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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전설』 데이비드 밴을 만나다

추한 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픽션이 오히려 진실에 가깝다 아버지의 자살이라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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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8일, 서울 홍대 부근의 한 카페에서 『자살의 전설』 출간 기념으로 저자 데이비드 밴과 독자들이 만나는 시간이 마련됐다. 『자살의 전설』은 프랑스, 스페인, 미국, 영국 등에서 12개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고, 11개국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유럽과 미국에서 좋은 반응과 지지를 얻었다. 이미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됐으며 한국에는 이번에 첫선을 보였다.

작가만남-자살의전설

 

『자살의 전설』을 만나다

 

이날 30여 명의 독자들이 데이비드 밴을 만나기 위해 왔다. 데이비드 밴은 미국에서 떠오르고 있는 현대문학가의 한 명으로 코맥 맥카시와 헤밍웨이의 계보를 잇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자살의 전설』은 아버지의 자살이라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 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작가가 13살 때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10년 간 글을 쓰면서 아버지의 죽음을 이해하려고 했다. 아버지에 대한 속죄 의식을 품고 글을 썼으며 『자살의 전설』은 그 결과물인 소설집이었다. 그러나 탈고를 마치고도 어떤 에이전트나 출판사로부터 선택받지 못했다.

 

작가가 선택한 것은 문학상 응모였다. 수상을 했고, 그렇다고 바로 주목을 받진 못했다. 한 대학 출판사에서 소량의 부수로 출간했을 뿐이고 단 3개의 서평을 받았다. 책이 주목 받기엔 턱없이 부족했음에도 3개의 서평 중 하나가 뉴욕타임스에서 전면에 걸쳐 실림으로써 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데이비드 밴은 이것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다.

 

“작가라면 약간의 운이 필요하다. 슬프게도 전통과 글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책의 서평의 쓴 사람의 아량이 없었다면, 이 책은 지금 20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한국 독자를 만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자살의 전설』이 자신의 가족이 겪은 아픔과 슬픔에서 나온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실화에 토대를 두고 있으되, 저자의 상상력이 덧붙여졌다. 데이비드 밴의 글쓰기는 현대문학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체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를 비롯해 다양한 작가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무엇보다 그는 ‘인간은 사랑하는 사람을 파괴한다’는 요체를 지닌 그리스 비극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고 쓴다고 언급했다. 스스로를 신고전주의 작가라고 칭했다.

 

“나는 그리스 비극을 토대로 쓰는 걸 즐긴다. 인물에 밀착 주시한다. 인물들은 서로 적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본래 가진 무지함과 결함 때문에 그들은 서로를 파괴한다. 그리스 비극은 ‘우리는 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가’라는 불가사의한 것에 대한 것이다. 인물들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행동한다. 그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대체 왜 그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자살의 전설』에 나오는 로이의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한 독자는 우울증에 관한 심도 깊은 연구서이자 에세이인 『한낮의 우울』을 쓴 앤드류 솔로몬이 어머니의 자살을 겪고 아카데믹한 작품을 썼다면, 그가 비슷한 일을 겪고 소설을 택한 이유도 물었다.

 

“논픽션을 쓸 수 없는 이유는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본 아버지, 어머니가 본 아버지가 다르다. 아버지의 마지막 전화를 받았을 때도 동생이 아는 것, 어머니가 아는 것이 달랐다. 서로 모순되고 대립된 각자의 버전을 갖고 있는 거지.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여섯 개의 시각으로 보면서 진실에 다가가려고 했다. 이 소설집의 마지막 소설인 「높고 푸르게」가 실재 사건에 가장 가깝다. 추한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의미 없는 것을 의미 있게 만드는, 그래서 픽션이 오히려 진실에 가깝다는 믿음이 있다.”

 

작가만남-자살의전설

 

가장 존경하는 소설가는 코맥 맥카시


데이비드 밴은 아버지, 자살, 죽음, 글쓰기 등 자신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공유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싸고 한 독자가 소설 내용을 현실에 그대로 대입해 말함으로써 예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시종일관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았다. ‘자살의 전설’이라는 제목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그는 ‘전설(legend)’에 몇 개의 뜻이 있는데, 책에 쓰인 전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뜻이 아닌 ‘범례’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표지 사진은 이갑철 포토그래퍼의 ‘충돌과 반응’이라는 작품으로 그는 한국에 번역된 책의 표지 디자인에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살의 전설』이후 11권의 책을 썼고, 최근 7년간 매년 책을 냈다. 오래 전 썼던 글도 시간의 체적을 통해 새로 거듭나기도 했다.

 

“글쓰기는 실패의 연속인데, 나중에 우연찮게 부활을 했다. 25년 전 썼던 단편이 2013년에 부활했고, 30년 전 15페이지로 썼던 것도 그랬다. 뇌가 숙성해야 소설이 탄생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떤 결말이 될지 그 당시는 예상할 수 없었다. 책도 시간의 숙성이 필요하다. 책을 쓸 때는 목표나 목적을 두고 있지는 않다. 아버지에 대해서도 좋은 아버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아버지가 왜 그랬는지도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있는 그대로의 받아들이는 것이 명상이고, 자기의 한계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의 글쓰기는 독특한 점이 있다. 글을 쓸 때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는 누구도 방해해선 안 된다. 철저하게 자신에게만 주어진 시간으로 그 시간만큼은 글을 위해 집중한다. 한때 그는 채식주의자였으나 요즘은 돼지고기를 먹는다며 한국에 와서 삼겹살을 맛있게 먹었다고 전했다. 신화를 좋아하는 한편으로 육체와 물질에 대해서도 좋아한다는 점도 빼먹지 않았다.

 

“하루 종일 1년 내내 이야기를 만들고, 추한 것을 의미 있는 만들고자 한다. 그런 것들은 우리 삶을 그렇게 만들려고 하는 것과 똑같다. 글쓰기와 삶의 자세는 똑같다.”

 

덕분에 그는 단어에도 공을 들인다. 문장이나 표현, 언어에 흥미가 많다. 그가 공부하고 있는 고어도 읽고, 현재 언어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라고 질투를 느끼지 않는 작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질투가 날만큼 존경하고 좋아하는 작가로 코맥 맥카시를 꼽았다. 코맥 맥카시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아메리칸 웨스턴으로 불리는 『핏빛 자오선』을 그는 첫손에 꼽았다. 또 다른 작품으로 펜/헤밍웨이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 <타임>지가 선정한 100대 영문 소설 중 하나인 메릴린 로빈슨의 『하우스키핑』도 언급됐다. 이 작품은 코맥 맥카시의 것과 달리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고 있으며 이는 미국 문학의 위대한 전통이라고 덧붙였다. 애니 프루의 『시핑 뉴스』도 같은 맥락에서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독자들과 함께한 시간. 출판사는 내년 5월께 데이비드 밴의 새 작품을 낼 예정이라며 데이비드 밴이 출간에 즈음해 한국을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날이 오면 맥주파티를 하겠다는 출판사의 약속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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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전설데이비드 밴 저/조영학 역 | arte(아르테)
어린 시절 겪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30여 년에 걸쳐 이를 아프게 반추할 수밖에 없었던 저자는 마침내 여섯 개의 문을 통해 아버지와의 상상 만남을 시도한다. 첫 번째는 아버지의 죽음(어류학), 두 번째는 아버지의 사랑(로다), 세 번째는 아버지의 부재(선인의 전설), 네 번째는 아버지와의 휴가(수콴 섬), 다섯 번째는 아버지의 여인(케치칸),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는 아버지와의 화해(높고 푸르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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