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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로 지내는 것이 불만이라면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회사에 다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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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에 출연하는 박명수는 자신이 이 인자라고 말한다. 탁월한 일인자 유재석의 옆에 서 유재석에게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고, 그가 하자는 대로 따른다.

 

 

 

격주 월요일,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추천하는 심리책 이야기, ‘하지현의 마음을 읽는 서가’가 연재됩니다.

 

 

무한도전에 출연하는 박명수는 자신이 이 인자라고 말한다. 탁월한 일인자 유재석의 옆에 서 유재석에게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고, 그가 하자는 대로 따른다.  그가 없으면 자기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유재석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것 같거나, 박 명수 본인이 무한도전에서 한 방 터뜨리거나 다른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으면 “나도 일인자가 되고 싶어. 십 년째 이게 뭐야!”라면서 노골적으로 야심을 드러낸다. 한편 동시에 같이 출연하는 정준하, 정형돈등이 주목을 받는 것을 강력히 견재하는 것으로 지금의 이 인자 자리를 지킨다. 이런 포맷은 고스란히 타 방송국의 해피투게더에서도 재연된다. 박 명수는 한때 단독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여러 개 시도했다. 그러나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예능프로그램에서의 이 인자 포지션은 더욱 도드라지고, 한 편으로 사회의 축소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돌아보면 사회에서 수 많은 이 인자들을 만난다. 일 인자가 넘사벽(!)으로 탁월한 경우도 있고, 그저 나이가 많아서, 경력이 오래되어서 일 인자라고 여기는 일도 많다. 그래서 인터넷에는 똑부, 똑게, 멍부, 멍게(똑똑한데 부지런, 똑똑한데 게으른, 멍청한데 부지런, 멍청한데 게으른)로 상사를 분류해서 분석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일 인자는 일 인자다. 세칭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자리가 깡패다’. 그러니 이 인자는 일 인자를 넘보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 인자는 샌드위치다. 일 인자를 언젠가는 넘어서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사람들을 쳐내고 최소한의 자기 위치만은 고수해야 한다. 그리고 당장 넘어설 것이 아니라면, 일 인자와 힘들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한다. 하기 싫은 일이라도 그가 원한다면 앞장서서 하고, 아래를 향해 악역을 자처 한다. 그럴 때마다 확 집어치우고 싶지만 아직 실력은 안되는 것 같아 저지를 자신은 없고, 아직 이 인자가 가질 수 있는 과실의 안온함은 놓치고 싶지 않다. 이럴 때 딜레마,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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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답을 엉뚱한 책에서 발견했다. 엄청난 통찰을 가진 경영 구루나 혁신적 사업을 성공한 CEO가 쓴 책이 아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오시이 마모루가 쓴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회사에 다니나』(부제: 영화로 읽는 직장생활 바이블)에서 이 인자의 나아갈 길에 대해 무릎을 탁 칠 혜안을 찾을 수 있었다. 오시이 마모루는 1951년생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공각기동대’등을 만들었고, 영화 <아바론>을 만들었다. 그가 오랜 기간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만들면서 경험한 사회생활의 진수를 재미있게 본 여러 편의 영화를 소재로 하여 자기 경험을 녹여 이야기로 풀어냈다. 그는 영화일이나 직장생활이나 그 진수는 같았다고 단언한다. 30년동안 쉬지 않고 영화감독으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확고한 승패론 덕분이었는데, 그것은 ‘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알고 보면 ‘지고 싶다는 유혹‘이 내면에 강하게 존재한다. 지고 싶다고? 그게 말이 되나?  그는 말한다.

 

“패하는 것만큼 마음 편한 일은 없다. 패배하고 난 다음에 홀가분하게 패배의 씁쓸한 맛을 음미하는 것만큼 강한 유혹은 없다. 왜냐하면 한 번 이기면 끝없이 또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긴다는 것은 끊임없이 계속 이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나, 한 번 패하면 좌절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평생을 자기연민속에 살아도 된다. 그 정도로 패배의 꿀맛은 달콤하다”

 

그럴 듯 하다. 이런 식으로 그는 무능한 부하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칭찬은 고래도 춤을 주게 한다’라면 칭찬과 동기부여를 하라고 하겠지만 그는 ‘선택의 여지를 주지마라’고 한다. 그리고 태업은 회사원의 죄악이 아니라 ‘회사원의 최종병기’이며,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답하는 것이 아니라 ‘묻지 않는 말에는 답하지 마라’고 가르친다. 이를 ‘머니볼’, ‘007 스카이폴’,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라이언 일병 구하기’같은 우리도 많이 본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하면서 자신이 감독을 하면서 경험했던 일들에 대비해서 회사생활에 적응해나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역설적인 내용들을 그럴 듯하게 말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슴에 와닿은 일은 “하고 싶은 일은 질리지 않는 일”편에서 “이인자일수록 마음이 편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자신이 자타공인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의 이 인자라고 고백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미야자키 하야오를 언제 꺽을 것이냐”고 묻는다. 그는 쿨하게 자신이 이 인자임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그는 지브리 스튜디오를 부러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미야자기 하야오가 은퇴하면 문을 닫을 게 뻔하다고 단언한다. 그곳에서는 오직 미야자키 감독을 위한 작품만을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다. 왠만한 스튜디오에서 몇 년 일을 하면 다른 곳에 가서도 바로 적응을 할 수 있지만, 그곳은 너무나 세분화된 작업공간이라 뛰어난 사람은 좁은 영역에서 뛰어나지만, 다른 사람들은 좀처럼 위로 올라가지 못한다. 미야자키 감독 혼자만 영악한 백수의 왕이고, 지브리 스튜디오는 그를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초원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그저 이 인자일 뿐인 자신이 사는 방식을 소개한다.

