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낭만, 에어(Air)의 < Moon Safari >
인간적인 소리를 품은 프랑스 출신의 일렉트로닉 그룹 ‘에어(Air)’의 데뷔 앨범.
일반적으로 ‘전자음’이라고 하면 뭔가 자연스럽지 않고 인위적인, 따뜻한 느낌보다는 차가운 이미지의 소리를 많이 떠올리곤 합니다. 그만큼 전자음의 쓰임새가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이런 보통의 관념을 없애려 노력하는 일렉트로닉 그룹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자음’이라고 하면 뭔가 자연스럽지 않고 인위적인, 따뜻한 느낌보다는 차가운 이미지의 소리를 많이 떠올리곤 합니다. 그만큼 전자음의 쓰임새가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이런 보통의 관념을 없애려 노력하는 일렉트로닉 그룹이 있습니다. 전자음악은 전자음악인데, 몽환적인 소리들로 따뜻한 이미지를 풍기며 21세기 일렉트로닉 신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그룹인 에어(Air)이지요. 국내 핸드폰 씨에프에 삽입된 바 있는 「Sexy boy」로도 친숙한 이 프랑스 출신 듀오의 데뷔 앨범을 소개합니다.
에어(Air) < Moon Safari >
바야흐로 전자음의 난립기(亂立期)였다. 1990년대 초부터 프로디지(Prodigy)가 주도해온 반복적이고 강렬한 테크노사운드는 세기말에 이르러 만개했지만, 다르게 말하면 대안으로 시작했던 흐름이 도리어 획일화된 주류가 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변화의 움직임이 필요했다. 그 새로운 대안의 중심에 ‘에어(Air)’가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전자음악에서 낭만과 온기를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많은 테크노 그룹들이 포스트 프로디지를 외치며 나름의 개성을 갖고 등장했지만, 결국 ‘댄스’를 위한 음악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지향점이 같았기 때문에 테크노는 댄서블한 음악이라는 고정관념이 뿌리를 내리고 있던 시기였다.
에어는 일렉트로니카가 범람 중이던 1998년, 이 기계적인 장르 또한 얼마든지 인간적 감성을 품을 수 있음을 증명하듯 등장했다. 포스트 클러빙(post-clubbing)사운드라 불리며 ‘댄스 플로어’가 아닌 클럽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필할만한 전자 음악을 시도한 것이다.
프랑스 출신의 두 청년은 이 데뷔 앨범에서 피아노, 탬버린, 하모니카, 어쿠스틱 기타 등의 아날로그 재료와, 보코더와 신디사이저로 대표되는 디지털 재료를 섞어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품는 실험을 시도했다.
아무리 최신의 기술로 포장이 되어 있다 해도, 예부터 자주 듣던 악기들을 활용했으니 익숙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냉담한 듯 냉담치 않은 구조적 작법 위에 팝적 감각을 곁들인 멜로디가 더해져, 아날로그 향취를 물씬 품은 몽환의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만들어졌다.
퍼커션과 베이스, 신디사이저가 주된 라인을 만들고, 피아노와 탬버린이 합세하는 첫 곡 「La femme d'argent」에서부터 그룹의 음악적 특색이 잘 드러난다. 뭉툭한 베이스가 지배하는 「Sexy boy」는 유일하게 앨범에서 강렬한 색채를 내는 곡으로, 국내에서도 광고 음악으로 쓰여 큰 인기를 얻었다.
신디사이저로 단출하게 출발한 월행(月行)은 「Kelly watch the star」에 이르러 청자에게 밤하늘 수놓인 별을 상상하게 하며 듣는 이를 꿈결로 인도한다. 우주적 스케일의 탐험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New star in the sky」의 매혹을 거쳐 「Le voyage de penelope」에 이르러서야 서서히 멈춘다.
에어의 데뷔작은 테크노의 미래를 과거를 통해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일렉트로니카라는 옷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한 꺼풀만 벗겨내면 가장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소리가 웅크리고 있다. < Moon Safari >는 단지 음반으로 뿐 아니라, 온기 넘치는 인간적 소리와 나른하고 몽환적인 소리들로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초대하는 ‘우주여행 티켓’ 또한 되어주었다.
[ Pocket Symphony ] [ Le Voyage Dans La Lu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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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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