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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봄입니까

유앤미 블루(U&me blue) 「비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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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만 비를 기다릴 뿐이다. 창밖의 답답한 풍경을 빗물이 좍좍 씻어주길 매일 바란다. 그렇지만 반대로 봄비 내리면 떠오르는 그리움도 많아져 괴롭다. 마음속에 자꾸만 뿌연 안개가 낀다. 하지만 미세먼지로 괴로운 것보다는 이천오백 배 낫겠지.

테오 앙겔로플로스 감독의 쌍팔년도 고전영화 <안개속의 풍경Landscape In The Mist>을 떠올린다.
 

Landscape-In-The-Mist.jpg

 

손에 꼽는 명화지만 하도 오래돼 기억이 가물거렸는데 미세먼지 공해가 그 영화를 짝퉁 버전으로 강제 상영 중이라 덜컥 생각났다. 

 

중국과 한국의 공장들, 자동차들, 편서풍, 수증기, 기압 정체 등등이 떼거지로 이 영화의 광팬인 듯. 이건 뭐 현실이라고 받아들이기 힘든 풍경이 툭하면 세상을 덮치고 있다. 

 

개뿔 이래서야 어떻게 봄이라고 부르나. 가뜩이나 짧은 봄, 이내 푹푹 찌기 시작할 텐데, 이 아까운 계절마저 이렇게 빼앗기니 억울하다. 

 

말도 마라 나는 쓰는 소설이 꽉 막혀 폐인처럼 지내다, 좀 인간답게 살고자 꽃구경 나갔는데 콧구멍만 얻어맞고 왔다. 우와, 보이지도 않는 미세먼지가 사람을 때리는데, 가드를 올릴 틈도 없이 실컷 처 마셨다. 과연 이 속에서 인간답게 사는 게 가능한가 싶었다.

 

개떡 같은 먼지와 서러운 마음을 씻어줄 건 봄비 밖에 없는 것 같은데, 당장 비는 안 와서 오늘의 주제곡 「비와 당신」만 한참 들어야 했다. 오리지널 유앤미 블루 버전으로. 

 

u&me-blue.jpg

 

이 곡은 여러 아티스트가 불렀지만 끝판왕은 오리지널 작곡자 방준석이 오랜 음악 친구 이승열과 함께 디지털 싱글 앨범으로 작업한 이 버전이라고 본다.

 


유앤미 블루는 아시다시피 이승열, 방준석 두 명의 멤버로 구성된 듀오다. 비싼 의자나, 결혼정보회사 아니고, 2인조 짝패다. (잠이 부족해서 못 웃기겠…)
 
아아 일단 방준석 엉아가 누군가? 이미 한국 영화음악사에 깊은 족적을 남겼고, 계속 남길 거고, 그 발자취가 계속 현란할 것 같은 찬란한 뮤지션 아닌가. (초미세먼지를 너무 마셨나, 문장이 길고 형편없…)
 
나는 한국영화 보면서 음악이 괜찮다고 느낄 때마다, 엔딩 크레디트에서 음악감독 방,준,석 이란 이름을 발견한다. 그는 상업적인 영화음악을 많이 하지만 자기 음악 외길을 꾸준히 걷는 아티스트로 더 독보적이다. 최근엔 백현진 씨와 ‘방백’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 음악들도 주옥같아서 늘 주목한다.
 
아아 그럼 이승열 엉아는 또 누구인가? 역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유앤미 블루 말고도 솔로 앨범을 세 장 냈고, 여러 드라마나 영화에 음악을 보태며 긴 음악인생을 걷고 있는 상남자다. 나는 3집의 「돌아오지 않아」를 카드 값 낼 때마다 듣는다.
 
그는 최근까지 <이승열의 인디 애프터눈Indie Afternoon> 이라는 TBS eFM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소외된 인디 음악을 만나게 해준 참 고마운 방송이었다.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 선배가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 후배들을 돌보고 있었다. 유창한 영어로 진행해 덤으로 영어 공부도 좀 됐다. 음악 잘 하는 사람은 발음도 잘한다는 편견도 생겼다.


근데 왜 과거형으로 쓰냐면 올봄에 개편 돼 없어졌거든 엉엉엉. 이번 봄은 왜 이리 잔혹할까.
 
이 아저씨는 말할 때나 노래할 때나 목소리를 제법 무겁게 깐다. 거북하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그 톤이 매력 포인트다. 무게감 속에 감미로운 흔들림이 있는 경우란 흔하지 않다. 오로지 이승열만 낼 수 있는 그 목소리는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마성을 더해가는 것 같다.
 
유앤미 블루의 음악을 처음 들은 건 1994년이었다. 뭐든 촌스런 시절이었다. ‘유앤미 블루’는 그 시절에 최신상 모던 록을 때렸다. 나는 딱 좋았는데 그들은 상업적으로 잘나가진 못했다. 너무 앞서간 느낌이라 받아들여지지 못한 것이었다. 먼 훗날 ‘시대를 잘못 만난 명반’ 어쩌고 하는 엿 같은 재평가만 받았다. 하지만 소수의 마니아들과 남몰래 좋아하는 맛이 있긴 했다. 
 
아무튼 그때나 지금이나 환경 문제는 참 촌스럽다. 좀체 진보할 궁리를 못하는 것 같다. 국가 차원의 강력한 환경 정책도 미비하고, 공기청정기는 비싸기만 하다. 나는 다만 비를 기다릴 뿐이다. 창밖의 답답한 풍경을 빗물이 좍좍 씻어주길 매일 바란다. 다행히 이번 주에만 두 번의 비 예보가 있다. 그렇지만 반대로 봄비 내리면 떠오르는 그리움도 많아져 괴롭다. 마음속에 자꾸만 뿌연 안개가 낀다. 하지만 미세먼지로 괴로운 것보다는 이천오백 배 낫겠지. 
 
더 잦은 봄비를 기원하며, 오늘의 주제곡 「비와 당신」을 자꾸 듣는다. 이건 뭐, 우선 마음의 공해가 음악성에 씻기는 느낌이다.


이 곡의 노랫말처럼 바보같이 눈물이 자꾸 나도 좋으니 봄비가 많이 오면 좋겠다. 울고 나면 기분도 말끔해지지 않던가. 다 우리가 잘못했으니 하늘도 울고 기분 풀고, 다시 말끔한 파란 색 보여주시길.
 
 이 따위 봄, 음악으로 견디는 수밖에. 음악 칼럼이라고 만날 음악으로 견디라고 결론 내는데, 아아, 공기청정기 같은 것 살 돈 없지 않은가, 음악뿐이지 않은가(나만 없나...)
 
 음악은 상실감을 딛고 달려가 껴안을 환상의 나무일 것이다. 영화
<안개속의 풍경> 결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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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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