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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어?

가끔은 의심을 하는 것이 건강한 믿음을 갖는 방법 『믿음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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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파트너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믿음의 관성주행 에서 벗어나 가벼운 의심에 입각한 의식적 관찰의 눈길을 한 번쯤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게 큰 파국을 예방하는 길이 될 것이다.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어?”

 

영미 씨는 술을 한 잔 마시고 눈물을 글썽였다. 2년을 만나온 남자친구 형배가 다른 여자와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영미의 친구 혜승이 전화로 알려줬을 때만해도 긴가민가했다. 그러나 직접 둘이 있는 장소를 찾아가 현장을 보고 나니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팀별 과제가 있어서 오늘은 못 만난다고 했어. 나는 믿었어. 내가 너무 순진한 거였다. 그렇다면 지난 주에 일요일에 가족 식사가 있어서 못만난다는 것도, 밤에 문자를 보내도 몇 시간씩 답을 안보내던 것도 다 딴 애를 만나느라고 그런 거였을까.”


“아마, 그럴지도 모르지. 영미야, 나도 너무 화가 난다”

혜승이 영미를 위로하는 말을 한다고 하지만 별 효과는 없는 것 같아 보였다.

 

“지금까지 내가 믿었던 그 사람과 내가 아는 그 사람, 내가 오늘 본 그 사람이 같은 사람이었을까? 난 참 바보 같았어. 내가 너무 쉽게 믿고, 진지하게 모든 걸 다 맡겼던 거야.”

 

영미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번에 이렇게 사람을 믿었다가 당하고 났기에 한동안은 누구를 새로 만날 엄두를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쉽게 믿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 될 것 같아지는 자신의 마음이 미워졌다. 이럴 때 영미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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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믿음이란 것의 정체에 대해

 

나는 영미가 일단 믿음의 본질과 정체에 대해서 알아나가야겠다 생각한다. 상처가 아무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언가를 믿는다는 행위가 무엇인지, 왜 이렇게 믿음이 흔들리면 모든 것이 다같이 혼란스러워지고 짜증이 엄습하며 한편으로는 불안하고 두려워지기까지 하는지 알아야 한다. 알면 덜 아프니까, 또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피할 수 있을테니까.

 

그런 맥락에서 영미에게 필요한 책은 『믿음의 배신』이다. 저자 마이클 맥과이어는 캘리포니아 대학의 정신과 명예교수다. 그는 정신과 의사로 일을 하다가 가진 근본적 의문들을 영장류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을 통해 해결해보려는 독특한 시도를 했다. 그는 십수년 동안 오지에서 영장류를 관찰했고, 또 하버드 의대등에서 영장류 연구시설의 책임자로 20년간 재직한 바 있다. 

 

『믿음의 배신』은 그가 자기 부모가 진짜 부모가 아니라는 굳은 망상적 믿음을 갖고 살아가는 환자를 상담하면서 어떻게 해도 그를 설득할 수 없고, 또 왜 그 환자가 그런 믿음을 가졌는지 이해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결국,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 연구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과감히 휴직을 한 후 카리브 해의 세인트키츠네비스 섬으로 가서 버빗 원숭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서히 인간의 믿음이란 것의 정체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맥락에 대해 깊이 파고들었다.

 

믿음이란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신뢰나 확신을 지닌 정신 상태 혹은 사고방식‘이며, ’어떤 대상을 진실, 진정한 것, 실제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 사전적으로 정의한다. 이때 믿음을 증거로 뒷받침되는 것과 아닌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한 사람의 믿음과 그 믿음을 뒷받침해주는 증거 사이의 거리를 ’믿음의 간극(belief divide)'이라 한다. 간극이 넓은 경우는 믿음을 지닌 당사자가 그 믿음을 정당화할 정당한 증거를 찾을 수 없는 경우다. 예를 들어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전까지 유럽인들은 신대륙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일상생활에서 간극이 넓어지면 불안해고 스트레스를 받는 반면 간극이 좁은 경우 자신감이 생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든 믿음의 간극을 줄이려고 노력을 하며 그와 관련한 증거들을 수집하려고 애쓴다. 혹은 간극을 벌릴 만한 증거들은 무시하거나 받아들이지 않기도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믿음은 사회적 학습과 개인적 경험에 의해 형성되는데, 삶의 존재 깊숙이 스며들어서 습관, 성격, 감정, 사회적 행위에 영향을 준다.
 

믿음의 6가지 기본 오류

 


모든 믿음이 진실은 아니기도 하다. 예를 들어 1953년 아스완댐을 건설할 때 사람들은 이 댐이 나일강 일대의 배수시스템을 개선해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댐이 도리어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페르니쿠스 이전까지 사람들은 당연히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가 존재한다고 여겼고, 그 누구도 그 믿음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아마도 당시 일부의 사람들은 “아닐지도 몰라”라며 작은 증거들을 제시했을 것이다. 그런, 더 많은 사람들은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다. 머릿속의 믿음과 생각이 사물을 관찰하고, 증거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똑똑한 사람일수록 이상한 믿음에 집착을 하기 쉬운데, 그 이유는 자신이 지닌 기존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이고, 그게 실패로 드러난다고 해도 꽤 오랫동안 합리화하는데 골몰한다.

