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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반, 현실 반 스페인 대학 생활기

스페인의 대학 문화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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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소중한 그 할배들이 이번에는 스페인으로 떠났다고 한다. 레벨 업으로 더 강력해졌다는 얘기에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부터 SNS까지 할배와 스페인을 찾는다. 돈도 벌면서 여행을 다니는 할배들은 못 되지만 우리는 이렇게라도 스페인으로 떠나면 어떨까? 이번에는 도시를 잠시 떠나 안을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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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플라멩코 그리고 투우. 세계 많은 사람들은 이 세 가지 단어로 스페인을 기억한다. 하지만 스페인 역시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이며 그곳에도 축제의 떠들썩한 모습 뒤에 우리가 모르는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지금까지 몰랐던 스페인의 이야기를 조금씩 들려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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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상징 플라멩고



스페인에서 학교를 다녔다고 하면 주위의 모든 사람이 입을 맞춘 듯 말한다. 


“여유롭고 좋았겠네!”

“낭만이 꽃피고 열정이 불타올랐겠구먼!” 


아주 가끔은 맞는 말이지만 스페인의 대학 생활은 그렇게 여유롭고 낭만적이기만 하지도 않고, 매일 밤 불타오르지도 않는다.스페인 대학은 우리나라와 같은 4년이다. 하지만 그 안에 졸업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5년 이상 학교에 다니며 모든 과목을 패스하기 위해 재수강의 홍수에서 허우적거린다. 그래서 중간고사, 기말고사 때가 되면 학교 안은 전쟁터가 된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의 노트를 빌려 학교 복사실 앞에서 1시간 넘게 기다리고, 자리를 맡으려고 새벽 5시부터 학교 도서관에 가서 줄을 선다. 도서관 자리 선점에 실패했다면 얼른 구립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려야한다. 스페인은 대학생 시험기간에 맞춰 전국 도서관 열람실을 24시간 열어둔다. 하지만 아침 일찍 도서관의 자리를 재배치하기 때문에 공부를 하다가 다시 도서관 밖에서 1~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도서관을 감싸는 새벽 공기 속에서 들어가길 기다리며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공부하는 모습은 시험 기간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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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대학 캠퍼스


공부를 못할수록 등록금도 비싼 스페인 대학


스페인 대학생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낙제’이다. 학년마다 이수할 과목들이 정해져 있고 한 과목이라도 기준에 못 미치면 2학기가 끝난 7월이나 8월에 1~2차례 구제 시험을 쳐야 한다. 만약 이때도 통과하지 못하면 그 과목은 낙제하게 된다. 낙제 과목은 9월 중순에 시작되는 새 학기에 원래보다 더 비싼 재수강 등록금을 내고 다시 들어야 한다. 스페인은 수강 학점당 등록금을 낸다. 재수강이 많으면 졸업이 늦어지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등록금이 오르기 때문에 모두들 죽어라 공부를 한다. 


갈비뼈는 성적을 올려주는 비밀 병기


스페인 대학에서 점수를 잘 받기는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일부 학생들은 시험에서 쓸 비밀 병기를 만든다. 우리도 가끔 쓰는 ‘커닝 페이퍼’이다. 스페인어로는 chuleta(출레따)라고 한다. 암기할 것들을 정리해 갈비뼈 쪽에 감추고 슬쩍슬쩍 본다는 것에서 유래한 단어로 ‘갈비’라는 의미다. 낙제에 대한 압박이 심한 만큼 많은 학생들이 몰래 만들어 사용한다. 


