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도 연애도 잘하고 싶은 서른즈음 여자들에게! - 『언니의 독설』
직장생활 잘하고 싶어? 언니에게 물어봐! ‘괜찮아 잘좀 해봐 기집애야’
서른을 막 넘겼지만 확실한 자리를 잡은 것도 아니고,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연애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골치 아파하는 친구들이 주변에도 많이 있다. 갓 직장을 잡은 사회 초년생이라면 적당히 잘못해도 모두 봐주고 오냐오냐 해주는 분위기가 있지만, 별 생각 없이 서른이 되어 버리면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사실 알고 있는 것도 별로 없는데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단 말인가!
원래 같으면 잘 넘겨보지 않았을 책이다. 안 그래도 다들 눈에 불을 켜고 사는 세상에 독설이라니 너무 무섭다. 게다가 평소 귀가 얇은데다, 언니 이야기이라면 일단 경배하고 보는 성정이라 게일 에반스의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해라』와 『그녀가 승리해야 우리가 승리한다』를 4년 전 마지막 회사 생활을 할 때 읽어 본 이후로는 이런 커리어 우먼의 충고에는 거의 손대지 않았다. 4년 전 직장 생활을 정리하면서 다시는 조직생활을 하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했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그 결심은 잘 유지되었는데, 그것은 내가 굳게 결심해서가 아니라 취업난이 워낙 심각해 서른 전후의 나이도, 커리어도 어정쩡한 여성을 받아 줄 직장이 몹시 드물었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아르바이트를 계속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왔다갔다했다. 살그머니 이력서도 넣어 봤지만 서류통과도 하지 못한 적이 빈번했다. 더 늦기 전에 직장을 잡아야 하는가 그냥 주머니에 먼지만 나오면 나오는 대로 살아야 하는가, 그런 고민을 몇 년 하면서 다행히 주머니에 먼지 갖고도 대강 사는 법을 터득해 대강 지내다가 작년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로는 먼지 가지고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목회를 하시느라 경제력은 없는 아버님이셨지만 형제도 없이 어머니 달랑 한 분 모시고 사는데 나 혼자 보헤미안이랍시고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 각고의 노력 끝에 몇 년 만에 취업에 성공했다. 그러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 프리랜서라고 프리하게 지낼 거라는 것은 대체로 사람들이 많이 하는 오해인데, 회사에서는 총무부와 영업부와 실행 부서가 다 함께 하는 일을 나 혼자 관리하는 것이 프리랜서다 보니 그렇게 프리하게 지냈다가는 밥 굶기 딱 좋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익숙하지 않던 여러 사람이 같이 해야 하는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그러다가 주부 커뮤니티, 그러니까 노련한 언니들이 많이 계시는 사이트의 추천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천천히 한 번, 빨리 한 번 읽었다.
처음에는 패스트푸드 점 아르바이트, 작곡과라는 전공을 살린 음악 입시 과외, 피아노 학원에 이어 스피치 전문 강사 겸 CEO로 일하고 있는 김미경 씨의 독설은 독설이 아니라 정말 큰 언니가 등을 톡톡 두드리면서 괜찮아 잘좀 해봐 기집애야, 하는 식의 호탕하면서도 다정한 충고다. 게다가 아주 구체적인 게 장점이다. 이를테면 마음을 넓게 가지면 좋은 일이 온다, 식의 너 좋고 나 좋은 거지 식의 뜬 구름 잡는 멘토가 아닌 점이 가장 호감이다. 게다가 독자 타겟 층이 아주 확실하다. 갓 사회 생활을 시작해 야심만만한 20대 초중반 여성도 아니고, 자기 자리를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잡은 30대 후반 여성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서 어정쩡한 고민을 하고 있는 서른 언저리의 여성을 대상으로 말하고 있어 생생하게 와닿았다.
그러고 보니 서른을 막 넘겼지만 확실한 자리를 잡은 것도 아니고,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연애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골치 아파하는 친구들이 주변에도 많이 있다. 갓 직장을 잡은 사회 초년생이라면 적당히 잘못해도 모두 봐주고 오냐오냐 해주는 분위기가 있지만, 별 생각 없이 서른이 되어 버리면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사실 알고 있는 것도 별로 없는데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단 말인가!
김미경 씨는 그런 어정쩡한 아가씨들에게 콕콕 짚어 이야기해준다. 자기 일만 잘 하면 되지라는 여자 분위기를 버리고 제가 그분 모셨습니다, 하는 남자들의 의리 능력을 배울 것, 그렇다고 회식이라면 다 쫓아다니고 못 마시는 술을 마셔서 몸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꼭 가야 하는 회식이라면 미적거리지 말고 가서 화끈하게 있을 때 있는 사람이 될 것, 부장님이라고 꼭 밥 사줘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내와 애들에게 생활비 대느라 사실 주머니가 제일 가벼운 사람인 부장님 차장님께 밥 한 번 쏘는 부하 직원이 되라는 것 등 구체적인 팁이 쏠쏠하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려는 30대 초반일 경우, 의논하고 임신하라는 충고도 신선하다. 또한 임신 휴가 기간 동안 회사에 없어도 있는 것처럼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방법도 평소 강연하듯 수다 체로 적어 귀에 쏙쏙 들어온다. 1권은 주로 커리어 관리 위주이고 2권은 당당하게 연애하는 법, ‘작전주’아니고 유망주인 남편 고르는 법, 그런 남편 다루는 법과 워킹맘의 아이 강하게 키우는 법까지 자신의 알짜 노하우들을 쏙쏙 풀어놓았다. 남편이나 자식에게 큰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2권은 다소 남 이야기 같아 1권을 몇 번 고쳐 읽었지만, 가정과 일 모두 놓치지 싫은 아내 초년생이자 엄마 초년생인 30대 초반 직장 여성들이라면 무릎을 칠 것 같다. 어쨌거나, 전쟁 같은 사회에서 일하는 그대들 모두 파이팅하기를. 이 언니는 독설도 하지 않고 요설도 하지 않는다.
저자 김미경은 19년간 강의를 하면서 수 많은 20-30대 여성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강사로 만났지만 헤어질 때는 누구나의 '언니'가 되었다는 그녀. 직장에서의 차별과 아픔, 워킹맘의 애환과 좌절을 이야기하면서 강의를 들으러 왔던 여성들과 부둥켜 안고 운 경험도 여럿있다는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동생'들인 이 시대의 여성들에게 따뜻한 '독설'을 던진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오래된 캐치프레이즈를 증명이라도 하듯 '88만 원 세대'이자 비주류인 자신의 계급과 사회구조적 모순과의 관계를 '특유의 삐딱한 건강함'으로 맛깔스럽게 풀어냈다 평가받으며 이십 대에서 칠십 대까지 폭넓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에세이스트. 『네 멋대로 해라』, 『뜨겁게 안녕』,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그래도 언니는 간다』, 『불량 소녀 백서』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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