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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국가가 통제하면 나아질까?
『모미지마치 역앞 자살센터』이야기
생존본능이란 가장 기본적인 생명체의 본능을 역행하는 행위인 자살. 이는 인간의 의지가 본능을 제압할만큼 강할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한번 자살의도가 생기면 멈추기가 어렵다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추천하는 심리책 이야기, ‘하지현의 마음을 읽는 서가’가 연재됩니다.
자살을 국가가 통제하면 나아질까?
정신과 강의를 학생들에게 시작하기 전에 하는 이야기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배운 임상의 여러 과와 정신과는 많이 다릅니다. 뇌를 다룬 다는 점에서는 신경과나 신경외과와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와 다른 과 의사의 결정적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엉뚱한 질문에 대개는 답이 없다. (의대생들은 특히 손들고 답하는 일이 드물다)
“병원이라는 곳을 올 때에는 모두가 제발 살려달라고 옵니다. 그렇지만 정신과를 찾아오는 일부는 죽고 싶다고 옵니다. 자기 의지로 죽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을 이해하고 변화시키는 것이란 정말 어려울 뿐 아니라, 의사로써 지금까지 익혀 온 것의 정반대의 호소라서 낯설고 두렵지요”
학생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생존본능이란 가장 기본적인 생명체의 본능을 역행하는 행위인 자살. 이는 인간의 의지가 본능을 제압할만큼 강할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한번 자살의도가 생기면 멈추기가 어렵다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정신과 의사로 일을 하면서 오랜 시간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사람을 만나왔다. 그리고, 몇 명의 자살을 결국 막지 못한 것은 오랫동안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치료를 하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면서 환자, 보호자, 의사 모두 무력감에 빠지게 되는 일반적의 의학적 상황과 달리 자살은 매우 다른 상황이고, 당사자 본인을 제외하고는 그 사람의 의도를 이해할 수 도 없고, 또 그러니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도 없는 경우가 많기에 이 문제는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자살에 있어서만은 금메달 국가이다. 90년대 후반 IMF이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로켓트같이 치솟았다. WHO가 발표한 자살증가율에서 2000년이후 2배이상 증가해서 1위인 키프러스 다음이었다. 그런데, 키프러스는 증가율은 높았지만 자살률 자체가 낮은 국가로 5명수준이었다. 좀 살만한 나라의 모임은 OECD국가 중에서는 단연 1위로 10만명당 28.5명, 총 1만 4427명이 2013년에 사망했고 하루에 40명 꼴이고, 시간으로 따지면 40분당 1명꼴이다. 특히 10-30대의 젊은층의 사망원인 1위다. 지난 몇 년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부에서 전에 비해 파격적으로 많은 예산을 자살예방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다행히 작년부터는 조금씩 줄어드는가 싶었으나, 올해에는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 전문가들의 힘을 빼게 하였다. 그만큼 자살을 막는 것은 개개인에게 다가가 상담을 하고, 의료지원을 하는 것만으로는 미흡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파격적인 길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는 소설이나 만화와 같은 창작물만한 것이 없다. 여기에 매우 참신한 방법을 소개하는 소설이 하나 있다. 미쓰모토 마사키의 『모미지마치 역앞 자살센터』(북스토리)다. 저자 미쓰모토 마사키의 첫 장편소설로 제 8회 신조 엔터테인먼트 대상을 수상했다. 첫 장편으로 홈런을 친 것이다! 평소 조울병과 불면에 시달려왔고 2014년 사고로 사망을 하고 말았다고 한다. 1978년생이고 2013년에 나온 소설이니 30대 중반에 첫 작품을 냈고, 그게 유작이 된 셈이다. 여하튼 이런 기구한 인생을 산 작가라 그런지 소설의 구상도 참신했다.
