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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의식과 독선의 갑질에 대처하기
『그들은 왜 뻔뻔한가』
이 책 한 권으로 똑부러지는 분명한 대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이런 독선적이고 자의식과잉의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골칫덩이를 만나지 않고 살아가기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격주 월요일,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추천하는 심리책 이야기, ‘하지현의 마음을 읽는 서가’가 연재됩니다.
항공사 오너의 딸이 땅콩 서비스를 이유로 비행기를 회항시켜 사무장을 내리게 한 사건으로 새삼 우리 사회의 일부 특권층의 갑질이 화제다. 도대체 이 사람들 왜 이러는 것일까? 굳이 재벌그룹의 오너 일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사회에서 특권층, 혹은 어느 이상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심심치 않게 이해할 수 없는 안하무인의 행동을 하면서 자기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전혀 인식하기 못한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을 무시해도 되고,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거나 고통을 당하는 것은 나와 상관이 없다”고 여기는 일부의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더욱이 높은 자리에 있거나,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다. 그러니 그들의 행동으로 인한 잠재적 피해자는 매우 많다고 할 수 있다. 꼭 그 정도 높은 위치에 있지 않더라도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저 사람 도대체 뭘 믿고 저러는 거지?’라는 궁금증이 들만큼 독선적이고 자의식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을 만난다. 이 사람들 한 번 보고 다시는 보지 않으면 좋으련만, 만일 같이 일을 하는 사이라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이런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일부 특권층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에서 철학과 교수를 하는 아론 제임스는 이런 사람을 ‘골칫덩이(asshole)'이라고 지칭하고 이들을 역사적, 철학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탐구해서 ’그들은 왜 뻔뻔한가(Asshole, A theory)'(추수밭)이란 책을 출간했다. 외국영화나 드라마에서 여러번 들어본 단어다. 요새 우리나라라면 아마도 ‘십장생’이라고 쓸만한 그런?
그는 골칫덩이를 1) 스스로 특전을 누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조직적으로 그렇게 한다. 2) 이러한 행동의 바탕에 뿌리 깊은 특권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3)이러한 특권 의식으로 다른 사람의 불만에 면역되어 있다고 정의한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습관적으로 새치기하고, 자기 마음대로 대화의 흐름을 끊고, 본인은 무신경하면서도 자기가 무시당했다고 여기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을 한다. 그를 상대하면 쉽게 모욕을 당했다고 여기기 쉬운데, 그것은 그들이 갖는 특권의식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 합리화를 통해 자신이 받아야 할 몫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다른 사람을 동등한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기에 남들의 불만에 반응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타인의 부정적 반응에 피드백을 하면서 무리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최소한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언행을 조심하거나 변화시킨다. 그러나, 이들은 그러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특별하니까’
이 특권의식은 사회적 통념을 기반으로 한 도덕의식에서 벗어난 자기만의 도덕체계를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타인을 자연스럽게 무시하는 태도는 쉽게 분노를 느끼게 하고 혐오감을 일으킨다. 기본적으로 동등한 인격체끼리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그들의 태도는 깊은 모욕감을 준다. 그래서 문제행동에 대해서 정당한 비판이나 합리적 설명을 해도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 자기와 레벨이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머릿속에 집어넣을 가치도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골칫덩이들도 호모 사피엔스로 사회적 존재라 누군가와는 감정적 교류와 동류의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와 비슷한 종류의 특권의식을 가진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서 자기합리화를 극대화하고, 자신들에 대한 비난이 강해져서 살짝 흔들리거나 상채기가 날때에는 서로를 위로하고, 테두리 밖의 ‘하등한 존재’들을 함께 비난하며 독선적 특권의식의 성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저자는 캐서린 왕비와 이혼하기 위해 로마교황과 관계를 끊고 직접 영국 국교회 수장이 된 헨리 8세를 골칫덩이의 역사적 예로 든다. 이후 그는 여섯 명의 여성과 결혼을 했는데, 사이코패스 급의 폭군은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최대한 어떻게든 법의 테두리안에서 행동을 하려고 했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의 권력과 왕의 힘을 이용해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
