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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DJ들이 평단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
제드(Zedd) < True Colors >
< True Colors >가 시사하는 함정은 장르 대중화를 이끈 이들이 역으로 팝의 진부함에 묶여버린 상황이다.
1989년 어린 DJ 제드의 성공은 '일렉트로닉'(E), '댄스'(D)보다 '뮤직'(M)에 집중한 결과다. 아무리 일렉트로닉의 시대라 해도 「Clarity」와 「Stay the night」의 연타석 히트는 필살 멜로디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이는 비단 제드 뿐만 아니라 칼빈 해리스, 아비치, 데이비드 게타 등 현재 잘나가는 DJ들의 기본 공통점이기도 하다. 넓은 범위의 일렉트로 하우스를 기반으로 장르를 분화해나가면서도 멜로디 하나만큼은 놓지 않는 것이다.
< True Colros >는 이 대세를 충실히 대표한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에 현란한 기계음과 달콤한 선율을 아우른 데뷔작에 비해, 새 앨범은 단순하고 차트 친화적인 EDM-팝의 모습에 가깝다. 인트로를 지나 익숙한 드랍에 적절한 변주까지 더한 「Addicted to a memory」에서부터 이미 대략의 전개도를 그릴 수 있다.
실제로 앨범은 큰 오차 없는 익숙한 전개를 보여준다. 「Clarity」를 지나 「Break free」에 도달한 팝 싱글 「I want you to know」나 후렴구에 힘을 실으며 랩을 첨가한 「Transmission」, 전작의 「Spectrum」이 떠오르는 「Done with love」 등 변화보다는 하던 대로 방식에 중심을 뒀다. EDM 전개에 팝적인 멜로디를 더한 곡들이다. 피아노 세션에 긴박한 드럼 사운드를 넣은 「True colors」, 스트링 터치로 감성을 더한 「Daisy」로 리얼 세션을 강조하기도 하나 변화의 폭은 그리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여기저기서 공식화된 진부함이 느껴진다. 「Straight into the fire」나 「Daisy」, 「Illusion」은 「Clarity」 시리즈 하나로 묶어 설명할 수 있으며 남성 보컬이 참여한 「Beautiful now」도 다를 바가 없다. 귀에 감기는 멜로디야 여전하지만, 곡을 이끌어가기보다는 곡을 구성하는 하나의 장치로 자리하는 모습이다. <Clarity>에서도 지적되었던 '곡의 개별성 부재'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제드나 칼빈 해리스 등 슈퍼 DJ들이 거대한 인기만큼 평단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록 유행의 시대에 록이 유행하고 힙합 유행의 시대에 힙합이 유행하듯 일렉트로닉의 시대에 일렉트로닉이 유행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으냐는 의견이다. < True Colors >가 시사하는 함정은 장르 대중화를 이끈 이들이 역으로 팝의 진부함에 묶여버린 상황이다. 상업적 성과의 다채로움에 가려진 검은 그림자의 타개를 위해서는 더욱 치열해질 필요가 있겠다.
2015/05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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