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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보통 남자'와 '보통 가족' 이야기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남자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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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소중한 그 할배들이 이번에는 스페인으로 떠났다고 한다. 레벨 업으로 더 강력해졌다는 얘기에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부터 SNS까지 할배와 스페인을 찾는다. 돈도 벌면서 여행을 다니는 할배들은 못 되지만 우리는 이렇게라도 스페인으로 떠나면 어떨까? 이번에는 스페인 남자와 가족에 대한 조금은 우울한 얘기다.

유럽 젊은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부모님에게서 독립해 꿋꿋하게 살아가는 자주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스페인도 독일이나 북유럽 젊은이들처럼 독립적으로 살아갈까? 우리가 알고 있는 스페인 젊은이는 천부적인 재능으로 수백억 원 몸값을 자랑하는 축구 선수들이나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패기 넘치는 실업가 정도일 것이다.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보통의 ‘스페인 남자와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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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스페인 남자


몇 년 전부터 스페인에서 일본 소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갑자기 ‘노르웨이의 숲’, ‘세상의 중심에 사랑을 외치다’ 따위의 일본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동양 문학이 그렇듯 일본 소설 역시 찾는 사람이 적었고 그만큼 알려진 작품도 없었는데 말이다. 참고로 일본 만화는 예전부터 골수팬이 많고 지금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많다.이러한 특이한 사회적 현상을 신문 칼럼에서는 이렇게 얘기했다.

 

“스페인은 사랑이나 연애에 있어서 늘 그렇듯 화끈하고 저돌적이다. 그런데 요즘 젊은 남자들이 높은 실업률에 따른 미래에 대한 불안, 강성의 스페인 여성들 때문에 연애 자신감을 잃게 되었다. 이런 젊은 층이 섬세하고 두근거리는 사랑에 대한 열망으로 일본 문학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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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가장 큰 서점 (Casa del libro ‘책의 집’)

 

이 기사처럼 내가 만난 많은 스페인 남성은 여성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여자 친구나 아내, 엄마에게 꽉 잡혀 지내는 섬세하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들이었다.  스페인 남성은 30~40세가 되어도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 주로 부모님을 봉양하는 경우지만 실업난으로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면 용돈을 받으며 마흔이 넘도록 부모님과 살기도 한다. 결혼을 했다면 아내의 조언(?)으로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사는 경우도 흔하다. 물론 비싼 집 임대료는 남자의 몫이다.

 

새해나 축제를 맞이하면 스페인 사람들은 matasuegras(마따수에그라스)라는 장난감으로 축하한다. 이 장난감은 입으로 불면 소리를 내며 말려 있던 비닐이 혀처럼 나오는 장난감이다. 재밌는 건 matasuegras에서 mata는 ‘죽이다, 놀리다’, suegra ‘장모님’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장모님 죽이기’ 또는 ‘장모님 놀리기’라는 뜻이 된다. 어쩌면 새해나 축제뿐 아니라 축구 응원을 할 때도 이 장난감을 그토록 열심히 부는 것은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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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 죽이기 (스페인 사회 풍자 그림)
출처: //desmotivaciones.es/carteles/matasuegras

 


우리나라를 뛰어넘는 스페인 엄마의 극성!


다른 유럽 나라들에 비해 스페인은 가족끼리 돈독하다. 가족 결속력이 최고라는 우리나라를 뛰어 넘을 정도로 놀라울 때도 많다. 그 중심에는 항상 Madre(마드레_엄마)가 있다. 스페인은 예부터 모계 중심 사회였다. 엄마가 중심이 되어 대부분의 가정 대소사를 책임지며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자식을 위해 헌신하며 사랑하는 모습도 여느 나라 어머니와 다르지 않다.


