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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김미경에게 궁금한 것은?
김미경의 톡앤쇼 <나 데리고 사는 법>
소극장 토크쇼는 오래된 꿈의 목록 중에 하나예요. 제가 51살인데, 지금 못하면 52살에는 어떻게 하겠어요.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없어질 텐데. 그래서 하기로 했죠.
오전 9시 40분. 공연 취재를 하면서 이렇게 이른 아침에 인터뷰를 하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인터뷰가 가능하다고 알려준 시간이 죄다 이 시간대라서, 상수동에 있는 그녀의 집필실을 찾아가며 요즘 가장 핫하다는 이 일대의 고요한 아침을 목격하고 있네요. 밤에 에너지가 돌아야 하는 공연계 사람과 달리 아침부터 꽉 짜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녀는 누구일까요? 바로 스타강사 김미경 씨입니다. 공연을 취재하는 기자가 왜 김미경 씨를 만나냐고요? 그녀가 10월 10일부터 25일까지 KT&G 상상아트홀에서 토크쇼를 마련하거든요. 기자도 궁금합니다. 방송을 비롯해 수많은 강의와 책으로 대중을 만나는 그녀가 굳이 소극장 토크쇼까지 기획한 이유가요. 자, 함께 들어보시죠.
“소극장 토크쇼는 오래된 꿈의 목록 중에 하나예요. 제가 51살인데, 지금 못하면 52살에는 어떻게 하겠어요.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없어질 텐데. 그래서 하기로 했죠.”
기존의 방송이나 대규모 강의와 가장 다른 점은 좀 더 긴밀한 소통일까요?
“그렇죠. 무대 아래로 내려가서 함께 얘기하고 만져주고. 공감이 폭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공간, 그게 소극장의 매력인 것 같아요. 강의를 하다 보면 ‘왜 이걸 나 혼자 해야 하나... 이건 누군가 나와야 하고, 이건 영상이 필요하고...’ 머리로 모든 연출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100%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구현해보고 싶었어요. 강의를 1~2천 명 있는 데서 하면 일방통행이 되잖아요. 그래서 소극장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있어요.”
피아노 연주도 하신다면서요? 작곡이 전공이니 팬들에게는 김미경 씨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겠네요.
“그것 때문에 미치겠어요. 요새 피아노 좀 쳐보니까 안 하길 잘했더라고요(웃음). 저한테는 강의가 전공이지, 피아노는 한때 꿈인 줄 착각한 전공이잖아요. 하긴 이게 아니라는 것도 꿈의 중요한 근거예요. 아닌 거 데리고 오랜만에 놀아보는 거죠. 피아노를 치는 건 잘 친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꿈이 아닌 것에서 나왔다는 얘기를 하려는 거예요. 사람들은 누구나 내 꿈이 아닌 것에 한 번쯤은 갔다 오거든요. 그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얘기하려고요.”
이번 공연의 주제가 색다릅니다. ‘나 데리고 사는 법’인데요.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나를 데리고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가장 많이 사고치고, 내 말을 안 들어주고, 내가 지시한 대로 움직이지 않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고... 나는 뭐하면서 살고 싶은지 꿈에 관한 것, 원치 않지만 겪게 되는 위기나 슬럼프를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나를 위로하고 끄집어 낼 것인가 하는 것들. 외부적인 힐링은 아무 도움이 안 되거든요. 무조건 모든 치유는 내부에서 일어나야 해요. 또 기어이 행복해야 하는 힘. 아무리 무너져도 다시 시작하는 힘은 나한테 있거든요. 이런 것들을 함께 얘기하고 싶어요.”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사실 가장 어려운 주제 아닌가요?
“사람들이 저한테 친근함을 느끼는 이유는 쉽게 말해주기 때문이에요. 쉽게 말할 수 있다는 건 제가 겪어봤다는 것이고, 공감이 되니까 쉬운 거거든요.”
김미경 씨의 강의는 대학교수들이 지식을 전달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내가 경험하고 알려주는 것에서 상대가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건 굉장한 자신감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이런 강의 자체를 외부적인 힐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내가 나를 좋아하니까요. 부족해도 나를 좋아해요. 저는 20대에 무지 가난했지만 스스로를 좋아했어요. 정상이니까. 27살 여자가 가난한 건 정상이잖아요. 그래서 나 같은 부류의 인간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들도 나를 좋아해요. 잘나고 성공해서 자신감을 갖는 게 절대 아니에요. 사회적 지위나 성공의 지수는 관계없어요. 연예인이나 정치인 중에도 자신감 바닥 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자기를 좋아하는 방법을 모르는 거죠. 자기를 좋아하는 데서 출발하는 거예요. 강의는 힌트예요. 힌트가 내 몸에 들어와 내 체온으로 경험되면 치유가 되는 것 같아요. 인간은 자가발전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외부적인 자극이 끊임없이 필요해요.”
