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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Prince), 세계가 허락한 단 한 명의 왕자

에디터들이 뽑은 프린스 추모 스무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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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해하기 어려웠고 괴기했지만 그래서 더 특별했던 그는 보라색 빗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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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은 왕이 있다. 하지만 왕자는 단 한 명만 존재한다.” 프린스가 헌액된 2004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서 앨리샤 키스는 이 말로 헌사의 첫 운을 떼었다. 팝 세계가 허락한 단 한 명의 왕자, 프린스는 수많은 명작으로 많은 이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했다.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남겼던 작품들 가운데서 스무 곡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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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nna be your lover (1979, Prince 수록)

 

프린스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린 노래. 펑크(funk)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이 노래에서 그는 비지스의 영향을 받아 가성으로 곡을 애무하고 위무한다. 'Forget me knots'로 유명한 흑인 여가수 패트리스 루센을 위해 작곡했지만 거절당한 'I wanna be your lover'는 당시 미국의 클럽에서 먼저 인정을 받아 프로펠러를 달고 1979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11위를 기록했고 알앤비 차트에선 정상을 차지했다. 프린스가 광기를 드러내지 않은 비교적 평범한 디스코 펑크(funk) 곡이지만 그의 위대한 역사가 시작된 것임을 알린 명곡이다. (소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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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feel for you (1979, Prince 수록)

 

소울 여가수 샤카 칸이 1984년에 발표해서 빌보드 3위를 차지한 'I feel for you'가 그래미에서 최우수 알앤비 노래 부문을 수상했을 때 그 트로피의 주인공은 바로 프린스였다. 그가 1979년에 발표한 원곡을 샤카 칸이 멋들어지게 리메이크했기 때문. 프린스의 오리지널은 디스코와 펑크의 중간 접점에서 중용의 미덕을 발휘한 흙속의 진주였다. 이 노래의 진가를 알아본 많은 가수들, 매리 웰스와 마이클 잭슨의 누나 레비 잭슨 그리고 포인터 시스터스 등 여러 아티스트가 리메이크했지만 래퍼 멜르 멜과 스티비 원더가 하모니카로 조력을 보탠 샤카칸의 버전으로 드디어 빛을 보았다. (소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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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ty mind (1980, Dirty Mind 수록)

 

1980년도에 발매된 세 번째 정규앨범의 타이틀이다. 펑크(funk)와 알앤비 장르를 바탕으로 그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감없이 표현한 곡으로 빌보드 알앤비 싱글차트에서 65위를 차지했다. 음란한 마음을 뜻하는 'Dirty mind'라는 제목과 '우리가 어디에 있던 누가 우리 주변에 있던 상관없어,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난 그저 네가 아래에 눕길 바랄 뿐이야' 라는 가사내용은 본능에 충실한 그의 의식을 엿볼 수 있다.

 

보컬과 사운드의 연합은 그러한 메시지를 한층 강화한다. 리듬을 타며 반복되는 신디사이저의 멜로디,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여성이 부르는 듯한 매혹적인 미성은 외설스러움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중반부를 지나면서 노래는 절정에 이른다. 보컬의 부르짖음과 동시에 커지는 기타리프의 확장은 인간 본연의 쾌감을 자아낸다. (현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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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you were mine (1980, Dirty Mind 수록)

 

<Dirty mind>의 수록곡으로 한때 신디 로퍼가 커버하기도 했던 'When you were mine'. 노골적인 첫 번째 트랙 'Dirty mind'의 거침없던 프린스는 어디 갔을까. 뒤이어 등장하는 남자는 180도 변했다. 돈이든 옷이든 모든 것을 헌신했던 연인의 외도에 쿨하게 'I don't care'로 받아치다가도 돌연 순애보로 돌변해 고백한다. 요동치는 마음을 표현할 길은 음악뿐 중반부를 넘어 설쯤 두서없이 연주되는 신시사이저는 마치 요란한 감정을 그려낸 듯 자유분방하다. 베이스와 드럼으로 만든 리듬 위에 신스사운드를 맛깔나게 곁들인 곡은 사차원 아니 그 이상의 세계관을 가진 뮤지션의 흔적이 짙게 베었다. 가끔은 이해하기 어려웠고 괴기했지만 그래서 더 특별했던 그는 보라색 빗속으로 사라졌다.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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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me, baby (1981, Controversy 수록)