스페인에서 친구 집에 놀러 가면 놀랐던 것이 어머니들의 극성스러운 모습이었다. 옆에서 간식이나 식사를 살뜰히 챙겨주다가도 친구가 살짝 화장실이라도 가면 당신의 아들, 딸이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친구들과 사이는 좋은지, 교수님과는 잘 지내는지 속사포처럼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가끔 친구 어머니들에게 전화를 받고 따로 만나기도 했다. 아들, 딸의 고민이나 학업, 진로를 직접 묻기가 쉽지 않아 나에게 상담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다 큰 아들, 딸에 대한 지극한 관심은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해도 이어진다. 스페인 사람들도 우리처럼 결혼이 단순히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해 결혼 문제에 대해 굉장히 엄격하다. 그래서 스페인 드라마도 우리나라처럼 결혼에 반대하는 어머니가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스페인도 12월이 되면 회사 송년회뿐 아니라 친구들 모임, 각종 만찬 등이 매일 저녁 벌어진다. 대가족이 1년에 꼭 한 번 모이는 때도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한 연말 시즌인 이때이다. 특이한 건 가장 중요한 La Noche Buena(라 노체 부에나_크리스마스이브)를 연인이나 친구들과 보내지 않고 가족이 모여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며 푸짐한 음식을 나눈다. 그래서 12월 24일 밤에 스페인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은 오직 외국인 노동자들과 관광객들뿐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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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Noche Buena 가족 만찬

 

 

그런데 이렇게 화목한 크리스마스 가족 만찬 이후에 생기는 사회적 문제가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혼율이 급증하는 것이다. 각종 매체는 스페인의 많은 가정에서 크리스마스이브를 시댁에서 보낼지 처가에서 보낼지를 놓고 서로 의견을 조정하다가 불화가 생기고 그것이 이혼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과장된 결과인 것 같지만 가장 중요한 날을 본인의 가족과 보내고 싶은 스페인 사람들의 열망을 생각할 때 아예 터무니없는 얘기라고도 할 수 없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스페인어 한마디!

 

 

 

꽃보다스페인55.jpgModelo 119


나: Con que frecuencia hablas por telefono con tu madre?
(꼰 께 프레꾸엔시아 아블라스 뽀르 뗄레포노 꼰 뚜 마드레?)
너는 얼마나 자주 엄마랑 통화해?

 

친구: Casi todos los dias.Y tu?
(까씨 또도스 로스 디아스. 이 뚜?)
거의 매일. 너는?

 

나: Yo casi no. No me llevo bien con mi madre.
(요 까씨 노. 노 메 예보 비엔 꼰 미 마드레)
나는 거의 안 해. 나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거든.

 

                                                 친구: Ya eres mayor.?Intenta hablar mas frecuente con tu madre!
                                                  (야 에레스 마요르. 인뗀따 아블라르 마스 프레꾸엔떼 꼰 뚜 마드레!)
                                                   너는 이미 성인이잖아. 엄마와 더 자주 대화하는 것을 시도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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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마야 허

어린 시절부터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아버지와 언니의 영향으로 늘 스페인어를 듣고 공부하는 환경에 있었고, 현지 문화를 일찍 접하게 되었다. 멕시코시티의 U.N.A.M(Universidad Nacional Autonoma de Mexico)에서 CEPE과정을 이수했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를 공부하였다. 대학시절부터 스페인어를 가르치고 활발하게 통역 활동도 하며 주변에 스페인어의 유용함과 재미를 전파하는 일에 힘썼다. 대학 졸업 후 정부 인턴으로 뽑혀 남미 칠레에서 일을 하며, 중남미 각 나라 오지를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한국에 와서 회사 생활을 하던 중, 틀에 박힌 사무 업무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스페인 마드리드로 유학을 떠났다.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 대학교(Universidad Complutense de Madrid)에 입학하여 스페인어 교육학(Espanol Como Segunda Lengua) 석사과정을 공부했다. 교육 실습으로 잠깐 한국에 귀국하여 스페인어 수업을 한 것을 계기로 한국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의 열혈 스페인어 사랑에 반해 쭉 한국에 머물며 지금도 재미있고 열정적으로 스페인어를 가르치고 있다. 현재 레알 스페인어 학원에서 ESE 과정을 가르치며, DELE 시험 대비반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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