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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버그>의 허규, 뮤지컬배우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꿈에 대한 얘기 뮤지컬 <구텐버그>, 배우 허규를 만나다
<구텐버그>는 배우 2명이 20여 개 역할을 소화해내야 하는 만큼 심신이 고달플 수밖에 없는 작품인데요. 게다가 팔팔한 20대도 아니고, 태생이 배우도 아닌 그가 쉬는 날을 인터뷰에 할애하다니! 허규 씨를 만나기 위해 압구정동의 한 카페로 달려가 봤습니다.
보통 배우들은 공연 앞뒤로 인터뷰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공연 전에는 다른 데 신경 쓰고 싶지 않을 테고, 공연 후에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고 싶겠죠. 그래도 인터뷰를 해야 한다면 공연 전에 많이들 합니다. 인터뷰를 위해 쉬는 날을 할애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 배우는 일요일도 공연이고 화요일도 공연인데, 굳이 쉬는 월요일에 만나자고 하는군요. 바로 뮤지컬 <구텐버그>에 참여하고 있는 허규 씨입니다. <구텐버그>는 배우 2명이 20여 개 역할을 소화해내야 하는 만큼 심신이 고달플 수밖에 없는 작품인데요. 게다가 팔팔한 20대도 아니고, 태생이 배우도 아닌 그가 쉬는 날을 인터뷰에 할애하다니! 허규 씨를 만나기 위해 압구정동의 한 카페로 달려가 봤습니다.
“공연 개막 전부터 팬들이 <구텐버그>는 체력극이라고 홍삼을 보내주시더라고요. 힘들긴 해요. 그런데 지금 감기 때문에 목이 안 좋은 것 빼고 체력적으로 크게 힘든 건 모르겠어요. 제가 회복력이 좋은가 봐요.”
브로드웨이 오프 작품입니다. 꿈 많은 뮤지컬 작가 더그와 작곡가 버드가 직접 쓴 뮤지컬 <구텐버그>를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리기 위해 제작자들 앞에서 직접 이것저것 다 해 보인다는 극중극 형식인데요. 배우로서 이 작품의 매력은 어디에 있나요?
“<구텐버그>를 추천받으면서 하고 나면 무척 뿌듯할 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사실 연습 때는 연습량에 치어서 그 생각을 못했는데, 무대에 올라가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요. 배우의 역량을 보여주기에도 좋고, 배우와 관객이 함께 힐링이 되는 해피한 공연인 것 같아요. 저도 공연을 하고 나면 ‘그래, 오늘 꿈꾸자’라며 힘을 얻고, 관객들도 공연 내내 즐기다 끝에는 감동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화려한 무대 장치도 없고 정말 담백해서 관객과의 교감도 훨씬 많고요.”
<구텐버그> 초연 때도 참여했던 장승조, 정원영 씨가 작곡가 버드 역에 허규 씨를 추천했고, 쇼노트 측에서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허규 씨를 섭외했다고 하는데, 버드와 직접 만나보니 어떤가요?
“저랑 아주 잘 맞아요. 실제 허규와도 싱크로율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고요. 버드보다는 제가 까칠한 면이 있지만, 어리숙한 면이나 아직까지 철이 없는 건 비슷한 것 같아요. 음악을 한다는 점도 비슷하고요.”
많은 배우들이 2인극이 1인극보다 더 힘들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 작품은 특별한 무대 전환이나 장치 없이 단지 배역이 써진 모자를 바꿔 쓰는 것만으로 두 사람이 20여 개 인물을 소화해 내야 하는데요.
“맞아요, 저도 이번에 처음 느꼈어요. 예전에 <마마 돈 크라이>를 했는데 1인극이었어요. 그때는 대사량이 훨씬 많았지만 감정을 혼자 끌고 가면 되는데, <구텐버그>는 상대배우한테 잘게 호응해줘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양보다는 타이밍이나 상대와 호흡을 맞추는 게 힘든 것 같아요.”
장승조 씨와 더블이고 김종구, 정원영 씨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상대배우들은 어떤가요?
“원영 씨는 타고난 배우인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재치와 순발력이 정말 좋아요. 종구 씨 같은 경우는 진짜 진솔한, 진정성 있는 배우 같아요. 꾸밈없이 자기감정을 잘 표현하거든요. 제가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실수가 없을 수 없는 작품인데요. 뭐 요즘은 배우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약간의 실수를 하면 더 인간적으로 재밌게 보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실수 많았죠. 얼마 전에는 헬베티카라는 여자 주인공 모자를 바꿔 쓰고 연기를 한 적도 있어요(웃음). 그래도 이 작품은 어느 정도 실수가 용납되고, 오히려 조금은 실수를 하고 틀려야 관객들이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다행히 믿을 수 있는 상대배우가 있고요.”
