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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적 사운드 청취의 흥미로움, 샤이닝 〈IX〉
샤이닝(Shining) 〈IX: Everyone, Everything, Everywhere Ends〉
스웨덴 출신, Suicidal Depressive Black Metal의 기수, 샤이닝은 리스너에게 비관적 사운드 청취의 흥미로움을 다시 한 번 선사했다.
큰 변화는 없었지만, 여전히 자극적이며 황홀하다. 스웨덴 출신, 수어사이덜 디프레시브 블랙 메탈(Suicidal Depressive Black Metal)의 기수, 샤이닝은 리스너에게 비관적 사운드 청취의 흥미로움을 다시 한 번 선사했다. 이들이 표현하는 음악은 블랙 메탈의 서브 장르 중 하나로서, 자살, 염세주의 등을 주 테마로 하며 사운드는 물론이거니와 앨범 아트, 가사만 봐도 그 절망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다.
샤이닝은 밴드의 창립자이자 프론트맨인 Niklas가 수려한 송라이팅과 더불어 20년 가까이 밴드를 굳건히 운영해나가고 있으며 스웨덴, 노르웨이를 넘나드는 수많은 북유럽 블랙 메탈 장인들이 거쳐간 바 있다. 3집인 < III - Angst - Sjalvdestruktivitetens Emissarie > 부터 앨범 타이틀 앞에 로마 숫자를 표기했으며, 모든 정규 앨범들은 6곡으로 구성했다. 또한, 5번째 트랙은 항상 연주곡으로 배치하는, 이들의 사운드와 마찬가지로 다소 병적인 결벽을 자랑한다. 이 결벽을 이번 앨범에서는 약간 누그러뜨린 게 연주곡의 배치를 첫 번째 오프닝 곡으로 한 점이다. 가벼운 형식의 변화일 뿐, 항상 그래왔듯이 지옥도를 보여주는 사운드로 일관한다.
고요한 가운데 드라마틱한 전개를 수놓는 오프닝 「Den Patvingade Tvasamheten」을 시작으로 그 광기는 발산된다. 어쿠스틱 사운드에서 귓속말하듯 읊조리다가 브루털하게 가사를 내뱉는 「Framtidsutsikter」는 한껏 감성적인 무드를 뽑아내는 가운데 그로테스크함을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앨범에서 가장 메탈릭한 넘버라 할 수 있는 「Manniskotankens Vagglosa Rum」는 스트레이트한 리프와 질주하는 블래스트 비트, 멜랑콜리한 어쿠스틱 멜로디, 템포를 넘나드는 변박으로 완급 조절이 훌륭하다. 앨범의 피날레를 장식한 「Besok Fran I(ho)nom」은 강렬한 블랙 메탈 어프로치인 가운데 흐드러진 아르페지오로 감성의 끈을 놓지 않으며 보컬 Niklas의 광기는 극에 달한다.
전작들에 비해 큰 스타일적 변화는 없지만, 그 절망과 혼돈의 깊이는 더욱 심화되었다. 보컬과 연주 스타일 모두에서 폭넓은 스펙트럼을 뿜어낸 본 앨범은 이들의 디스코그래피 중 손에 꼽힐 만한 수작이다. 음악 자체가 자살을 주제로 다루며 자해적 면면을 보이지만, 음악과 달리 신선한 창작물을 쉼 없이 발표하는 아이러니컬함이 각별하다. 다음 앨범의 '10번째' 퍼즐이 기대된다.
2015/05 윤석민(mikaelopeth@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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