전직 카피라이터인 34세 도이 요스케는 회사를 그만두고 결국 자살을 결심했다. 자살을 결심한후 노끈을 사서 야산에 올라가거나, 모아놓은 수면제나 농약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모이지마치 자살센터’에 전화를 건다. 그곳은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자살센터로 전국에 47 개가 설치되어 있다. 모든 자살은 국가에 의해 강력하게 통제되고 있으며, 만일 이 곳을 통하지 않고 자살을 하면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까지 엄중한 연대책임을 묻는다. 그러므로 꼭 자살을 결심한 사람은 이곳을 통해서 자살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도이 요스케가 전화를 하고 약속을 잡고 찾아간 것이다. 6년전 설립된 자살센터는 반대파 그룹이 가족을 찾아오겠다고 습격을 하기도 해서 경비원들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고, 높은 벽에 둘러쌓여있으며 문은 철로 되어있다. 담당자를 만나 면담을 하는데, 그들은 자신의 이름을 ‘모미지마치 G4'와 같이 지역명과 번호로 익명화해서 부른다. 그곳에서는 자살을 하기 위해 시간간격을 두고 총 다섯번의 심층면담을 하고, 그동안 그가 한 얘기의 진위를 확인하고 국가가 자살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평가한다. 그리고, 급작스러운 자살로 인해 발생하기 쉬운 재산처분등을 국가가 대신해줘서 법적 분쟁과 혼란의 여지를 없애고, 인간관계도 깔끔하게 정리를 해준다고 한다. 다섯 번의 면담과정은 일종의 숙려기간과 같다.
신청자가 만나는 담당자는 상담자라기보다는 조사원에 가깝다. 그래서 ’왜 자살을 하려고 하는가‘를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이해시켜야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물어보고, 그들이 미리 한 사전의 조사에서 얻은 정보와 일치해야만 한다. 이 과정은 숨기고 싶은 일들을 드러내게 만들고. 무엇보다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에 매번 면담이 끝날 때마다 물어보는 “그래도 자살을 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에 망설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결국 전체적으로 자살률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 이런 국가공인 자살센터의 입법효과다. 이 센터가 만들어진 이유는 범죄를 저지른 후 감옥을 피하기위해 충동적으로 자살을 저지른 사람이 하필 국가의 영웅과 같은 유명인을 덮쳐서 그를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으로 자살의 통제를 국가가 해야한다는 강력한 요구로 법이 만들어진 덕분이다.
이 소설은 이런 배경안에서 도이 요스케가 왜 자살을 결심하게 되었는지에 그의 생각과 삶을 쫓아가는 이야기로 마지막 부분에 상당한 반전도 숨어있다. (그렇기에 위의 내용은 스포일러라고 하기에는 매우 적은 부분에 불과하니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안심하시기 바란다) 이 책을 읽어보면서 들은 첫 번째 생각은 자살에 대한 철학적 이해다. 자살은 개인의 절대적 의지의 발현이다. 삶에 대한 처절한 본능을 찍어눌러 역류를 할 정도로 삶에 대한 희망을 더 이상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거나, 자기 자신에게 마음의 법정이 ‘사형을 판결’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는 한 개인과 연관되 존재하는 가족, 친구, 직업과 같은 직접적 네트워크나, 국가와 같은 광범위 네트워크로부터 분리되어 존재하는 오직 ‘나’만의 사고체계로 부터 나온 독립적 결심이다. 여기에 대한 예외는 오직 분신자살이나 카미카제와 같이 사회적 의제를 표현하거나,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자살일 뿐이다.
그런데, 이 일본 소설에서는 국가에 의한 자살통제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상당히 일본적인 발상이라는 인상이 들었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자살을 어느정도 미화하고, 철학적으로 동의하는 경향이 강한 문화적 배경으로 갖고 있다. 한편으로 국가에 의한 통제를 큰 거스름 없이 받아들이는 면도 있다. 그런 맥락이 이런 발상을 가져오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요새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 주도의 자살예방사업도 반대 방향으로 비슷한 측면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산이 주어지고 인력이 투입된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 자살예방사업을 하고, 지자체별로 자살률 감소가 평가의 지표가 되니 이 부분에 주목을 하고 관심을 갖는다. 그렇지만 실제로 들인 예산이나 노력에 비해서 자살률은 크게 줄어들고 있지 않다. 왜일까? 일각에서는 예산이 아직도 미흡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해야한다.