 

며칠 전만 해도 그는 지구상에 존재한 가장 섹시한 남자였다.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지는 '프린스는 섹스 그 자체였다'라며 그를 회고했고, 심지어는 유명 포르노 사이트 폰허브(Pornhub)는 '하늘이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를 데리고 갔다'라며 Porn의 P를 프린스를 상징하는 보라색 마크로 교체하며 애도를 표했다. 157cm의 왜소한 체구와 우람한 근육 하나 없는 그가 세계적인 섹스 심벌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는 여성을, 섹스를 다룰 줄 아는 뮤지션이었기 때문이다. <Controversy>에 수록된 'Do me, baby'에서 그는 부드럽게 들이미는 신시사이저와 피아노 위에 전혀 야하지 않은 단어와 문장들로 야한 말을 쏟아내는데, 어떻게 하면 이렇게 감미롭고 고급질 수 있을까. '프린스는 지구상의 모든 여자를 꼬실 수 있다.'라는 말은 과장 섞인 허풍이 아니다. (이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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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1982, 1999 수록)

 

<Purple Rain>으로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기 전인 1982년에 발표한 앨범 <1999>의 타이틀곡이다. 'California dreamin''으로 유명한 포크 그룹 더 마마스 & 더 파파스의 넘버원 싱글 'Monday Monday'의 도입부에서 힌트를 얻은 신시사이저 건반 리프가 유명한 '1999'는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경쟁에 대한 공포를 세기말 분위기에 투영했지만 프린스가 주조한 펑키(funky)한 분위기에 그런 진지함은 희석되었다. 하지만 덕분에 사람들은 '1999'를 좋아했고 필 콜린스 역시 자신의 히트곡 'Sussudio'에서 '1999'의 건반 연주를 따라하며 프린스의 팬임을 드러냈다. (소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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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red Corvette (1983 수록)

 

팝의 영원한 왕자님이 데뷔 때부터 마냥 잘나갔던 것은 아니다. 1979년 'I wanna be your lover'로 처음 성공을 맛본 뒤 프린스는 3년 넘게 차트에서 침묵했다. 짧지 않은 정적은 1983년 'Little red Corvette'가 빌보드 싱글 차트 6위에 오름으로써 비로소 깨졌다. 노래는 프린스 최초의 빌보드 톱10 싱글이었으며 이후 프린스가 대중음악계의 슈퍼스타로 성장하는 디딤판이 됐다.

 

노래의 포인트는 후렴이다. 읊조리듯 낮게 부르는 버스(verse)를 지나 후렴에서 목소리가 커진다. 이 부분의 멜로디는 단번에 인식될 만큼 명쾌하다. 신시사이저도 선명하게 톤을 드러낸다. 간주와 세 번째 후렴에서 선두에 서는 일렉트릭 기타 연주는 곡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한다. 마지막에 자리하는 아득한 스캣 애드리브는 노래에 관능미와 간절한 뉘앙스를 부여했다.

 

선율과 편곡이 대중의 입맛에 맞았지만 'Dirty mind', 'Head' 등 이전에 발표한 노래들보다 표현이 덜 노골적이어서 많은 이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 (한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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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doves cry (1984, Purple Rain 수록)

 

<1999>로 대중에 성큼 다가간 프린스는 자전적 영화 <Purple Rain>과 동명의 앨범으로 최전성기를 맞았다. 결정타는 영화감독의 요청으로 뒤늦게 만들어진 'When doves cry'였다. 명쾌한 구성과 중독적 비트가 댄스 본능을 자극했고, 낭랑한 신시사이저는 시종일관 귀를 간질였다. 특히 평범함을 거부하며 과감히 베이스 라인을 제거한 구조가 혁명적이었다. 베이스 없이 만들어낸 근사한 댄스 리듬에 대중은 환호했다. 차트 폭발력 또한 상당했다. 노래는 프린스의 첫 번째 빌보드 차트 1위 곡이자 그해 가장 많이 팔린 싱글이 됐고, 이후 많은 매체의 서로 다른 '가장 위대한 노래' 리스트에도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다. 타고난 천재성을 마음껏 발휘한 시대의 명곡. (정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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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lamorous life (1984, 쉴라 이(Sheila E.) 곡, The Glamorous Life 수록)