피노키오 3집 보컬을 시작으로 가수로 활동하다 허규 씨의 독특한 음색과 가창력이 필요한 뮤지컬 작품에 참여해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주로 뮤지션 역할을 하셨죠. <구텐버그> 역시 작곡가 역할이지만 가수보다는 배우 역량이 필요한 작품이라서 이제는 배우로서도 무게감이 생겼다는 생각이 드는데, 스스로는 뮤지컬 배우라고 생각하세요?
“제 성격상, 태생이 가수다 보니까 아직도 배우 소리가 많이 어색해요. 배우라는 말을 들어도 될까, 다른 배우들에게 죄송한 마음도 있고요. 록 보컬이니까 그동안은 록 창법을 구사해야 하는 역할을 많이 주셨는데, 그래서 <구텐버그>에서 섭외가 들어왔을 때 정말 의아했어요. 처음에는 부담이 많이 됐죠. 그런데 지금은 다들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서 자신감 있게 열심히 해보려고요. 이 작품을 통해서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고, 다양한 배역을 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공부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강현민, 이윤만 씨와 함께 밴드(브릭)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일기예보 등 강현민 씨 곡만 생각한다면 과연 허규 씨의 음색과 맞을까 싶은데요.
“기본적으로 음악적인 색이 맞지는 않아요. 자양분이 됐던 음악이 현민이 형은 비틀즈 이쪽이고, 저는 이른바 LA메탈이거든요. 그런데 형이 이 밴드를 처음 제안할 때, 나이도 있고 친구처럼 편한 사람들과 오랫동안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서로 절충하면서 하고 있죠. 멤버들이 모두 브릿팝을 좋아하고, 그래서 저희 음악에도 그쪽 색깔이 많이 나요. 올해 음반도 나왔고, 얼마 전에 소속사를 옮겨서 연말에 공연을 많이 잡으려고 해요.”
음악은 추구하는 게 분명한데, 배우로서도 생각하고 있는 모습이 있나요?
“제가 연기적으로 깊이 생각할 경지는 아닌 것 같고, 추구하는 게 있다면 자연스러움이요. 먼 훗날에는 영화도 찍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각 매체에 맞는 연기를 배워나가되 어색하지 않게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언제나 어떤 역할을 맡아도 ‘참 쟤는 자기 스타일로 잘해’라는 말을 듣고 싶고요. 제가 다른 배우들에 비해 목소리도 특이하고 잘 훈련된 배우도 아니지만, 제 나름대로 소화해 내고 그게 매력이 있으면 좋겠어요.”
참, 배우 신동미 씨와 12월에 결혼 소식 있던데요.
“아, 정말 당황스러운 게 친구로 오래 지내다 정식 교제를 한 게 올 4월이에요. 서로 코드도 비슷하고 연기자다 보니까 도움도 받고,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는 배우자가 제일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여자 친구가 영화 때문에 협찬이 들어온 모양이에요. 그래서 날도 안 잡고 장소만 정해놓은 상태였는데 어떻게 알고 기사가 났더라고요. 기사도 많이 나고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라가고, 아니 우리가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왜 이러나. 팬들은 물론이고 멤버들, 친한 지인들도 몰랐거든요. 덕분에 급진전된 것도 있어요. 여자 친구가 좀 어렸으면 서둘러 안 했을 텐데, 아직은 좀 두려워요(웃음).”
<구텐버그>는 꿈에 대한 얘기입니다. 사실 가수도 배우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어 하지만 이루기 힘든 꿈인데, 이 무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실 말씀은?
“제 코가 석자라 후배들에게 뭐라 할 입장은 아닌데, 많은 배우들이 무대에 서려면 철들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세상 물정 모르고 열정을 퍼붓는 그런 철없음과 무모함이 있어야 할 것 같고요. 하지만 후배들에게 꿈꾸라는 말을 섣불리 못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거든요. 그래도 정말 원하면 누가 못 말려요. 원하는 건 결국 해야 행복하잖아요. 대신 남다른 각오와 노력, 그리고 계속 살아남기 위한 자생력을 갖추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 행복하시죠? 하고 싶은 음악도 하고 연기도 하고, 친구 같은 사람과 결혼도 앞두고 계시잖아요.
“행복하죠. 목만 아프지 않으면 무대에서 즐기면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 최선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람은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행복하다는 말, 대신 그 행복을 지키려면 남다른 각오와 노력, 자생력이 필요하다는 말, 참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양면이겠죠? 오랫동안 공연을 취재했지만 기자에게도 허규라는 인물은 낯설었습니다. 뮤지컬 무대에 서는 가수들이 많다 보니 가수를 인터뷰하는 마음으로 나섰는데, <구텐버그>를 소화할 정도면 이미 배우가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소탈하고 겸손한 모습에 무대 위의 그를 꼭 보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독특한 음색과 강렬한 고음을 자랑하는 가수 겸 뮤지컬배우 허규 씨가 참여하는 <구텐버그>는 12월 7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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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