현대사회에는 대통령이나 수상과 같은 있는 사람들은 주어진 권리 이상의 힘이 자신에게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차베스, 아마디네자드, 처칠, 부시, 베를루스코니등이 그 예다.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않고, 처음부터 해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며, 자신의 이익과 연관된 것이 아니면 정상적인 도덕관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세칭 사이코패스와는 구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하는 일은 정당하다”는 과도한 자의식은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하여 자신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위험이 있다. 저자는 월스트리트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던 투자은행의 금융가들이 독선에 빠져 저지른 행동으로 금융위기가 왔고,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재앙으로 몰아넣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혁신적 금융기법을 사용했을 뿐이고 범법행위를 하지는 않았다고,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결국 은행은 망해서 엄청난 공적자금이 투여되었지만 이로 인해 처벌을 받거나 퇴출이 된 이는 드물다. 도리어 은행가들은 이 정도로 끝난 것은 자기들이 똑똑해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여긴다. 그러니 곁에서 볼때에는 ‘위험하다’라는 느낌보다 ‘뻔뻔하다’,‘화가 난다’는 감정을 더 불러일으킨다.
이런 골칫덩이들을 어떻게 의연하게 대처해 내야할까?
저자는 먼저 이들을 평생 피해서 살아갈 수 없고, 언젠가는 어디선가 만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니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개인적인 회피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하다. 그렇다고 대놓고 싸우기는 힘들다. 그들은 당신들보다 이런 류의 싸움에 능숙하고 이길 수 있는 여러가지 전략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먼저 ‘싸울 자리를 보고 싸울 것’을 권한다. 매번 묵인하고 용인할 수 없으니 때가 오면 권리를 찾기 위해 움직여야한다. 이를 위해 먼저 자신이 분명한 의도와 이성적인 반응을 보여서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주변과 상대방 골칫덩이에게 확실히 알려야한다. “헐!”이라는 한 마디라도 해서 그게 우리 권이리고, 동등한 인간이며, 저항할 수 있는 존재라는 최소한의 의사표현을 해놓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결국 사회적 지위를 위한 싸움이 된다. 체념과 저항의 양쪽을 언제나 오가면서 살 수 없지만 그 중간 어딘가에서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최선의 태도를 찾아내서 버텨나간다. 골칫덩이를 바꾸려하지 말되 자기의 기준에 맞게 협조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다가, 결정적 순간이 오면 제대로 맞서는 것이 현실적인 대처방안이라고 조언하다. 공격하는 상대의 힘을 받아서 그의 힘이 오히려 그 자신에게 가해지도록 하고 공격받는 사람은 부상을 입지 않는 유도의 기술과 같은 마음으로 골칫덩이를 대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길은 단결하고 연대하여 버텨나가며 동등한 존재임을 알리고, 존중받을 이유가 있고, 그들의 특권의식의 허위성을 깨닫게 하고 변화시킬 것이라는 이성적 희망을 갖는 것이다. 저자는 세상의 협력자들의 단결을 통해 불공정한 특권의식으로 가득찬 자들의 놀이에서 벗어나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조언을 하고 있다.
이 책 한 권으로 똑부러지는 분명한 대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이런 독선적이고 자의식과잉의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골칫덩이를 만나지 않고 살아가기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나의 자존감이 심대한 상처를 받고 휘청이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대처해나가고 삶의 태도의 방향을 잡아주는 데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왜 뻔뻔한가아론 제임스 저/박인균 역 | 추수밭
집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사회의 많은 영역에서 우리는 힘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이용하는 모습에 너무 길들여져 왔다. 그래서 당연히 분노해야 할 일 앞에서도 ‘잘난 놈들이 다 그렇지’ 하며 그냥 포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뻔뻔한 행동에 몸서리치지 않는다면 우리도 어느 순간 골칫덩이 대열에 합류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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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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