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때문에 직장생활이 힘들다고?
『서른 살 감정공부』 함규정
지난 7월 23일,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서른 살 감정공부』 함규정 저자의 강연회가 열렸다. 저자는 ‘서른 살’이라는 타이틀에 전혀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며 표지 사진의 레코드플레이어(LP)에 대한 설명으로 운을 뗐다.
직장 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일까? 많은 직장인들이 말한다. “일이 힘든 것이 아니에요. 인간관계가 힘들어요!” 한 커뮤니케이션 업체가 2012년 12월 1333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직장생활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를 조사한 항목에서는 ‘직장 내 어려운 인간관계’가 47%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반대로 직장생활을 행복하게 하는 요인도 물었다. 1위는 같았다. ‘직장 내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41%였다. 두 항목 모두에서 일과 수입 등은 인간관계보다 낮은 순위였다.
“말이 잘 통하고 소통이 잘되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상황이 힘들고 몸이 고되어도 크게 힘들지 않다. 반면에, 맡은 일이 재미있어도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안 좋으면 지옥이 따로 없다. 직장 내 사람들과 소통을 제대로 못하면, 다름 아닌 내가 가장 힘들다.”( 『 서른 살 감정공부』11쪽)
인간관계. 결국 감정의 문제와 직결된다. 내 감정을 모르고,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니 인간관계는 어려워진다. 함규정 한국감성스킬센터 센터장이 ‘감정 때문에 일이 힘든’ 사람을 위해 『서른 살 감정공부』를 펴냈다. 그리고 지난 7월 23일,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강연회를 가졌다. 저자는 ‘서른 살’이라는 타이틀에 전혀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며 표지 사진의 레코드플레이어(LP)에 대한 설명으로 운을 뗐다.
“LP를 세심하게 주의 깊게 조율하면 더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듯이 감정도 마찬가지다. 조직에서 무슨 감정타령이야,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직원 감정 한 명 한 명의 감정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따라 조직의 성과가 달라진다. 지금은 MBA에서도 감성지능을 중요하게 여긴다.”
일상적 ‘멘붕’의 시대, 어찌 하오리까?
이십대 초반부터 육십 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독자들이 참여했다. 일하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어서 감정코칭을 받고 싶은 사회초년생, 회사생활하면서 감정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픈 회사원, ‘욱’하는 감정 때문에 관계와 일을 그르친다는 남자, 직장과 집 모두에서 관계가 어렵다는 여성, 일보다 사람이 힘든 감정노동자 등 많은 사람들이 ‘감정’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저자는 2014년 대한민국 핵심키워드로 꼽힌 단어 하나를 들었다. 직장인들이 입에 달고 산다는 말, ‘멘붕(멘탈붕괴)’. 저자가 꺼낸 한 조사에서도 신입직장인 10명 중 4명이 구직기간보다 입사 후 스트레스가 더 많다고 답했다. 직장인전용 질병도 언급됐다.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화, 짜증), 번아웃 증후군(지침), 369 증후군(무기력). 직장이 아니라 무슨 지옥도 같다.
그런데 이렇게 힘든데 왜 회사에 계속 다닐까. 설문조사에서 1위는 월급을 받기 위해서로 나왔다. 저자는 다시 되물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참고 견디면 다 지나가리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직장생활, 어디나 똑같아!’라고도 말한다. ‘언젠간 그들도 알아줄 거야’ 혹은 ‘감사하자,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직장인에게 감정은 ‘전략’이다. 위로와 힐링이 있고, 현실적 감정 처세가 있는데, 오늘은 후자에 대해 말하겠다. 감정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내 감정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건강, 가족,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직장인에게 필요한 건 뭐? 감정공부!
저자는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을 때, 우선 건강이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특히 타격을 심하게 받는 부위가 신장과 뇌다. 그 다음으로 든 것이 가족이다. 우리는 흔히 직장에서의 감정을 가정으로 가지고 가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쉽지 않다. 직장에서 느낀 감정이 고스란히 가정으로 전이되면서 가족의 감정과 집안 분위기를 결정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중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감정을 다스릴 필요가 있다. 특히 아이는 감정을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저자는 감정을 다스려야 할 셋째 이유로 목표를 들었다. 감정이 무너지면, 목표도 무너진다는 것. 따라서 저자는 감정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감정공부의 2가지 과목을 언급했다. 첫째가 안전한 감정관리, 둘째가 직장 내 감정 전략이다. 감정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태를 먼저 알아야 한다. 힘든 감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에 따라 화를 못 참는 사람이 있고 잘 참는 사람도 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지난 1주일간 가장 강하게 느꼈던 감정 한 가지씩을 옆 사람과 말해볼 것을 권했다. 그리고 왜 그 감정을 많이 느꼈는지도 덧붙이라고 주문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이야기한 사람이 태반을 차지했다.
“누군가가 ‘짜증 나, 힘들어’라고 얘기하면, 어떻게 반응하나. 소중한 사람이라면 왜 그런지 물어봐야 한다. 이 책을 쓰면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회사생활 중 어떤 감정을 갖는지 조사했더니 주로 두 가지를 많이 느끼더라. 스트레스와 화였다.”
