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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는 국내 음반계가 망한 증거” - 『문화로 먹고살기』우석훈

최소한,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굶거나 자살하는 일은 없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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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가 23층에서 뛰어내렸다. 2008년에 목동 SBS에서 일어난 비극이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은 ‘문화경제학이라는 주제로...

젊은 작가가 23층에서 뛰어내렸다. 2008년에 목동 SBS에서 일어난 비극이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은 ‘문화경제학이라는 주제로 숱한 현장을 돌아다녔지만 이처럼 안타까운 일은 많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죽음 이후 작가들의 처우는 나아졌을까. 그럴 리가. 더 어려워졌다. 방송 제작비 절감을 명분으로 PD가 직접 대본을 쓰는 일이 일어났을 정도니까. 저자는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의 죽음도 ‘사회적 타살’이라 명명한다.



경제학자 우석훈이 새 책 『문화로 먹고살기』에서 전하고픈 바는 무엇일까. 경제학자의 눈으로 문화를 들여다 보는 이 책에서, 그는 “한국 사회가 토건 중독에서 벗어나 건강한 문화 생태계를 가꿀 수 있는 방법”“지금보다 2배 더 많은 청년들이 문화로 먹고살 수 있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한다. 그리고 왜 젊은 문화인들이 파업하지 않는지, (‘미국작가길드’의 “Pencil down means channel down.” 구호를 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을 위해 파업 외에 다른 수단이 없음도 주장한다.

그의 책 제목이 역으로 증명하듯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잘 살기’가 아니라 ‘먹고 살기’를 고민하는 세대다. 영화감독, 배우, 방송국 PD 등 어느 분야를 놓고 봐도 20대가 진입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임을 부정할 수 없다. 송파도서관에서 열린 창간기념 좌담회에서 그의 목소리를 빌어 ‘2003년 이후 문화 현황’을 들어보았다.

안타깝고 우울한 내용이지만 재치있고 정교한 강연 스타일 덕에 일단, 실컷 웃었다. ‘망해간다, 망했다, 얜 이미 죽었다’의 연속인 우리의 현실이 그렇게 웃길 수 있다니! 최근 그의 행보인 <나는 꼽사리다> 팟캐스트 출연에서 보여지듯, 요즘 그의 모토는 “웃자. 그리고 다함께 논의하고 대안을 찾자”일까. 확실한 건, 2011년 대한민국의 키워드는 ‘해학과 풍자’, 맞다.

음악으로 먹고 살고 싶었어요. 소위 ‘딴따라’가 될 수도 있었던 건데요. 대학원 입학시험에 하필 ‘피아노 실기’가 끼어 있지 않았다면요. 연세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신입생의 마음을 송두리째 유혹한 건 국악 동아리였어요. (당시, 소설가 김영하가 같은 동아리였죠) 내심 국악 대학원을 가고 싶었는데, 아니, 대체, 왜 피아노? 단숨에 접고 파리 8대학으로 경제학 공부를 하러 떠나게 됩니다. 그 곳에서 정리한 경제학 노트를 정리해서 국내에 소개했고 그 노트 몇 권이 제 문화경제학 연구의 시발점이 됐죠.


먹고 살 수만 있다면 누구나 일하고 싶어하는 문화계,
그러나 현실은 …



생태경제학과 문화경제학의 비슷한 점이라면 두 학문 다 ‘잘 안 되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것? 거칠게 예를 들어보자면, 저어새를 연구한다고 쳐 봐요. 저어새 한 마리 박제하면 30만원가량 돼요. 어느 지역에 발전소가 들어서서 저어새가 멸종될 위기에 처했다면, 저어새의 총 가치를 계산해서 발전소로 생길 이익과 비교해 보는 거죠. 문화경제학이라면 홍대 앞 인디밴드가 저어새와 비교될까요.

“걷고 싶은 거리? ‘굽고 싶은 거리’ 만들자는 겁니까?” 홍대 앞 인디밴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걷고 싶은 거리 만들 때 전 반대했어요. 건물 임대료가 올라가는 건 당연지사인데, 대체 그 임대료를 누가 감당하겠어요? 대형 고깃집밖에 안 남아요. 대학로도 연극거리 만들지 말았어야 해요. 오랫동안 지켜 온 극단이 3층짜리 호프집에 밀려 떠나는 것, 숱하게 봤죠.

2003년부터 문화는 지속적으로 망해 왔어요. 한 집에서 3년에 음반 1장 삽니다. 볼까요? 작년 가구당 음반 구입 월 지출액이 달랑 300원이니, 1년이면 약 4천원, 3년이면 CD 1장 값이 모을 수 있죠.
‘백만 장 시대’의 마지막은 GOD의 「길」이었죠. DVD도 1000장이면 ‘대박’ 소리 들어요. (그런데 가정용 홈씨어터 보유는 백만 가구가 넘는다는 아이러니!) 2-3000장을 팔아야 손해는 안 보는데, 보통 이삼백 장 팔리고 땡이죠. 길거리에서 ‘정품’ 딱지 달고 팔리는 것들 정품 맞아요. ‘떨이’라서 그렇지.

‘나는 가수다’에 난다 긴다 하는 가수들 나오죠? 이거 절대 신나실 거 아니예요. 음반계가 망한 증거라니깐요. ‘나가수’는 예능 프로니까. 가수들이 토크쇼같은 예능 나오는 것들도 음반 시장이 깨졌기 때문이고요. 마이클 잭슨이 오프라 인프리 쇼 나와서 신세한탄하고 그러지 않았었잖아요.