그는 영국의 스파이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맨’의 스마일리라는 등장인물을 소개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인자가 차라리 낫다고 주장한다. 물론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서 가능한 거기서 일 인자가 되기를 사람들은 꿈을 꾼다. 그러나 오시이 마모루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는 것은 좋은 일이나 굳이 꼭 일 인자가 되고, 왜 항상 승리해야하냐고 묻는다. 승리가 삶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앞에서 ‘지지 않는 것’이 ‘승리를 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좋은 하는 일을 하라는 것은 질리지 않는 일을 하라”는 뜻이고, 이는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는 일을 찾으라는 것이라 말한다. 재능을 찾겠다고 해메고 다니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한다. 그 자신이 영화감독을 삼 십년간 할 수 있었던 것은 성공하고 일 인자가 되면 수영장이 달린 집에 살면서 여배우와 스캔들을 낼 수 있고, 많은 이들이 우러러 보는 존재가 될 것이라는 욕망의 힘이 아니었다고 단언한다. 또 경쟁자에게 이기고 일 인자가 되기 위해서 안달복달 한 것이 30년 감독생활을 지속할 원동력이 아니었다. 그는 다른 것은 모두 싫증이 났지만 영화만큼은 그렇지 않았고 지금도 질리지 않는 것 하나 였기 때문에 오래할 수 있었다고 얘기한다. 이미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질리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 이제 거기서 일인자, 이인자는 무의미해진다. 일 인자를 넘어서는 것이 지상 목표가 될 이유가 없다.


더 나아가 그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란 걸출한 일인자가 있는 덕분에 순탄한 길을 걸어왔다고 고백한다. 아무도 일인자가 되기를 기대하지 않으니 역사에 길이 남을 대박작품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남들은 모두 언제 그런 훌륭한 작품을 만들 것이냐고 묻지만, 그는 일인자와 이인자는 가는 길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마치 감독과 조감독, 감독과 코치와 같은 다른 영역이라고 말한다. 코치가 꼭 유능한 감독이 되는 것은 아니고, 그 전 단계가 아니듯이, 이인자란 일인자를 대신하거나 그가 없을 때를 대비한 존재가 아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면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일을 할때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편하게 소통을 할 수 있다. 내가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하고, 욕망을 드러내면 상대도 힘들고, 본인도 많은 것을 신경써야한다. 이인자이기에 완벽주의적 강박에 빠지지 않을 수 있고, 프로젝트마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에만 신경써서 하면 된다. 밖에서보면 게으름을 피우는 낙천주의자 같아 보일 수 있다. 이와 같이 아무일도 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모든 일에 목숨을 걸 이유는 없고, 매번의 싸움에 승리를 해야만 하는 것은 참으로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은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렇게 이 인자로 포지션을 잡으면 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하고, 지지 않는 것을 목표로하고 행동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시야를 넓힐 수 있기에 어떨 때에는 차라리 가장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아마도 오시이 마모루 정도 되는 확고한 이 인자이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이 지금 이 인자에게 머무른다고 자책하면서 안달복달하는 사람들에게는 오시이 마모루의 이런 조언은 숨통을 터주는 기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일 인자의 고독과 승리에 대한 부담은 간혹 인생의 관점에서보면 저주일 수 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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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회사에 다니나 : 영화로 읽는 직장생활 바이블오시이 마모루 저/박상곤 역 | 현암사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해온 영화감독 오시이 마모루는 영화를 볼 때 무슨 생각을 할까? 30년 동안 자기만의 분야를 구축해 조직을 이끌어온 그는 영화를 보면서 항상 승부에 대해 생각한다고 고백한다. 그에 따르면 몇몇 영화는 회사라는 조직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마치 모자관계같이 끈끈한 007과 보스 M의 사수-부사수 관계에서부터 라이언 일병을 구하러 나선 대위가 자신의 부대와 라이언 일병 모두를 구하기 위해 펼치는 전술 등은 곧 ‘회사에서 살아남는 법’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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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회사에 다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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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직장인이 봐야 할 가장 좋은 교과서다”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오시이 마모루가 들려주는 조직에서 살아남는 법!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해온 영화감독 오시이 마모루는 영화를 볼 때 무슨 생각을 할까? 30년 동안 자기만의 분야를 구축해 조직을 이끌어온 그는 영화를 보면서 항상 승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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