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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능력을 가진 한 남자의 이야기,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소통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벽을 뚫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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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고단한 대중의 삶을 이해한 듀티율에게 대중이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벽뚫남]-유연석(듀티율)_공무원.jpg



평범남이 특별남이 되기까지


여기 지극히 평범한 한 남자가 있다. 찬찬히 뜯어보면 허우대는 멀쩡한데 어딘가 어수룩하고, 뭔가 호감이 안 가는 남자. 존재감도, 센스도 제로인 이 남자의 이름은 듀티율이다. 파리 몽마르뜨 우체국 민원 처리과 공무원인 듀티율은, 매일 똑같은 반복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어느 하나 특이 할 것 없는 평범남은 가끔씩 그런 자신의 모습에 회의감을 가지다가도, 이내 지루한 일상을 순종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업무를 처리하고 퇴근을 하던 듀티율에게 놀라운 일이 생긴다. 그에게 벽을 뚫을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능력이 생긴 것! 눈 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하던 듀티율은 조금씩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그는 평범남에서 특별남이 되어 이전과는 다른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단편 소설가 마르셀 에메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기발한 상상력과, 유쾌한 위트, 날카로운 사회 풍자를 담고 있는 소설은 발간 당시에도 큰 인기를 끌었으며, 1951년에는 동명 영화로도 개봉되었다. 뮤지컬은 1996년 프랑스에서 처음 초연 되었고, 초연과 동시에 전 세계에서 공연되며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에서는 2006년 초연된 이후 평단과 관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사랑 받았다. 2015년 다시 돌아온 다섯 번 째 시즌은, 이전보다 더 탄탄해진 연출과 완벽한 캐스팅을 앞세워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지극히 평범했던 듀티율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뚜네뚜네가 되는 과정에서 겪는 수 많은 사건들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낸다. 극 중의 배경은 전쟁이 끝난 1940년대 가난한 지역 몽마르뜨. 그 곳에서 듀티율은 뚜네뚜네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다. 그들에게 훔친 빵을 나누어주고, 보석을 나누어주면서 그는 곧바로 민족투사, 대중의 영웅으로까지 추앙 받는다. 가난한 이들이 듀티율을 옹호하고 그의 석방운동을 벌이는 모습은, 당시의 어렵고 힘들었던 현실을 풍자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잘 나타난다. 별 거 없는 평범남 듀티율을 맹목적으로 추앙하는 대중들의 상황은, 그만큼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지도자가 부재했던 현실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인 시선이 반영되어 있다. 이처럼 뮤지컬은 단순해 보이는 구조 안에 현실을 풍자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벽뚫남]-유연석(듀티율)-문진아(이사벨)_이사벨을-찾아온-듀티율.jpg



2% 부족할 때


원작에서도, 뮤지컬에서도 듀티율이 벽을 뚫는 행위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 특별한 능력을 통해 듀티율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던 단단한 벽마저 뚫어버린다. 가난하고 고단한 대중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본 듀티율에게 대중이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진심으로 대중들과 소통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듀티율은 수 많은 사람들처럼 지극히 평범했던 사람이었기에, 대중들은 자신과 닮아있는 그의 모습에 더 열광하게 되었다. 아마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도, 그러한 진심을 담은 소통의 중요성이 아닐까 싶다. 소통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벽을 뚫을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뮤지컬은 원작이 담고 있는 이러한 상징성을 나름 잘 표현해내지만, 어딘가 부족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듀티율이 뚜네뚜네로 살기로 결심한 뒤 대중들에게 물건을 나누어주는 부분, 대중이 듀티율을 위대한 사람이라고 추앙하게 되는 부분은 개연성이 부족하다. 사건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전개되지 않았는데,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급하게 마무리하는 느낌이다. 원작이 지닌 날카로운 현실 풍자의 시선이 뮤지컬에서 충분히 느껴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게다가 듀티율이 이사벨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부분은 다소 당황스러울 정도로 급작스럽다. 두 사람의 감정선이 지나치게 생략되어 있다. 관객이 듀티율과 같은 감정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새 두 사람은 깊은 사랑에 빠져있다.  ‘그들만의 세상’에 지나치게 빠져있는 둘의 모습은 영 불편하고 어색했다. 조금 더 세밀하게 두 사람의 감정 교류를 그려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뮤지컬을 보는 내내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의 가장 큰 장점은 주 조연 할 것 없이 모든 배우들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첫 뮤지컬 도전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유연석은, 처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안정적인 노래실력을 뽐낸다. 묵직하고 부드러운 중저음 보이스를 기반으로 30여개의 넘버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찌질한 듀티율에서 자신감 넘치는 뚜네뚜네까지의 연기 변신도 훌륭하다. 2012년 시즌부터 <벽을 뚫는 남자>와 함께 하고 있는 고창석은 말할 것도 없이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가 등장할 때마다 객석은 큰 웃음이 터지고, 그의 등장으로 조금은 지루했던 분위기도 생기 있게 전환된다. 고창석은 능청스러운 연기로 말 그대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의 문진아 역시 이사벨의 청초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배우뿐 아니라 연출까지 맡고 있는 임철형의 익살스러운 연기도, 작품을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평범했던 한 남자가 특별한 남자가 된 영화 같은 이야기,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내년 2월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 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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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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