국가가 주도하는 자살이라는 단일행동에 포커스를 둔 방식은 궁극적으로 한계와 제한점이 있다는 것이다. 자살이란 것은 한 인간의 심리적 상태 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 네트워크의 활성화 여부, 사회적 지원체계, 경제적 자원등 복잡하고 포괄적인 시스템 요소들의 상호작용의 매우 극단적인 결과물의 하나다. 그럴때 자살이란 행위만 막는 것보다는 사회전반의 거시적인 지표들의 향상이 더욱 필요하고 시급한 문제일 때가 많다. 개인의 의지와 심리의 미약함에 원인이 있기보다 가족시스템이 해체되고, 삶의 질의 평균과 보통의 수준은 올라가고, 경쟁은 심화되어 있다는 거시적이고 큰 환경적 영향이 더욱 주요한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 IMF이후라는 특정 시점이후에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급증했다는 것이 주는 증거다. 그러므로 국가가 주도하는 자살센터와 마찬가지로 국가가 주도하는 자살예방사업에 있어서도 미시적으로는 줄어드는 것 같아 보이지만 거시적인 큰 흐름을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인 면이 있다. 실제로 2011년 정점을 찍고 2012년 전체적으로 자살률이 줄어들었지만, 다시 2013년 상당한 반등을 하고 있다. 예산은 더 많이 투입되고 있고, 수 년전에 비해서 자살예방 시스템도 훨씬 잘 가동되고 있는데 말이다. 이렇게 자살이란 행위는 국가가 통제하는 방식은 자살에 국한해서만 집중하는 한 어떻게 하든 동전의 앞뒷면과 마찬가지의 한계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다. 그만큼 자살이란 행동은 결론적으로는 개인의 문제이나, 그 길로 몰고 가는 것은 거대한 사회적, 체제적 담론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세계 자살률 1위는 리투아니아 31.2명이고 이 책의 배경인 일본은 24.4명으로 (2012년 기준) 5위다.
‘모미지마치 역 앞 자살센터’는 읽는 재미도 있고, 뒷부분에 밝혀지는 반전적 요소들이 상당히 흥미로운 면이 많은 소설이다. 엔터테인먼트 대상을 받았을 정도로 읽는 맛이 있는 소설인데, 그와 동시에 이와 같이 우리 사회의 자살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한 생각도 함께 하면서 읽어보면 더욱 책 한 권을 읽는 독서의 가치가 깊고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미지마치 역 앞 자살센터미쓰모토 마사키 저/김선영 역 | 북스토리
자살이 보기 드문 일이 아니게 된 지금, 만약 국가가 자살을 관리한다면? 미쓰모토 마사키의 『모미지마치 역 앞 자살센터』는 이런 상상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자살센터’는 인생에 절망한 사람을 위해서 국가가 설립한 시설로, 다섯 번의 면담을 거치면 합법적으로 자살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이 ‘자살센터’에 주인공 도이 요스케가 면담을 신청하면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삶과 죽음의 가치에 대해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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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미쓰모토 마사키> 저/<김선영> 역11,700원(10% + 5%)
나흘의 간격, 다섯 번의 면담,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한 번의 선택 인생에 절망한 사람을 위한 시설, 자살센터로 초대합니다 자살이 보기 드문 일이 아니게 된 지금, 만약 국가가 자살을 관리한다면? 미쓰모토 마사키의 『모미지마치 역 앞 자살센터』는 이런 상상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다. 이 소설에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