티켓 예매처를 보니까 30대 여성의 예매율이 절반 이상입니다. 그들이 김미경 씨를 찾는 이유는 뭘까요?
“힘들잖아요. 출발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점이에요. 중간정산을 계속 하는데 결과가 없으니까 불안하죠. 게다가 30대에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다 하잖아요. 직업, 결혼, 아이. 특히 여자는. 모든 중요한 숙제에 일단 답을 썼는데, 답이 맞는지 안 맞는지 너무 복잡하고, 이걸로 계속 살아야 하니까 더 힘든 거죠. 풀려고 결정했는데 더 꼬이기도 하고. 그럴 때 나보다 20~30년 먼저 산 사람한테 힌트를 얻고 싶은 거죠.”
올 초에 발간된 <살아 있는 뜨거움>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책으로 강의로 그렇게 하고 싶은 말씀이 많나요(웃음)?
“할 말이 많이 생각나요(웃음). SNS에도 매일 글을 올리는데, 10줄 올리는 글이 나중에 1시간 강의가 돼요. 제 강의는 저의 경험과 다른 사람의 경험, 그걸 싸는 논리와 깨달음. 이렇게 한 세트로 돼 있어요. 그게 늘 내 머릿속에서 습관처럼 일어나는 일이에요. 그런 식으로 매일 생산하는 거죠.”
멘토라는 게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그래서 따라가고 싶은 사람일 텐데, 모두가 ‘김미경화’되면 어쩌죠?
“안 따라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될 수도 없고. 우리 딸도 ‘김미경이라는 여자가 내 엄마인 건 좋다, 하지만 김미경처럼 살기는 싫다. 왜냐면 나는 다른 인간이니까.’라고 해요. 맞는 말이죠. 나는 멘토를 한 명만 두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나와 맞지 않는 게 들어나게 마련이거든요. 무언가 배울 때 가장 안 좋은 방법이에요. 저는 마음으로 삶의 스승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50명도 넘어요. 각각의 좋은 점을 생각하는 거죠. 저한테 멘토라고 하면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해요. 대신 50명 중에 하나면 좋습니다(웃음).”
김미경 씨에게는 멘토, 오피니언 리더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그만큼 언행에 영향력이 있고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말일 텐데요. 예스24에는 공백기 이후 처음으로 기사화되는 만큼 컴백 여부나 시기에 대해서는 어떤 판단이 있었는지 언급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 조율했던 건 아니에요. 결국은 내 마음의 움직임. 내 인생에 운명적으로 와버린 일이고, 닥친 일이고, 하지만 나는 내 인생을 살아가야 하니까요. 멘토로서 얘기를 한다면 반성이든 깨달음이든 내 마음에서 충분히 해석하고 끌어갈 수 있는 힘이 생겨야 가능한 거죠. 내 마음이 준비가 안 됐다면 내 말이 하나도 힘이 없잖아요. 작년이 스스로에게 몰입해서 가장 생각이 많았던 때예요. 그래서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꿈을 강조하시는데,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걸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제가 5년 뒤, 10년 뒤를 계획한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그냥 동시다발적 하루를 살면 돼요. 오늘은 오늘 하루뿐만 아니라 10년 후 그날까지 이틀을 사는 거예요. 오늘 우리가 이렇게 만났잖아요. 내 몸이 세게 한 번 움직인 거예요. 이건 10년 뒤에 또 다른 인연이 될 거예요. 매일매일 몸을 세게 움직여서 내 미래의 기운을 흩트려 놓는 거죠. 그걸 골든타임이라고 하는데, 생각해보니 중요한 순간의 10년 전에는 항상 센 움직임이 있었어요. 그래서 오늘이 중요하지, 10년 뒤는 중요하지 않아요. 오늘 열심히 살면 10년 뒤도 동시 저장. 오늘과 건강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는 그 외의 재료를 가지고 너무 걱정하죠. 참, 내년부터는 활동을 줄이고 공부를 하려고 해요. 물리학, 양자역학, 수학 등을 공부하고, 이걸 통해서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해요.”
김미경 씨는 인터뷰를 마치고 강의 때문에 바로 대구에 간다고 했습니다. 나름 강의 성수기인 가을철이면 하루에 두 개 정도의 강의가 잡힌다고 하네요. 영어회화 강사도 아니고 몸짱 만들기 운동코치도 아니고, 도대체 사람들은 무엇이 궁금해서 그토록 그녀를 찾는 것일까요? 아마도 행복하게 잘 살고 싶기 때문이겠죠? 답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힌트마저 제대로 구할 수 없는 우리 인생을 말입니다. 여러분은 김미경 씨에게, 아니 살면서 무엇이 궁금한가요? 그녀가 정답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힌트는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김미경 씨와 긴밀한 소통을 원한다면 10월 10일부터 25일까지 KT&G 상상아트홀에서 열리는 <김미경의 톡앤쇼(Talk & Show)>에서 세게 한 번 몸과 마음을 움직여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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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