 

프린스는 다른 가수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기부(?)했다. 뱅글스의 'Manic Monday', 시나 이스턴의 'Sugar walls', 마티카의 'Love... thy will be done', 알리샤 키스의 'How come you don't call me', 쉴라 이(Sheila E.)의 'The glamorous life' 모두 그가 만들어준 곡이다. 여름에도 밍크코트를 입고 다니며 돈 많은 남자를 꼬시려는 여자를 소재로 한 이 노래는 자연스런 멜로디와 리듬을 극대화한 쉴라 이의 퍼커션 연주가 찰떡궁합을 과시한 댄스 명곡이다. 재즈와 라틴 음악도 호흡하는 'Glamorous life'는 9분짜리 앨범 버전을 들어야만 프로듀서로서의 진가를 발휘한 프린스의 다재다능함을 확인할 수 있다. 프린스, 그는 존경받아야 한다. (소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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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ling Nikki (1984, Purple Rain 수록)

 

'난 니키라는 여자를 알았지/ 섹스 프렌드라고 할 수 있어/ 난 그녀를 호텔 로비에서 만났지/ 잡지를 보면서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있었어...' <Purple Rain> LP의 A면 마지막 곡에는 프린스 하면 떠오르는 '외설'의 딱지가 붙었고, 이 노래를 비롯한 몇몇 퇴폐적인 노래들 때문에 티퍼 고어 여사 주도의 대중가요감시단 설립(PMRC) 법안이 통과됐다. 1980년대 대중문화 논쟁에서 거의 생필품처럼 취급된 '섹스'와 '섹슈얼리티' 소재와 관련해 빠지지 않던 곡이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판도 가해지지만 프린스가 이러한 관능적 성을 노골화하고 심지어 행동으로 옮긴 것은 보수적 성적 의식에 대한 도발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지닌다. 이 시기부터 팝 담론을 주도하는 의제는 섹스였다.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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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go crazy (1984, Purple Rain 수록)

 

프린스하면 'Purple rain'이지만 같은 앨범에 히트곡 'Let's go crazy'도 자리한다. 발랄한 건반과 원초적인 보컬은 듣는 이를 미러볼 조명이 반짝이는 댄스홀로 데려 간다. 무엇보다 곡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준 것은 백밴드 더 레볼루션(The Revolution)과 함께 한 기타다. 기존 소울음악에 일렉 기타를 섞어 특별함을 높였고, 록을 선호하는 백인들까지 그의 보랏빛 음악 안에 끌어들였다.

 

화려한 에너지와 마지막에 폭발하는 구성은 프린스의 빠른 곡에서 등장하는 특징들이다. 용솟음치는 기타 연주는 후대 일렉트로 펑크(funk)에 영향을 주며 그를 많은 가수들이 존경하는 이로 기억되게 한다. 자극적인 제목과 가사로 국내에서 금지곡으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프린스의 넘버원 싱글 5곡 중 하나로 꼽힌다. (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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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 Rain (1984, Purple Rain 수록)

 

당대에 흑인 뮤지션들 가운데 왜 유독 그에게만 록 팬들의 편애가 잉태했는지를 생생히 말해주는 8분45초짜리의 중후한 록 대작이자 걸작이다. 앞의 싱글 'When doves cry'와 'Let's go crazy'이 모두 넘버원에 등극하면서 앨범이 한참 물이 올랐을 때 3번째 싱글로 나와 전미차트 2위에 오르는 예상 밖 기염을 토했다. 이 노래가 록 팬 베이스를 구축하면서 마이클 잭슨과는 달리 록 쪽의 성원이라는 특전이 프린스에게는 주어진 것이다. 칼 같은 프린스의 기타와 입체적인 느낌의 스네어 드럼을 시작으로 시종일관 록의 사나운 공습이 무자비하게 펼쳐진다. 흑인 알앤비와 펑크 뮤지션이 하는 곡으로 보기는 어렵다. 후반부로 갈수록 그 잔혹한 반복은 거의 우기기 수준이다. “이렇게 하는데도 안 좋아할 거야?” 프린스의 매력은 이와 같은 대중모독 수준의 생고집이다.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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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would die 4 u (1984, Purple Rain 수록)

