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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로큰롤러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대망의 열 여덞번 째 정규 앨범 <High Ho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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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로서의 견고한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새 앨범도 함께 소개해드립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High Hopes>

수록곡들의 대부분은 이전에 발표했던 곡들. 수어사이드의 「Dream baby dream」 을 커버한 것처럼 커버곡도 두 곡 존재한다. 음반을 재밌게 할 첫 부분은 여기서 발생한다. 새로이 다듬었다 해도 곡의 시발점이 되는 테마들은 어디까지나 과거에서 가져온 예전의 것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음반은 상당히 동떨어진 조각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작품에는 그런 느낌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 아티스트의 과거 중 한 순간이라 해도, 반대로 가장 최근의 모습이라 해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사운드도 한 요인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는 조금 있다 이야기하자. 일관된 태도로 불만과 절망을 노래하고 비판과 일갈을 외친 행보가 이 시점에서의 중점이다. 「Harry's place」 로 여전히 노동 계층에 가까이 다가서며 「The ghost of Tom Joad」 로 아메리칸 드림의 어두운 면을 노래하고 「American skins」 로 인종 차별 문제에 접근한다. 지금의 목소리로 과거의 텍스트를 부르는, 과거의 텍스트를 지금에 목소리에 싣는 이 아티스트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이었고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다.


이번에는 사운드 얘기를 해보자. 이 지점이 재미를 선사하는 또 다른 부분이다. 12개의 트랙 중에서 여덟 트랙에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RATM)의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를 초청했다. 전혀 뜬금없는 조합이 아니다. 여러 차례 협연을 가진 적도 있으며 커버곡으로 채운 RATM의 2000년 음반, <Renegades>에서는 「The ghost of Tom Joad」 가 들어있기도 하다. 게다가 둘은 일관된 좌파 행보를 걸어왔으니 어색할리가. 어쨌든 사운드끼리 결합되는 형상도 꽤나 괜찮다. 물론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 때와는 다른 소리로 어느 정도 조정했다지만 비틀리고 뒤틀린 톰 모렐로 특유의 톤이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노래를 훌륭히 장식한다. 타이틀 트랙 「High hope」 에는 캐치한 펑키(funky)한 리듬을 박아 넣으며 이어지는 「Haryy's place」 에는 로킹한 사운드를, 장엄한 분위기가 깔린 「American skins」 에는 멋진 솔로를 끌어온다. 지미 헨드릭스를 연상케 하는 「Heaven's wall」 에서의 연주도 빼놓을 수 없는 트랙. 보컬에서까지 함께 한 「The ghost of Tom Joad」 도 상당하긴 마찬가지다.

이 지점에서 사실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톰 모렐로가 사운드를 더했다 해도 초점은 브루스 스프링스틴에 맞춰져있기 때문에 두 아티스트의 조합에서 오는 매력은 작은 차이로 내실보다는 형식에서 더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물론 좋은 음악이다. 새로운 콜래보레이션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톰 모렐로의 가세는 신선하기도 하고 그 접합점을 잘 찾았다는 점에서도 호평이 충분히 따를 것으로 보인다. 향후의 협업에 가능성을 넓게 열어두는 형세도 또한 가치가 높긴 마찬가지다. 음반 자체에는 큰 의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진행형의 성격이 더 짙게 깔려있던 직전의 <Wrecking Ball>과 비교했을 때 의미는 조금 더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다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티스트로서의 세계관이 얼마나 견고할 수 있는지, 한 결로 유지해 온 그 세계관을 언제 어떤 시점에서도 얼마나 잘 표현해낼 수 있는지, 이 지점에서 <High Hopes>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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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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