웹에 고양이 사진이 많이 보여요. 카메라 구입비와 애완동물 구입비는 증가했으니까. 맞다, 엥겔지수도 늘었어요. 맛집 즐겨들 가니까요. 농담으로 ‘대한민국은 사람의 나라인가, 돼지의 나라인가’라고 하는데요.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책은 덜 봐요. 그 시간에 카메라 들고 고양이 찍고, 음식 찍고.

전자책은 줄 치는 맛이 없어서 싫대요. 우리 나라 중고등학생 필기류 판매는 세계 1위인데 다색으로 치면, 전무후무 완벽하게 1위일 걸요. 외국에선 보통 3색 볼펜, 5색 볼펜 한 자루 들고 주구장창 쓰는데 우리 나라 애들 대단해요. 미친 듯이 공부를 시키니까 애들이 색색깔 바꿔가며 줄치는 맛으로 버티는 거죠.
그런데 졸업하고도 이 습관이 사라지지를 않아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책에 줄치는 걸 좋아하세요. 그야말로 ‘손이 발달한’ 민족이죠. 줄치고 메모하고 접고 싶어서 종이책 사는 사람이 실제로 많아요. 그래서인지 ‘전자책’ 담론이 시작되면서 “책은 죽었다.”라고 예상들 했었는데 종이책이 아직 선전 중이예요.


자기계발 도서는 부적, 사회과학 도서는 우표


된 놈은 대박인데, 안 된 놈은 망했죠. 소설계는 규모는 커졌으나 ‘대박’과 망하는 책의 양극화가 극심하고, 사회과학계는 매출이 10분의 1로 떨어진 뒤 회복이 안 되고 있어요. 글 좀 쓴다는 말을 들었으니까 저도 ‘소설 써 봐라’는 조언을 받았는데 그냥 경제학 했거든요. 굶어죽는다며 다들 말렸는데, 워낙에 말리면 더 지르는 스타일이라서.

자기계발서적은 ‘부적’과 비슷해요.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한 권 사 두면 좋지 않을까” 하는 거죠. 서양에서는 우울증으로 병원에 가거나, 심리상담사에게 가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점집이나 교회에 가잖아요. 자기계발서도 교회나 접집의 대체제로 사시는 분들이 꽤 있으신 것 같아요. “불안하니까 사는 거다.”

사회과학서적은 우표 시장과 닮았어요. 소비자가 적지만, 일단 사시는 분들은 시리즈로 모으시죠. 한 저자의 모든 저작을 구매하시거든요. 이런 시장은 저자로 진입하기 어려워요. 애호가들의 시장이라 데뷔하기 힘들죠.
초보 저자에게 약간의 팁을 드리자면, 이도 저도 아니라면 차라리 ‘문제작’을 쓰세요. (첫 책이라 잘 팔리진 않겠지만) 좋은 책 볼 줄 아는 도서관 사서들이 구입해서 도서관에 비치해 주시고, 그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하고요. 그러면 두 번째 책을 계약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우리나라는 그래도 자국에 사회과학 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것 중요해요. 일례로 대만은 자국 시장이 없어요. 자국 출간이 적고, 수입 서적도 적죠. 태국, 모로코, 아프리카 국가들도 마찬가지고요. 모국어로 자신의 나라를 분석하는 일은 큰 의미가 있고, 우리는 그걸 하고 있죠.

영화 <도가니>를 보고 희망이 생겼어요. “제대로 된 메시지가 있으면 관객이 드는구나.” 출판에서는 어떤 책이 『도가니』같은 역할을 할지 잘 모르겠어요.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만 잘 되고 나머지는 오히려 줄었으니, 큰 놈만 잘 되고 다양성과 깊이 면에서는 부족했던 한 해였어요.


이제, 진짜 우울한 이야기 시작할게요. 영화판 얘기. 영화는 2007년까지는 어찌어찌 버티다가 ‘스크린쿼터’ 반으로 줄이면서 규모가 축소됐어요. 한국 영화는 많이 나오지 않느냐고요? 지금 영화판은 ‘바겐세일’이에요. 물건은 많이 파는데 소득은 적죠.
드라마는 잘 되냐 하면 것도 아니예요. 한류 바람으로 좀 흥해 볼까 했더니, 방송국에서 ‘이게 돈이 되네’ 싶어서 수출분을 모두 가져가 버리는 구조가 됐어요. 만든 사람들이 영업까지 직접 뛰기 전에는 돈 만지기 힘들어진 거죠. <겨울연가> 이후로 창작자가 돈 번 거 별로 없어요.

정권 바뀌면 문화도 바뀔까요? 이 정권 이후에 영화가 살아있을지가 가장 큰 문제에요. 멕시코는 FTA 후에 영화가 망했고, 브라질도 직배사 수입 이후 망했죠. 룰라 대통령이 영화 살리려고 몇 년 노력했지만 불가능했어요. 판이 한 번 죽으면 다시 살아나기 어려워요.
만약, 미국 영화사가 국내에 진입해서 한국 감독, 한국 배우 기용해 영화 만들면 ‘수출’로 집계가 돼요. 정부에서 수출 늘린다고 추진할 수도 있게 되는 거죠.


지난 10년 동안 어려워진 분야는 문화 뿐만이 아니다. 농업, 과학기술, 언론과 정당 등 거의 모든 분야가 어려워졌다.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를 버리고 돈만 좇고 수출이 최고라는 도그마에 매달리다 보니 공공이든 시장이든 대부분의 영역이 어려움에 직면했다. 우리 시대에 농업을 지키는 일과 문화를 지키는 일은 결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농업을 죽인 사람과 문화를 죽인 사람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작동 메커니즘으로 보아 과학기술을 토건으로 변질시킨 사람과도 다르지 않다. 문화 생산자가 농업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할 때, 한국 농민들도 문화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할 것이다. (책 p.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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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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