에서 흘러나오는 건반 루프는 예전의 모습을 환기시키며 잠시 딴 짓을 하던 예전의 팬들을 다시금 무대 앞으로 불러 모은다. 가만 귀 기울일 때 느껴지는 전과 다른 육중한 무게감은 베이스인 제시 퀸(Jesse Quin)의 가세 덕분. 디스토션을 버리고 대신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체득한 신스 사운드를 첨가한 첫 싱글 「Silenced by the night」과, 같은 방향을 가지고 있지만 좀 더 반짝거리는 멜로디와 그 동안의 불친절함에 대한 미안함을 그리는 듯한 가사가 인상적인 「Disconnected」를 훑고 나면 내가 알던 그들이 돌아왔음을 단번에 알아채게 된다.
그렇다고 그저 급박한 마음에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간 것은 아니다. 부유감 있는 사운드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Black rain」과 신스 팝의 연결고리를 지속해 나가는 「Neon trees」는 단지 단기적인 성과주의에 매몰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트랙이다. 메탈리카(Metallica)가 옛 지지자들의 끊임없는 요구 끝에 < Death Magnetic >(2009)을 선보이며 ‘메탈의 피터팬’을 자처했던 것과는 상반된 느낌이다. 물론 성과도 경력도 단순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나름 격동의 커리어를 보낸 그룹은 명확히 이야기하는 것 같다. 변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화시켜야만 하는 것이 있었노라고.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약삭빠름이 아닌 차곡차곡 쌓아 온 것들이 동반된 긍정적 비약의 발로인 덕분에 다시 한 번 신뢰의 눈길을 보내게 된다. 무리수라 여겨졌던 실험의 나날들을 거쳐 이룩해낸 것은 결국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감정적 파고의 성공적인 고찰이다. 낯설게 보기의 기치를 주장하던 모험자들은 예전의 온기를 되찾음과 동시에 < Strangeland >의 이야기를 어느 순간보다 친밀한 심상으로 매듭지었다. 멀어져 가던 그들은 그렇게 다시 한 번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에 노크를 하기 시작했다.
에피톤 프로젝트(Epitone Project) <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 >
일상의 미세한 감정들을 색 입혀 그려냈던 에피톤 프로젝트가 1집의 잔잔한 파동이 가라앉기도 전에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12곡의 노래로 돌아와 다시 흐름을 이어가려 한다. <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 >는 타국의 땅을 밟으며 보고 듣고 만지고 느낀 차세정의 개인적인 이야기다. 1집의 객원 보컬 시스템을 버리고 전곡을 직접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다건너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모든 것이 얼마나 새롭고 놀라운지를. 몸을 둘러싸고 있는 전부가 강한 자극제며 충격이다. 그러나 차세정의 하루는 묵묵하게 걸음을 옮겨간다. 서먹한 안심과 낯익은 체념이 정리를 위해 늘어서있을 뿐이다. ‘수많은 시간, 수많은 기억, 수많은 날…’ 가사는 시간에 관한 단어가 주를 이룬다. 시차와 함께 남겨두거나 묻고자 하는 세월이 누구에게나 있을 테지만 들뜨지 않고 여행의 목적을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 >의 차분함은 그렇게 사라져가는 희멀건 기대와 바람을 업어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출발 직전의 설렘이 3박자 왈츠로 흐르다가(「5122」), 도착의 기쁨에 뛰는 심장은 드럼으로 몰아친다(「이제, 여기에서」). 이른 하루를 여는 여행자의 단상이 카페의 소음과 뒤섞이는가 하면(「시차」)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답 없는 고민에 빠져들기도 한다(「새벽녘」). 고운 표지와 스냅 샷으로 꾸며진 요즘의 여행에세이처럼 앨범에는 시간을 따라가는 가지런한 기록과 들쑥날쑥한 상념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더불어 「국경을 넘는 기차」, 「미뉴에트」 등의 연주곡은 유럽이라는 배경을 실감 있게 전달한다.
조금은 숨찬 호흡, 가늘게 흐려지는 끝음절에 불안감은 여전하지만 그만의 꿋꿋한 정서로 버텨질 듯하다. 아쉬운 부분은 보컬보다 두드러지는 악기로도 배불리 채울 수 있다. 당장 떠나지 않을 것임에도 서점의 여행코너를 기웃거리는 이들을 위한, ‘지금이 아니어도 좋아, 슬퍼해도 괜찮아’의 메시지를 믿는 이들을 위한 사치스럽지 않은 앨범이다.
제이 래빗(J Rabbit) < Looking Around >
우연히 찍은 연습 동영상이 유튜브 조회수 100만 건을 기록해 화제가 되면서 발표한 데뷔음반, 십센치 전국투어의 게스트, 그리고 < 유희열의 스케치북 > 출연은 2010년에 데뷔 한 2년 차 인디 밴드에겐 고속승진이다. 현재 상승세를 탄 동갑내기 여성 듀오 제이 래빗이 소포모어 앨범 < Looking Around >로 다음 계단을 디뎠다.
전작 < It`s Spring >의 「Love is so amazing」과 「Falling in love」 같은 어쿠스틱의 담백함을 극대화한 원 테이크 녹음 방식이 고스란히 사용된 < Looking Around >도 박자의 제재 없이 보컬과 연주를 함께 녹음하며 취득한 음악적 생생함이 여전히 묻어난다. 이번 음반은 또한 이전과 달리 소규모 스트링 앙상블과의 협연까지 새롭게 더해져 넓어진 음악적 스펙트럼을 가시화한다. 원(圓)이 몇 번의 연필 터치로 구(球)가 되는 입체감의 구현이다.
원이든 구든 모두 동그랗듯, 이들의 음악도 그대로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작은 멈춤은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는 것처럼 소소한 안락함으로 재충전의 에너지를 불어 넣는다. 과감한 탈선보다 조용한 휴식에 일탈이라는 단어가 와 닿는 우리에겐 설득력으로 이입된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풍부하게 둘러싼 스트링의 조화로 인트로를 안고 접어드는 「Looking around」는 이 음반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며 고른 분위기의 전환으로 앨범의 전체 균형을 잡아준다. 어쿠스틱 퍼커션 리듬이 담긴 「알고 있을까」, 「그래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는 방법」에선 경쾌함으로 몸이 가벼워짐을 느끼고, 「Happy Things」의 장난기 어린 가사와 변화무쌍한 흐름은 유쾌함이 되어 쌓인 스트레스가 풍기는 매캐함을 배출시킨다. 여기에 「웃으며 넘길래」, 「우리 했던 이야기」 등 두 멤버만의 소리가 담긴 작은 편성 곡들은 잔잔함과 담백함으로 전체적인 쉼표를 찍는다.
12곡에 36분의 러닝타임이라는 곡당 3분정도의 집중도 높은 시간과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는 이들의 높은 대중친화력을 보여주고 능숙한 멜로디 진행과 음악적 다양한 시도는 탐구하는 모습까지도 내비친다. < Looking Around >로 제이 래빗의 뜀박질은 한층 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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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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