하지만 뛰는 학생 위에 나는 교수님이 있는 법이다. 시험 때는 책상 바꾸기, 줄 바꾸기 스킬을 시전하며 살벌할 정도로 감시를 한다. 시험이 끝나면 친구들과 학교 식당에 모여 서로 ‘시험이 어려웠다.’, ‘이상한 문제가 나왔다.’며 온 학교가 시끄러운 것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이후 성적이 나오면 모두들 교수실이 있는 건물로 하루에도 2~3번씩 출근을 한다. 거의 모든 교수들이 시험 결과를 교수실 밖 게시판에 보기 좋게 전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과 친구들의 점수도 볼 수 있고, 혹시 짝사랑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의 점수도 얼마든지 감상할 수 있다. 멋모르는 학생은 검은 매직으로 자신의 성적을 보이지 않게 그어놓고 안심하지만 며칠 안 가 교수님은 야속하게도 성적 리스트를 다시 출력해 게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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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국립대학교 건물내부 (좌)/ 마드리드 국립대학교 도서관 열람실 (우)


스페인 대학은 유럽 공동체 4,000개 대학의 교환 교수, 교환 학생 프로그램인 ‘Erasmus 제도’로 유학 온 많은 외국인이 있다. 외국인이 흔해서일까? 스페인 대학 교수들은 유럽에서도 외국인들을 차별 없이 대하기로 유명하다. 수많은 유럽 대학생들과 아시아, 미국, 아프리카 학생들을 모두 엄격하게 같은 기준으로 평가한다. 스페인어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엄청난 양의 리포트와 토론 수업, 발표 수업 준비로 모두들 혀를 내두르며 기말 고사까지 겨우 마치고 성적을 봤을 때 모두 비명을 지르며 한 마디를 던진다. 


“Es un hueso.”

교수님은 뼈야.(정말 빡센 교수님이야.)

유럽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과감하게 학생들을 낙제 시켜 ‘재수강률 1위’를 따낸 스페인 교수들이지만 평소에는 여느 나라 교수들처럼 정감이 넘친다. 학교를 다니며 가장 좋았던 것은 교수님과 상담시간이었다. 언제든지 방에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거나, 공부에 관한 것을 질문할 수 있었다. 한번은 장학금을 신청하러 학교에서 무섭기로 소문난 언어학 교수님을 찾아갔다. 장학 추천서를 써달라고 부탁하니 교수님은 컴퓨터를 켜고 팔을 걷더니 옆에 의자 한 개를 더 놓으며 앉으라고 했다. 


잔뜩 주눅이 들어 있는데 씩 웃으면서 “너에 대해서 어떻게 써주면 될지 자세히 얘기를 해보자.”며 2시간 넘게 대화를 하고, 엄청 긴 내용의 추천서를 써주었다. 거의 모든 교수들은 이렇듯 늘 학생들과 가깝게 이야기하고, 학생들의 학업과 진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점심시간이 2시간이라니!스페인의 점심시간은 무려 2시간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는 물론 대부분의 직장도 그렇다. 보통 2시부터 4시이고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처럼 도시가 크거나 집이 멀지 않으면 집에서 밥을 먹고 온다. 점심시간에 그들은 집으로 가 점심을 준비해서 먹고, 집안일을 하고, 낮잠까지 잔다. 그리고 다른 유럽보다 비교적 늦은 퇴근시간(보통 20시에서 22시 사이)까지 점심때 얻은 밥심(?)으로 열심히 일을 한다. 


매일 집에 가서 밥을 차려먹는 것도 힘들 것 같은데 그들은 집에 가면서 운동도 되고, 사먹는 것보다 건강에 좋고, 돈도 안 들어 일석삼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집이 먼 사람들은 점심식사를 어떻게 할까? 보통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회사 근처 공원의 벤치나 잔디밭에서 동료들과 함께 먹는다. 식사 후에는 근처 bar에 가서 식후 커피 한잔을 즐기며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주변 상가를 구경하며 남은 점심시간을 여유롭게 쓴다. 대학생들 또한 ‘도시락 문화’에 익숙하다. 일부 대학교는 건물 층마다 전자레인지와 테이블, 의자를 준비해 둬 싸온 도시락을 따뜻하게 데워 편하게 먹을 수 있게 하였다. 그래서 점심식사 전 수업이 끝나면 모두 도시락을 들고 전자레인지를 향해 전력 질주를 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어마어마하게 긴 줄을 감당해야 한다. 늦잠을 자 도시락을 챙기지 못했거나, 사먹고 싶다면 학생 식당에서 비싸지 않은 점심 메뉴를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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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먹기 (좌) /스페인 대학생 홈 파티(우)


