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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의 천재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초기 걸작 - 프린스(Prince) <1999>(1982)

프린스는 금기를 깨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전통을 조롱했습니다. 이 괴짜적인 천재성이 드디어 완성도 높은 음악성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1982년 <1999>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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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는 고(故) 마이클 잭슨의 시대였습니다. <Off The World> <Thriller> <Bad> 2장의 앨범만으로도 그는 팝계의 ‘황제’ 칭호를 얻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마니아들은 음악성에 있어서 프린스를 더 높게 평가하곤 했습니다. 마이클 잭슨이 온순한 편이었다면 프린스는 괴이한 캐릭터였으니까요. 프린스는 금기를 깨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전통을 조롱했습니다. 이 괴짜적인 천재성이 드디어 완성도 높은 음악성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1982년 <1999>입니다. 요즘 들어 1980년대에 대한 조명이 계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마이클 잭슨, 뉴 웨이브 선구자들과 더불어 그 시대 최고의 ‘이상한’ 음악가, 프린스의 명반을 만나보는 걸 어떨까요.

프린스(Prince) <1999>(1982)

‘Produced, Arranged, Composed and Performed by Prince!’

대중음악의 세계에는 재주 있고 노래 잘하는 영재는 많다. 하지만 프린스처럼 노래를 하면서 음반 제작과 편곡, 연주, 그리고 작곡하는 ‘멀티 플레이어’ 천재는 많지 않다.

레이건이 집권한 1980년대의 보수 시대에 섹슈얼한 가사와 도발적인 이미지로 무장한 ‘외설의 왕자’ 프린스는 기성세대의 노골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음악관을 굽히지 않은 채 음란하고 저돌적인 쪽으로는 초연하게 홀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면서 ‘군계일학(群鷄一鶴)’의 존재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지금도 80년대의 팝 음악계를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의 시대’로 규정하는 것이 말해준다.

디스코에 묻혀 버린 데뷔 앨범 <For You>(1978)부터 다섯 번째 음반인 <1999>가 발표되는 1982년까지 그는 대중과 평단이라는 두 집단에서 극단의 평가를 받는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다. 음악팬들은 <1999>가 인기를 누리던 1983년에 와서야 비평가들과 비슷한 눈높이를 맞추며 그의 음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거침없는 언행으로 ‘팝계의 괴짜’라는 닉네임을 얻은 프린스의 모든 음악적 영광은 바로 이 앨범으로부터 비롯된다. 1984년에 나온 프린스 최고의 역작 <Purple Rain>과 1987년에 태어난 명반 <Sign Of The Times>의 빛나는 영예가 바로 <1999>에 그 뿌리를 대고 있는데, <Purple Rain>으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을 위협할 정도의 명성을 얻던 1984년에 음악 관계자들은 콧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기타를 자유자재로 애무하는 괴상한 프린스에게 ‘제2의 지미 헨드릭스(Jimi Hendix)’란 영광스러운 별명을 하사하기도 했다.

뉴웨이브와 펑크(funk)를 조율한 전작 <Dirty Mind>(1980)와 <Controversy>(1981) 보다 한층 더 강화된 펑크(funk) 리듬과,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두꺼운 신시사이저 연주로 채색된 <1999>는 전체적으로 인간적인 향기보다는 기계적인 냄새가 짙다. 전자음악의 절정기라는 시대성이 가장 중요한 이유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사유가 있었다. 당시 프린스의 연인이었던 리사 콜맨(Lisa Coleman)이 신시사이저와 키보드를 연주했기 때문이다. 즉 사랑의 힘이 음반 제작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한 셈이다.

보코더를 사용해 뒤틀린 음성으로 시작하는 첫 트랙 「1999」가 차가운 기운으로 덮인 이 앨범을 스케치하고 있다. 건반을 맡고 있는 리사 콜맨이 메인 보컬로 활동 범위를 넓힌 「1999」는 첫 싱글 히트곡으로 1983년에 12위까지 올랐고 실제로 지난 1999년에는 다시 한번 40위를 기록해 ‘세기말의 명곡’임을 증명했다.

