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북한군 4명 VS 남한군 2명, 그들은 운명은? -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과연 그들은 여신님과 함께 무사히 살아갈 수 있을까?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여신님은 그들에게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었던 존재이자 희망이자, 꿈이었다.

eidt.jpg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르게 바라 볼 수 있도록

 

때론 하나의 사건에 대해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할 때가 있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나 <공동경비구역 JSA>가 그랬다. 순수한 시골처녀로 인해 전시상황에서 조금씩 상대를 이해해가던 남북한 병사들의 모습도, 서로가 서로를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로 받아들이던 군인들의 모습도 모두 급박한 전시상황을 보여주는 것보다 더 깊은 여운과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전쟁에 연루된 ‘사람’에 집중해 휴머니즘적인 이야기를 부각시킨 두 영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전쟁이 지닌 비극성과 참혹성을 전달해주었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역시 위의 두 영화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총알이 쉴 새 없이 날아다니고 포탄 소리에 귀가 먹먹해지는 급박한 전시상황을 주 배경으로 삼지 않는다. 이전과 다른 신선한 관점에서, 참신한 발상으로 전쟁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 편 전쟁의 비극성을 진지하게 파헤쳐나간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어느 날, 국군대위 한영범은 후임 신석구와 함께 북한군 포로 이창섭, 류순호, 변주화, 조동현을 포로수용소로 이송하는 임무를 받게 된다. 6명의 인물들은 배를 타고 이동하던 중 기상악화로 인해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 무인도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고장 난 배를 고치는 것. 그러나 유일하게 배를 고칠 수 있는 류순호는 전쟁의 후유증으로 인해 정신이상증세를 보이고,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점점 인간성을 상실해 간다. 한영범은 그런 류순호를 위해, 여신님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그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머지 병사들 역시 류순호를 위해 여신님을 믿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그들의 무인도 생활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전쟁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지나치게 진지하지도 않게, 그렇다고 지나치게 가볍지도 않게 적당한 균형을 유지하며 이야기한다. 극한의 상황에 고립된 남북한 병사들이 함께 우여곡절을 겪으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단순한 플롯을, 여신님이 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개성적이고 독특한 플롯으로 탈바꿈시킨다. 경쾌한 음악과 유쾌한 대사로 웃음을 전달해 주다가도 인물 내면의 깊숙한 상처를 통해 관객들의 슬픔을 자극한다. <웰컴 투 동막골>이나 <공동경비구역 JSA>가 그랬듯 조금 다른 시선에서 주제에 접근하면서도 주제의식 또한 잃지 않는다. 

 

 

여섯 남자의 여신님

 

병사들은 처음에는 불평을 쏟아내다가 이내 황당하고 엉뚱한 ‘여신님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 과정 속에서 그들은 군인이 아니라 평범하고 소박한 일반인이던 원래의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포장된 것이 아닌 진짜 자신을 서로에게 보여주면서, 그들은 상대를 적이 아닌 동료, 친구로 받아들이게 된다. 조금씩 서로를 배려하고 의지하고 이해한다. 사실 처음부터 그들이 적이 될 이유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전쟁이라는 상황이 그들을 그렇게 마주치게 했을 뿐이다. 

 

시작은 류순호를 위한 가상의 여신님 프로젝트였지만, 이내 병사들은 모두 마음속에 품고 있던 자신만의 여신님을 떠올린다. 그들에게 여신님은 더 이상 가상의 존재가 아니다. 반드시 지켜내고 싶고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만나야 할 소중한 존재 그 자체이다. 아들이 살아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늙은 어머니, 좋아한다는 말도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헤어졌던 짝사랑하던 여인, 같은 꿈을 키우며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던 여동생, 생사를 알 수 없이 헤어진 가족 등. 여신님은 그들에게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었던 존재이자 희망이자, 꿈이었다. 여신님 프로젝트는 결국 모두에게 고통과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주게 만들었던 것이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앞에 말했듯 무게 중심이 탄탄히 잡힌 작품이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자칫 엉성할 수도 있는 전쟁이라는 소재를 유연하게 풀어나간다. 대체 무엇을 위해 이들이 이 참혹한 전쟁에 휘말리게 되었는지, 왜 이들이 이러한 상황을 겪어야만 했는지를 떠올리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지배층의 이데올로기 대립에 의해 발생한 전쟁 속에 희생되고 고통을 받는 건 결국 무고한 국민들일 뿐이라는 것을 날카롭게 보여준다.

 

다시는 이렇게 만나지 말자던 인민군 이창섭과 국군대위 한영범의 마지막 대사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말하고자 하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이다. 행복한 얼굴로 여신님을 향해 노래하던 여섯 남자의 목소리가 메아리 같이 가슴 속에 울려 퍼져 진한 여운을 남긴다.


 

[추천 기사]

- 뮤지컬 <드림걸즈> 눈부시게 빛나는 그녀들
- 뮤지컬 <그남자 그여자>, 서로 다른 언어로 사랑을 말하다
-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 힐링뮤지컬 <바보 빅터>
- 뮤지컬 <사의 찬미>, 윤심덕의 죽음을 노래하다
- 신과 인간 그 사이의 새로운 예수 -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

기사와 관련된 공연

오늘의 책

당신의 잠재력을 펼쳐라!

2007년 출간 이후 17년간 축적된 데이터와 뇌과학 지식, 새로운 사례를 더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몰입』 최신판. 창의성과 사고력을 키우려는 학생부터 집중력을 잃어버린 직장인까지 몰입을 통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나에게 맞는 몰입법으로 내 안의 잠재력을 무한히 펼쳐보자.

할머니가 키운 건 다 크고 튼튼해!

『당근 유치원』 안녕달 작가의 열한 번째 그림책. 토끼 할머니와 돼지 손주의 따뜻하고 사랑 넘치는 하루를 담았다. 할머니의 넘치는 사랑으로 자란 오동통한 동식물과 돼지 손주의 입에 쉴틈없이 맛있는걸 넣어주는 할머니의 모습은 우리 할머니를 보는 것 같이 정겹다. 온 세대가 함께 읽기 좋은 그림책이다.

40년간 집을 지은 장인의 통찰

로빈 윌리엄스, 데이비드 보위 등 유명인들은 마크 엘리슨에게 집을 지어 달라고 부탁한다. 그가 뉴욕 최고의 목수라서다.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고 최고가 된 사람에게는 특별함이 있다. 신념, 재능, 원칙, 실패, 부 등 저자가 집을 지으며 깨달은 통찰에 주목해보자.

150만 구독자가 기다렸던 빨모쌤의 첫 책

유튜브 '라이브 아카데미'를 책으로 만나다! 영어를 배우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라고 말하는 빨모쌤. 실제로 영어가 쓰이는 걸 많이 접하면서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힘’을 키우길 바란다고 제안한다. 수많은 영어 유목민이 선택한 최고의 유튜브 영어 수업을 책으로 만나보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