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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만난 순결한 고독과 위로
에르미타를 만나고 돌아왔으니 진정한 안식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에르미타에 매료되어 7년째 에르미타를 찍어온 벨기에의 사진작가 세바스티안 슈티제(Sebastian Schtyser)와 도시를 떠나본 적 없는 작가 지은경이 에르미타를 찾아 스페인 북부에서 보낸 4개월간의 여정을 담고 있다. 또한 긴 시간을 차로 달리고 눈 쌓인 숲을 헤쳐가며 찾아낸 에르미타, 피레네 산맥의 광활한 자연, 그 사이에서 만난 스페인 사람들, 동물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모든 이야기다.
소리 나는 책
개인적으로 빌 브라이슨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빌 브라이슨의 여행기를 읽다보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 같은 것들이 여행자의 머릿속에서 공상 이란 것과 만나서 얼마나 흥미롭게 뒤섞일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은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 이라는 책 중에서 노르웨이의 오슬로 여행기 부분을 읽어드리겠습니다.
첫 유럽 여행 당시 코펜하겐에서 영화관에 갔던 일이 생각난다. 덴마크에서는 극장에 가면 좌석이 지정된 표를 받는다.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 보니까 나 말고 영화를 보러온 사람은 젊은 커플뿐 이었는데 내 좌석은 그들 바로 옆이었다. 이 커플은 오랜 전쟁이 끝난 뒤에 부두가 에서 재회한 부부처럼 서로를 열렬히 끌어안고 있었다. 그 애정행각에 동참할게 아니라면 하마터면 나도 끼어도 되냐고 물어볼 뻔 했다. 더 이상 이들 옆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이들 곁에 민망하게 계속 앉아 있느니 몇 좌석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편이 나았다. 잠시 후 다른 사람들이 영화관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좌석 번호를 확인하고는 주변 좌석을 채우기 시작했다. 영화가 시작되었을 때에는 넓고 텅 빈 극장에 관객이 서른 명 뿐이었는데, 모두 한 군데 집중해서 앉아 있었다. 영화가 시작한 후 2분쯤 지났을까? 손에 쇼핑백을 바리바리 든 여자가 내 쪽을 향해서 힘겹게 들어오더니 분개한 목소리로 내가 자기 자리에 앉았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앉았다. 극장 안내원들은 일제히 플래쉬를 켜서 무슨 일인지 살폈고, 내 주변 좌석에 앉은 관객들은 모두 좌석번호를 확인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누군가 저 사람은 미국인 관광객이라서 간단한 좌석 안내도 따르지 못하니까 이해하자고 말했고, 나는 원래 자리로 에스코트 되었다.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 (빌 브라이슨/21세기북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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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태그: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 순례자들의 안식처 에르미타를 찾아서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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