 

실험적인 사운드와 매력적인 멜로디로 가득한 명작 <Purple Rain>의 트랙 리스트에는 버릴 곡이 하나 없다. 'I would die 4 u' 역시 그러한 작품이다. 잘게 쪼개 놓은 심벌 비트, 뉴웨이브/신스팝 식 신시사이저 라인, 프린스는 미니멀한 베이스로 근사한 일렉트로 펑크(funk) 사운드를 구축하고, 사랑이나 신념 혹은 구도의 메시지처럼 보이는 가사에 팝 멜로디를 엮어 훌륭한 노래를 완성했다. 수록곡 라인업의 후반부에 등장해 프린스의 천재성을 확인시키는 'I would die 4 u'는 빌보드 싱글 차트 8위에 오르기도 했다. 곡의 사운드를 다음 트랙에 위치한 'Baby I'm a star'의 도입부가 이어받는다. (이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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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life (1985, Around the World In A Day 수록)

 

'세기의 예술가 프린스'를 대표하는 상징과도 같았던 명작 <Purple Rain> 이후,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그는 일곱 번째 스튜디오 앨범 <Around the World In A Day>(1985)를 세상에 내놓았다. 음반의 중심부에 위치한 'Pop life'는 너무 쉬워서 오히려 어려운 곡이다. 도입부부터 명료한 베이스 라인과 피아노 코드 워크가 규칙적으로 등장하고, 그것이 끝까지 유지되면서 외형으로는 크게 발전되지 않는 듯하다. 제목과 동명의 가사가 후렴구에서 훅(hook)을 만들지만 썩 공격적이지도 않다. 그런데도 곡에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는 못 견디게 할 펑크(funk)의 호르몬이 뿜어져나온다. 기술 아닌 기술, 그만이 할 수 있는 작법일 테다. 귀를 때리는 데시벨과 끝 모르고 상승하는 전자음은 필요치 않다. '댄스 천재' 프린스는 준비 동작 하나 없이, "Dig it" 한 마디로 세계를 '팝'하게 만들었다. (홍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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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s (1986, Parade 수록)

 

줬다 뺏은 경우라 할까. 그의 천부적인 창작력은 수많은 다른 뮤지션에게 은총이 되기도 하였지만 'Kiss'는 이런 훈훈한 경우와는 다르다. <Around The World In A Day>가 발매되기 직전, 프린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탄생한 펑크(Funk) 밴드 마자라티(Mazarati)는 프린스에게 곡 하나를 부탁했고, 이 자비로운 스승은 그날 바로 어쿠스틱 데모를 만들어주었다. 밴드와 프로듀서 데이비드 리브킨(David Z)은 밤을 새가며 데모 버전을 완전한 악곡으로 개조하였고, 탈바꿈한 곡을 들은 스승은 자신이 만든 곡에 숨겨져 있던 잠재력에 깜짝 놀라며 결국 다시 빼앗아갔다. 이러한 웃지 못 할 탄생 비화가 숨어있는 'Kiss'는 후에 <Parade>에 수록되었고, 그의 세 번째 빌보드 넘버원 싱글이 된다. 매끈하게 정제된 앨범의 버전도 물론 좋지만, 거친 맛이 살아있는 7분짜리 Extended Version을 추천한다. (이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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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n 'o' the times (1987, Sign 'O' The Times 수록)

 

프린스는 사회참여적인 아티스트이기도 했다. 조금은 블루지한 이 펑크(funk) 넘버에는 에이즈와 약물 중독, 갱, 로켓 발사, 핵 전쟁과 같은 당대의 위험 징후(sign of the times)에 대해 관조적으로 써내린 텍스트가 담겨 있다. 묵직한 베이스, 그루비한 펑크 기타, 신시사이저로 만든 효과음으로 멋진 사운드를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가사까지 함께 만들어낸 셈이다. 프린스의 방대한 디스코그래피 가운데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씨디 두 장짜리 마스터피스, <Sign O The Times>의 포문을 이 뛰어난 싱글이 연다. (이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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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I was your girlfriend (1987, Sign 'O' The Times 수록)

