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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인디 밴드가 변하고 있다

홍대 앞과 코스모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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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진 건, 단지 멤버의 국적이 다양해진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루브’는 음악적이라기보다는 문화적인 개념인데 여기서 중요한 건 결국 경험이다.

아이돌 그룹에 외국인이나 해외 문화권에서 오래 살았던 멤버가 있는 건 당연하게 여겨진다.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둘 때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지화’라는 맥락에서 볼 때 이런 현상은 K-POP의 국제화와 밀접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다인종 멤버들이 등장하는 현상은 아이돌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인디 밴드들에도 이런 경우가 종종 보인다. 물론 아이돌 그룹과는 방향이 다르다. 주로 원어민 강사로 일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인 관계를 통해 밴드의 멤버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중적으로는 버스커 버스커의 드러머였던 브래드나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하세가와 요헤이가 대표적일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밴드들에서 외국인이나 외국 국적, 해외 문화권에서 성장한 멤버들이 활동하고 있다. 덕분에 ‘인디’의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버스커버스커

장기하와얼굴들

(위)버스커버스커

(아래) 장기하와 얼굴들

 

 

외국인으로 구성된 인디 밴드


‘홍대 인디 밴드’는 이젠 보통명사처럼 쓰인다. 요즘엔 ‘인디’ 대신 ‘로컬’이란 말을 종종 쓰기도 하지만, 여전히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은 자칭 타칭 ‘인디’라고 불리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 이때 우리는 특정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어떤 사람은 ‘인디’라는 수식어를 ‘아직 성공하지 못한/않은’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진정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라고 이해하기도 할 것이다.

 

누군가는 ‘아마추어적인 음악’으로 이해할 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외국 록을 촌스럽게 따라한 음악’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경우에 따라선 ‘인디는 마케팅 용어일 뿐’이란 입장을 가질 수도 있고 ‘독립 자본이 아니면 인디가 아니다’는 주장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중 어떤 것이 ‘진짜’ 인디인지 아닌지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저 ‘인디’라는 개념이 입장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자.

 

그런데 이 모든 의미 부여에 있어서도 우리는 인디 음악가를 한국 국적의 멤버들로 국한해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아이돌 멤버들의 다국적은 비교적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인디 음악가는 한국 국적의 음악가인 걸 당연히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엔 꽤 다양한 인종과 국적자들이 홍대 앞에서 활동하고 있다. 외국인으로만 구성된 밴드도 있고 외국인 멤버가 포함된 밴드도 있다.

 

글렌체크의 김준원(보컬, 기타), 강혁준(신시사이저, 일렉트로닉스)은 해외에서 유년기를 보낸 인물들이고, 빅포니(로버트 최)는 재미교포 2세로 한국에서 활동하기 전에 이미 LA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다. 자신들의 음악을 ‘지구음악’으로 정의하는 수리수리마하수리에는 이승열의 『V』앨범에 참여했던 모로코 출신의 오마르가 속해 있다. 개러지, 블루스 록을 주로 연주하는 웨이스티드 쟈니스에는 프랑스인 닐스(Nils Germain,베이스)가 속해 있고, 포크 음악을 연주하는 3인조 모노반에는 미국의 첼리스트 조지 더햄이 속해 있다. 하드록 밴드 마그나폴은 기타를 제외한 3명의 멤버들이 모두 외국인들이다.

 

밴드의 외국인 멤버들은 주로 드럼이나 베이스 같은 리듬 파트를 맡는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밴드 내부를 비롯해 외부적으로 공연 관계자나 관객 등과의 의사소통의 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덕분에 음악적 질감이 달라진다는 인상도 받는데, 소위 ‘그루브’라고 부르는 감각이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멤버들과는 다르게 여겨지는 것이다. 이래서 결과적으로는 홍대 앞 인디 밴드의 밀도가 달라진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그나폴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밴드 마그나폴, 웨이스티드 쟈니스, 수리수리마하수리

 

 

홍대 앞의 한국 인디, 다시 정의될 필요가 있다


흔히 ‘홍대 앞에는 다양한 음악이 있다’고 할 때의 그 ‘다양성’이 장르나 스타일 외에 구성원들의 관계와 활동, 범위, 공동체 등과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2002년 이후 홍대 앞에 집중된 ‘외국인 강사들’이 서울의 마포구 서교동을 국제적인 공간으로 만들었고, 나아가 홍대 앞의 음악에도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진 건, 단지 멤버의 국적이 다양해진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루브’는 음악적이라기보다는 문화적인 개념인데 여기서 중요한 건 결국 경험이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의 여부가 독특한 그루브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에 볼 수 없던 악기를 비롯해 다른 문화권의 경험이 독특한 리듬 체계로 드러나기도 한다.

 

사실 한국은 이미 다인종 사회로 진입했다. 대도시 서울에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아시아가 아닌 지역들-유럽, 미국, 러시아,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의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홍대 앞의 한국 인디’는 어쨌든 다시 정의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이미 국제적인 관계에 놓여 있고 우리가 즐기는 대중문화는 그런 맥락에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그저 어떤 게 좋은 음악이냐가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가, 다시 말해 ‘우리는 어디에 있느냐’란 정체성의 질문과도 연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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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차우진

음악웹진 <weiv> 편집장. 『청춘의 사운드』를 썼다. 대체로 음악평론가로 불리지만, 사실은 지구멸망과 부동산에 더 관심이 많은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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