그의 첫 번째 탑 텐 싱글 「Little red corvette」(6위)는 프린스의 이름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노래로 1980년대 최고의 듀엣 홀 & 오츠(Hall & Oates)의 멤버인 존 오츠(John Oates)는 이 곡에 대해 “멜로디, 리듬, 가사 등 흠잡을 곳이 없는 완벽한 팝송”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일부 멜로디가 일렉트로닉 그룹 모조(Modjo)의 「Lady」와 유사한 「Lady cab driver」에서 감지되는 리듬은 듣는 이의 몸에 화살처럼 날아와 박힌다.

컨트리 음악 스타일을 펑키(funky)하게 실험한 「Delirious」(8위)와 「Let's pretend we're married」(52위)도 인기순위에서 선전했다. 특히 ‘결혼한 척합시다’라는 뜻의 「Let's pretend we're married」는 그 불순한 제목과 음탕한 가사 때문에 기성세대들이 가장 우려하는 ‘음란 노래’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이 곡으로 지난 2000년에 조지 W. 부시와 맞붙어 아깝게 패한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알 고어의 부인인 티피 고어가 회장으로 있는 ‘학부모 음악보존협회(PMRC)’가 설립되었을 정도로 1980년대 당시, 프린스는 어른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는 ‘필요악’과 같은 가수였다.

이렇게 네 곡의 히트 싱글 외에도 나머지 일곱 트랙이 <1999>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과묵하게 지원사격을 했다. 그러나 음악적인 면이나 사운드에서 앞서가던 <1999>가 대중이나 평단으로부터 조금 늦게 인정받았던 원인은 섹스를 묘사한 노골적인 가사 때문이었다.

“결혼한 척하자. 우리가 괜찮으면 아무 문제없어. 나는 내일 아침까지 멈추지 않겠어”라는 가사의 「Let's pretend we're married」는 물론이고, 앞으로 다가올 세기말을 노래한 느낌을 주는 타이틀트랙 「1999」는 “노스트라다무스가 지구의 종말을 예언한 1999년의 세기말처럼 오늘 밤, 질퍽하게 놀아 보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곡이다.

「D.M.S.R」는 춤(dance), 음악(music), 섹스(sex), 로맨스(romance)의 이니셜이며, 「Delirious」에서는 “아가씨, 나를 좀 태워 주세요. 당신의 호수 주위를 돌며 위로 아래로, 그리고 안으로 밖으로”라는 민망한 가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또한 「Lady cab driver」에서는 실제로 여성의 신음 소리를 삽입했으며 음반 표지에 쓰여 있는 숫자 1999에서 1은 남성의 성기처럼 묘사되어 있다. 이처럼 <1999>는 육체적 온도를 높이는 한 편의 ‘도색 음반’이다.

이처럼 섹스에 집착하는 노래 말은 훗날 투 라이브 크루(2 Live Crew)나 루크(Luke) 등 음탕한 내용을 소재로 하는 하드코어 랩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선구적인 음악으로 추앙 받게 만들었다.

1982년에 두 장의 더블 LP로 발표된 <1999>는 마이클 잭슨의 <Thriller>와 1984년에 공개한 자신의 앨범 <Purple Rain>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그에 맞는 위치를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던 불운의 음반이었다. 그러나 초가집에 명마를 두면 더욱 멋있다는 옛말처럼 1980년대였기 때문에 <1999>가 더 광채를 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세상에 탄생한 지 20여 년이 흐른 지금 <Purple Rain> <Sign Of The Times>와 함께 프린스의 3대 걸작으로 꼽히는 <1999>는 진정한 명반의 조건은 무엇인지, 어떤 음반이 마스터피스로 평가받는지 그 생생한 과정을 보여준다. 명반이란 분명히 시간이 주는 인내의 열매이다.

- 글 / 소승근(jeremy97523@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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