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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를 배우러 10년 만에 스페인으로 떠난 여인

카르멘과 함께 플라멩코를! 그녀가 자유롭게 플라멩코를 추며 유영했을 스페인 안달루시아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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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상상력을 동원하며 카르멘을 구축하던 그때부터 내 맘속에 자리 잡은 꿈은, ‘이 작품에 나오는 안달루시아 지방을 언젠가는 직접 가보리라. 그리고 그 붉은 피 속에 살아 숨 쉬는 그들의 정서를 보고 듣고 느끼고 오리라.’ 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과 다짐은 뮤지컬로 처음 시도되는 「카르멘」 초연을 연습하던 2002년 겨울이었으니 나는 그것을 붙들고 참 오래도 버텨 왔다.

오렌지 향기, 작열하는 태양, 담배공장, 과달키비르 강rio Guadalquivir……. 이것이 메리메P. Merimee의 소설로 처음 카르멘을 접했을 때, 나의 오감을 자극하며 스페인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 이미지들이다. 이국의 생소함으로 다가와 나를 설레게 한 카르멘. 그리고 공연을 위해 짧게 배운 플라멩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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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새로운 충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무대 위에서 상상력을 동원하며 카르멘을 구축하던 그때부터 내 맘속에 자리 잡은 꿈은, ‘이 작품에 나오는 안달루시아 지방을 언젠가는 직접 가보리라. 그리고 그 붉은 피 속에 살아 숨 쉬는 그들의 정서를 보고 듣고 느끼고 오리라.’ 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과 다짐은 뮤지컬로 처음 시도되는 「카르멘」 초연을 연습하던 2002년 겨울이었으니 나는 그것을 붙들고 참 오래도 버텨 왔다.

그간 연극 「트로이 여인들」의 공연을 위해 일본과 중국을, 그리고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을 위해 대만을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는, 공연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일상을 돌보다 보니 그저 머물게만 되었다.

하지만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에도, ‘뭐 잊은 것 없니?’ 하며 나를 일깨워주듯 플라멩코와 관련된 일들과 종종 마주치게 되었다.

2006년 아이다 고메즈Aida Gomez 무용단의 플라멩코 「카르멘」을 보고 다시 가슴 뛰게 되고, 같은 해 우리나라에 온 체코 극단 <팜 인 더 케이브Farm in the Cave>의 연극 「다크 러브 소네트dark Love Sonnet」를 보며 잠시 잊고 있었던 꿈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 연극은 플라멩코를 예찬했던 극작가이자 시인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ia Lorca의 시를 연극으로 만든 공연이다. 너무나 시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이어서 공연을 보고 난 후 그들의 워크숍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이 워크숍 중에는 신체훈련과 함께 그들이 집시에게서 배운 민요를 함께 따라 부르며 익히는 과정도 있었다. 연출가 빌리엄 도초로만스키는, “스페인의 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서 구전되는 민요와 플라멩코를 배우며 그들과 나눈 이야기와 정서의 교류를 통해 우리 극단의 예술적 구심점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 당시에도 플라멩코를 배우러 가리라는 꿈을 품고 있었지만 아무런 정보도 없이 막연한 상태였다.

“나도 언젠가는 플라멩코를 배우러 스페인에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그 마을을 찾게 되었느냐?”고 물으니 구체적인 위치나 설명 대신에, “당신이 간절히 원하면 꼭 만나게 될 겁니다.”하며 마치 파울로 코엘료가 쓴 『연금술사』에서나 나올 법한 모호한 대답만 던져줄 뿐이었다.

그 후로도 카르멘 모타Carmen Mota가 이끄는 무용단의 푸에고Fuego 공연과 이사벨 바욘Isabel Bayon의 플라멩코 공연 「열린 문La Puerta Abierta」을 통해 또다시 안달루시아의 거친 바람 소리를 들었다.

어느새 삼십 대를 보내고 마흔이 되는 새해를 맞이하며, ‘올해 내가 해야 하는 것 말고,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며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니 그것은 바로 10년 가까이 상상 속에서만 자리 잡고 있던 스페인 세비야sevilla 행이었다. 그것을 자각한 이후부터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도,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을 만큼 커져버려 나의 상상을 뚫고 현실에 이르렀으니 이제 정말 떠나야 할 때인 것이다.

스페인으로 떠나기 전에도 기본적인 플라멩코를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물론 플라멩코 동작은 한국에서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동작 하나하나가 어떻게 그 특유의 한숨과 외로움과 환희를 담게 되는지, 무엇이 그들을 춤추게 하는지, 피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심장의 고동 소리가 춤이 되어 나오는 순간을 직접 보고 배우고 느끼고 싶었다. 짧은 시간일지라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며 변화하는 나를 만나고 싶었다.

스페인으로 떠나기 이틀 전. 그라나다에서 6.8의 강진이 발생했다.
기억은 10년 전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뮤지컬 학교 AMDAAmerican Musical Dramatic Aacademy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마침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듣고는 비자가 오길 손꼽아 기다리던 그때, 맨해튼 한복판에서 9ㆍ11 테러가 발생했다. 나는 두려웠고, 망설였고, 갈등을 거듭한 끝에 결국은 떠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고는 이곳에서 카르멘을 만나고 무대에 서며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인터넷 기사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소심한 나…….

그러나 나는 또다시 갈등하지 않는다. 내겐 더 이상 물러설 시간도 망설일 여유도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급함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이제 그렇게도 가고 싶어 했던 바로 그곳으로 나는 두려움 없이 떠난다.

오렌지 향기와 뜨거운 태양, 유유히 흐르는 과달키비르 강과 담배공장 등 생소함으로 다가와 나를 설레게 한 카르멘.
그녀를 처음 만난 그 벅찬 감정으로!
그녀가 자유롭게 플라멩코를 추며 유영했을 스페인 안달루시아andalucia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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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카르멘을 꿈꾼다 채국희 저 | 드림앤(Dreamn)

낯선 곳을 여행하며 낯설고 인상적인 것을 기록하는 일반적인 여행서가 아니다. 오히려 낯익은 광경들을 찾아가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영혼의 독백과 같다. 바람처럼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인 집시의 춤, 플라멩코를 배우기 위해 떠난 세비야행. 그녀는 세비야에 삼 개월 동안 머물렀고, 플라멩코를 알기 위해 뉴욕, 안달루시아의 도시들, 마드리드를 찾아갔다. 그리고 배우 채국희의 시선과 사색은 그녀 안에서 끓어오르는 열정과 자유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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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국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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