스트레스는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 느끼는 심리적?신체적 긴장 상태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과도한 스트레스다.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서적 고갈, 비인격화, 낮은 성과 등의 결과를 낳는다. 그래서 스트레스 관리를 적정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화는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이다. 부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생기는 감정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다스리기 위해 어떤 방법이 좋을까?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하고 화가 날 때 어떤 방법을 쓰느냐가 중요하다. 내 감정을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하고 다스릴까. 효과적인 감정관리 전략을 보면 △상황선택전략 △신체전략 △지원전략 △언어전략 △행동전략 △초점전략 등이 있다.”
우선 도움이 되는 전략을 보자. 잠은 아주 좋은 방법이다. 힘들 때 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 혈액순환이 촉진되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든다. 다만 직장이 아닌 집에서 울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일부 신입사원들은 꾸지람을 들었을 때 상사 앞에서 울기도 하는데, 그것은 좋지 않다. 상사를 당황하게 할뿐더러 조직의 생리상 나약한 사람은 키우고 싶어 하질 않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영국에서는 정신과 의사들이 우울증 환자에게 독서처방을 한다. 그렇다고 아무 책이나 도움이 되진 않는다는 것. 기분이 가라앉을 때 운동 역시 도움이 된다. 우울한 사람의 특징이 있는데, 몸을 움직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감정 관리에 도움이 된다.
반면 속상할 때 술이 최고? 아니다! 저자에 의하면, 술은 약학적으로 흥분제가 아닌 진정제다.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 속상할 때는 되레 술을 마시지 말고 기분 좋을 때 술을 마셔야 한다. 술로서 감정을 관리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방법이다. 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폭식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트레스성 폭식증은 몸에 몹쓸 짓을 했다는 죄책감을 준다. 폭식도 위험한 방법이다. 30~40대 직장인, 특히 남자 직장인의 경우, 스트레스 때문에 담배 피고, 술 마시고, 폭식을 하는 경우가 잦다. 이것은 구렁텅이로 가는 방법이다. 우울할 때의 다이어트도 매우 위험하다. 기분이 다운돼 있을 때는 살을 빼면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강력한 권고다.
“감정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 우울증, 두려움을 나쁜 감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두려움이 때론 우리를 보호하기도 한다.”
직장 내 감정 전략에 대하여
저자는 직장 내 감정 전략에 대한 것으로 이날 강연의 끝자락을 장식했다. 우선 상사에 대한 감정 전략부터 꺼냈다. 상사가 직장에서 부담 없이 표현하는 감정은 ‘화’다. 부하직원들에게 화를 내도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직원들을 육성시키는 방법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반면 상사들이 가장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이 즐거움. 직장에서 긍정적이고 즐거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경망스럽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화를 내는 상사에게 어떻게 대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상사의 감정의 뇌부터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감정의 뇌를 안정시키려면 일단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그에 걸맞은 태도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동료에 대한 감정 전략은 어떠하면 좋을까. 직장동료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이면서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다. 묘한 관계다. 동료에게 가장 자주 느끼는 감정은 질투다. 질투는 다른 사람이 잘되거나 좋은 처지에 있는 것을 공연히 미워하고 깎아내리는 감정으로서 질투의 근원은 부러움과 두려움이다. 고의적으로 감정을 건드리는 동료들이 있는데, 가장 좋은 전략은 여유로움이다.
부하나 후배에 대한 감정 전략도 있다. 의외로 ‘좋은 사람 증후군’에 걸린 사람이 많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래서 부하나 후배가 잘못해도 이를 따끔하게 야단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럴 경우 단호함과 냉철함도 필요하다. 현명한 감정의 달인은 따뜻한 감정과 차가운 감정을 잘 조율한다. 특히 부하나 후배와 사소한 감정싸움을 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부모와 아이가 말꼬리를 잡고 감정싸움을 하면 부모의 급이 떨어지는 것과 같다는 것.
“직장에서 소통을 잘하는 법? 정답은 없지만 핵심은 있다. 감정에 집중해라. 일이 틀어지는 것 같고 문제가 있는 것 같으면 잠깐 멈춰서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 봐라. 날씨가 싫다고 내 마음대로 바꿀 순 없다. 상사의 스타일을 바꿀 순 없다. 내 감정의 처세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감정의 고수는 곧 직장생활의 고수다. 간, 쓸개 다 빼고 직장생활에 갈 순 없다는 점을 명심하면 좋겠다.”
“날씨는 내가 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감정의 기복이 심한 동료의 성향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피를 나눈 부모, 형제도 바꾸기가 힘들다. 함께 사는 배우자나 심지어 내가 낳은 자식의 성향도 바꿀 수가 없다. 그러니 직장 동료의 감정적 성향을 바꾸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서른 살 감정공부』99쪽)
서른 살 감정공부 함규정 저 | 위즈덤하우스
이 책에서는 할 일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은 서른 살 직장인이 어떻게 ‘내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현명하게 다스릴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저자가 실제로 직장인들과 함께 감정을 분석하고 치유한 생생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상대를 비난하는 대신 이해하게 되고, 관계 회복을 위한 계기가 마련되어 보다 즐겁게 직장을 다닐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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