 

저자는 토머스 키다의 ‘생각의 오류’를 인용해 믿음의 6가지 기본 오류를 소개한다.

 

1) 객관적 통계보다 이야기로 짜여진 것을 좋아한다.

2) 이미 지니고 있는 믿음과 추론이 옳다고 확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3) 어떤 사건을 해석할때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4) 종종 세상을 잘못 인식하고 오해한다.

5) 사물이나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6) 우리의 기억체계는 불완전하다.

 

이같은 오류가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믿음체계에 일차적으로 의존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편리하고 에너지가 덜 들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믿고 있는 것을 확인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안정이 된다. 그리고, 강한 믿음 시스템에 맡겨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은 뇌의 에너지비용이 매우 적게 든다. 믿고 있는 일이라면 별다른 에너지 소모없이 그 시스템대로 그냥 결정하면 된다.

 

그런데, 만약 믿음체계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뭔가를 새로 결정하고 고민을 하려고 하면 에너지가 많이 들게 된다. 생각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은 뇌의 총 에너지 비용의 60-80%나 차지하기에 어떻게든 인간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하기 마련이기에 최대한 믿음 체계를 구축하고 거기에 맞춰서 자동판단을 하려고 한다. 생각을 하지 않고 믿음에 따라 움직이면 에너지 비용이 극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믿음이 이렇게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에 그 과정에 모호함과 불확실성은 무시하려는 경향을 갖기 쉽다. ‘그럴 리가 없어’, ‘이건 잘못된 정보야’라고 무시하고, 원래의 믿음을 그냥 그대로 가져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마치 한 명의 중국인이 침을 뱉는 것을 보면 “역시 중국인은 공중도덕 의식이 부족해”라고 기존의 믿음을 강화하는데 반해서, 다른 중국인이 매우 깔끔하고 예절바른 행동을 한다면 그것은 “저 사람은 중국인이 아닐거야”라거나 예외라고 인식하려는 것도 이런 뇌의 에너지 비용과 관련한 판단이다.

 

한 번 만들어진 믿음은 점점 비타협적으로 변해간다. 그래야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고, 믿음 속의 안전감과 확신감은 유쾌한 심리상태를 만들어주며 뇌의 에너지소모량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저자는 ‘믿음보존편향’으로 설명을 한다. 대표적인 예가 개인이 갖는 정치적 신념이다. 결국 이런 믿음에 따라 세상을 보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행동을 결정한다.

 

가끔은 믿음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영미가 형배를 믿었던 것은 유쾌하고 안정적인 심리상태를 유지하고, 에너지를 덜 소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서로의 관계가 세칭 ‘썸’을 타는 시기에는 생각도 많이 해야 하기에 에너지의 소모가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쉽게 불안해지고, 긴장을 하고 애를 타는 시기다. 그래서 어떻게든 안정적인 관계로 진입을 하려고 노력을 한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형성되고 나면 관계의 유지에 드는 비용도 많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의 비용을 낮추는 것에만 중요하게 여기다 보면 정작 중요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놓칠 위험이 있다. 형배의 미묘한 행동의 변화를 영미의 믿음 시스템에서는 의미있는 정보로 받아들이지 않고 무시했던 것이다. 저자도 책 말미에 ‘자신과 타인이 믿는 모든 것에 의심을 해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뇌가 기존의 믿음에 의지하고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언제든지 그게 틀릴 수 도 있다는 의심을 하는 것만이 믿음에 한 방 맞는 일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안정적인 커플이라 해도 가끔은 믿음을 의심해보고, 살짝 떠보고, 가끔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 보는 것이 ‘피해의식의 발로’ ‘의처증이나 의부증’의 초기증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것을 ‘믿음의 배신’은 알려주고 있다. 지금 당신의 파트너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믿음의 관성주행 에서 벗어나 가벼운 의심에 입각한 의식적 관찰의 눈길을 한 번쯤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게 큰 파국을 예방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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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배신 마이클 맥과이어 저/정은아 역 | 페퍼민트
믿음은 우리의 존재를 규정하고, 삶을 조직하며,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인간의 경험에 스며든다. 믿음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발전하는가?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작용하는가? 이 책의 저자 맥과이어 교수는 뇌과학과 인류의 진화 역사를 통해 이러한 근본적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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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믿음의 배신

<마이클 맥과이어> 저/<정은아> 역13,500원(10% + 5%)

믿음은 우리의 존재를 규정하고, 삶을 조직하며,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인간의 경험에 스며든다. 믿음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발전하는가?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작용하는가? 이 책의 저자 맥과이어 교수는 뇌과학과 인류의 진화 역사를 통해 이러한 근본적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지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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