보통 일반 식당 점심 정식 메뉴가 13유로(2만 원)인데 반해 학교 식당은 6유로(9,000원)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이렇게 학교 식당도 잘 되어 있지만 그들이 도시락을 선호하는 것은 6유로라도 모아 옷을 사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친구들은 ‘밥은 굶어도, 스타일은 포기 못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친구들과 쇼핑을 가더라도 우리나라처럼 쇼핑을 하고 맛있는 저녁을 함께 먹는 일 따위는 없다. 이들은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식당에 가서 정식으로 밥을 먹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대학생 친구들끼리 모여 제대로 된 외식을 하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보통 집에서 밥을 든든히 먹고 만나 쇼핑에만 전념하고 정말 배가 고프다면 bar에서 따빠스나 저렴한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햄버거, 보까디요를 먹는 것이 전부이다. 스페인의 수많은 레스토랑에 손님이 그렇게 많은 것은 대부분 관광이나 업무로 온 외국인들이라는 것은 여전히 참 흥미롭다. 



대학교에서 필요한 스페인어 한마디 익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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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신입이나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 오라고 할 때


친구: Ya sabes que esta noche tenemos una cena de bienvenida          para los novatos? 

        (야 사베스 께 에스따 노체 떼네모스 우나 쎄나 데 비엔베니다 빠            라 로스 노바또스?) 

         오늘밤에 신입들을 위한 환영식 있는 거 이미 알고 있지?


나:  Ah, se me ha olvidado

      (아, 세 메 아 올비다도) 

       아, 깜빡했다.


친구: Empieza a las ocho. Tienes que venir sin falta. 

         (엠삐에싸 아 라스 오초. 띠에네스 께 베니르 씬 빨따.) 

                                                                  8시에 시작해. 너 꼭 와야 돼.


                                                           나:  Vale, yo ire. 

                                                                (발레, 요 이레.) 

                                                                알았어,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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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회화 핵심패턴 233 마야 허 저 | 길벗이지톡
《스페인어 회화 핵심패턴 233》은 스페인어의 기본기를 튼튼히 다져주는 기초 패턴부터 네이티브들이 뻔질나게 쓰는 꼭 필요한 패턴 233개를 엄선해서 수록하였습니다. 또한 동사를 중심으로 현지인들이 자주 쓰는 패턴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복잡하고 골치 아픈 어법 설명은 최소화하고 예문을 통한 패턴 학습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회화 트레이닝에 최적화된 맞춤 구성으로 제대로 입 트이는 경험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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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마야 허

어린 시절부터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아버지와 언니의 영향으로 늘 스페인어를 듣고 공부하는 환경에 있었고, 현지 문화를 일찍 접하게 되었다. 멕시코시티의 U.N.A.M(Universidad Nacional Autonoma de Mexico)에서 CEPE과정을 이수했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를 공부하였다. 대학시절부터 스페인어를 가르치고 활발하게 통역 활동도 하며 주변에 스페인어의 유용함과 재미를 전파하는 일에 힘썼다. 대학 졸업 후 정부 인턴으로 뽑혀 남미 칠레에서 일을 하며, 중남미 각 나라 오지를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한국에 와서 회사 생활을 하던 중, 틀에 박힌 사무 업무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스페인 마드리드로 유학을 떠났다.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 대학교(Universidad Complutense de Madrid)에 입학하여 스페인어 교육학(Espanol Como Segunda Lengua) 석사과정을 공부했다. 교육 실습으로 잠깐 한국에 귀국하여 스페인어 수업을 한 것을 계기로 한국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의 열혈 스페인어 사랑에 반해 쭉 한국에 머물며 지금도 재미있고 열정적으로 스페인어를 가르치고 있다. 현재 레알 스페인어 학원에서 ESE 과정을 가르치며, DELE 시험 대비반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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