 

레드와 블루를 섞은 퍼플처럼. 여성과 남성을 뒤섞은 '양성 젠더'는 프린스에게 가장 두드러지는 색깔이다. 줄곧 '러브 심볼'이나 파격적인 외모를 선보여왔던 그지만 이 노래는 아예 여성 자체가 되어버린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옷을 입혀주고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지극히 여성스러운 가사를 고음과 교성으로 노래 한다. 사실 외향의 성(性)을 바꾸는 것 보다 보컬의 색을 바꾸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그는 전자적인 장치로 자신의 성대의 성을 완전히 바꿔버렸고 덕분에 이 노래에서는 독특한 야릇함과 교태가 가득하다. 이 노래를 정말 여자가 불렀으면 어땠을까. 이런 궁금증은 1994년 TLC가 2집 <CrazySexyCool>에서 풀어준다. (김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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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 got the look (1987, Sign 'O' The Times 수록)

 

롤링 스톤 선정 역대 최고의 앨범 500선 중 93위에 오른 <Sign 'O' The Times>의 두 번째 장을 열며 싱글 차트에서 가장 선전한 전형적 미니애폴리스 사운드 곡. 기계적 드럼머신에 대비되는 인간적 퍼커셔니스트 쉴라 이, 곡을 함께 영롱하게 이끌어나가는 보컬리스트 쉬나 이스턴(Sheena Easton) 둘 다 프린스와 한 때 염문설을 뿌린 여성들이다. 음악적 천재성을 내면에 잠식시키지 않고 맑은 하늘에 뜬 무지개처럼 항시 주위에 흩뿌린 그이기에 맑은 날이든 보랏빛 비 내리는 날이든 불쑥 떠오를 것 같다. 편히 쉬시길. (이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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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992, Love Symbol 수록)

 

이름대로 산다고 했던가. 제목처럼 이 노래는 1993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7위를 기록했다. 1960년대 소울 가수 오티스 레딩과 칼라 토마스의 듀엣곡 'Tramp'를 샘플링한 '7'은 신곡이었지만 마치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 멜로디로 대중을 포섭했다. 그의 다른 노래들처럼 범상치 않은 코드워크를 가지고 있지만 친숙하게 다가가는 그만의 작곡, 편곡 문법은 '7'에서도 고스란히 꿈틀댄다. 프린스의 음악은 살아있는 생명체이며 깨어있는 소울이다. (소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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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st beautiful girl in the world (1994, The Gold Experience 수록)

 

1993년 어느 날 팝의 황제는 뺨에 'SLAVE'를 적고 대중 앞에 나타난다. 그는 거대 음반사와 법정공방을 다투며 자신을 노예로 표현했다. “워너 브라더스는 내 이름을 빼앗아 갔다. 그들은 '프린스'를 이용해 돈벌기 바빴고, 난 그들의 돈줄이나 다름없었다.” 아티스트의 독립성과 자유를 외치던 그는 자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음할 수 없는 기호'로 이름을 바꾼다. 여성기호와 남성기호를 합친 듯한 이 상징('러브 심볼'이라고도 불린다.) 하에 발매된 첫 싱글이 바로 'The most beautiful girl in the world'이며 이 곡은 빌보드 싱글차트 3위의 쾌거를 이뤄낸다.

 

느린 템포와 서정적 가사, 그리고 듣기 좋은 멜로디는 완벽한 발라드의 공식이 아닐까. 기타와 건반 위를 유려하게 훑는 팔세토 창법은 물론, 곡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저음 보컬은 가사에 진중함을 더하며 매력을 배가한다. 사실 아름다운 상대를 찬양하는 이 노래는 프린스가 사랑한 댄서 메이트 가르시아를 향한 세레나데지만 그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고, 매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여성들을 뮤직비디오에 등장시키며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외적 아름다움이 아닌, 여성 그 자체를 사랑한 프린스의 희망적인 러브송. (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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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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