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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친구일까 연인일까? - 연극 <70분간의 연애>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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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하면 척! 하는 두 사람의 찰떡궁합은 보고만 있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만큼 예쁘고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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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내거인 듯 내거 아닌 내거 같은 너

 

친구와 연인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영화와 드라마, 연극을 구분할 것 없이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 일명 ‘응답’ 시리즈의 <응답하라 1997>은 모두 친구와 연인의 애매한 관계에 놓인 두 남녀의 심리를 섬세하게 풀어나가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관심 없는 척 무심하게 굴다가도 세심하게 챙겨주는 애매모호한 이성친구 관계. 그 애매모호함이 주는 설렘은 많은 사람들의 로망을 정확하게 저격했다.

 

사람들은 때론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운명적인 만남을 꿈꾸기도 하지만, 때론 늘 함께 했던 친구사이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꿈꾸기도 한다. 후자가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예상치 못한 설렘은 그런 만남을 꿈꾸게 만든다. 내 모습을 포장하지 않아도 되고,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될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편한 사이에서 시작되는 자연스러운 사랑을 한 번 상상해보자.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건 충분히 매력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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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하고 싶다

 

연극 <70분간의 연애>에 나오는 주인공 지영과 보경 역시 그런 관계다. 친구와 연인 그 사이의 어딘가를 방황하고 있는 애매한 관계. 고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된 두 사람의 우정은 15년째 현재 진행 중이다. 두 사람은 촌스러운 안경에 후줄근한 체육복, 화장기 없는 민낯을 하고도 스스럼없이 만날 수 있는 지나치게(?) 편한 친구사이다. 사실 두 사람은 서로를 이성친구 이상으로 느낀 적이 있지만, 혹여나 섣부른 고백으로 친구도 될 수 없을까 그 마음을 꽁꽁 숨긴다. 아는 척 모르는 척, 보이지 않는 미묘한 신경전은 무려 15년째 계속되고 있다.

 

<70분간의 연애>가 주는 편안함은, 이 연극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척하면 척! 하는 두 사람의 찰떡궁합은 보고만 있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만큼 예쁘고 귀엽다. 15년간의 우정이 만든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연극은 작은 이야기들을 통해 소소하게 두 사람의 15년을 천천히 그려나간다. 두 사람의 추억을 보여주는 진행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두 사람의 모습 역시 꾸밈없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그 지나친 잔잔함이 관객에게 보경과 지영의 미묘한 감정변화를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친구사이’에 좀 더 진하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언제, 어떻게, 왜 두 사람이 ‘연인사이’의 감정을 느끼기 된 건지 공감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연스러워도 너무 자연스럽고 편해도 너무 편하다. 두 사람 사이엔 극적인 에피소드가 없어도 너무 없다. 연극은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결말의 5단계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전개 - 전개 - 전개 - 절정 - 결말로 진행되는 것 만 같다. 마지막에 가서야 폭발하는 두 사람이 감정은 조금 당황스럽고, 곧바로 이어지는 부자연스러운 연출은 억지스럽다. 앞서 그려놓은 잔잔한 서정적인 감정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다.

 

두 사람이 조금 더 서로의 마음에 솔직했으면, 친구와 연인사이 줄타기를 하는 아슬아슬한 관계를 더 그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다행인건 15년 친구관계를 연기하는 두 배우의 연기력이 이 모든 아쉬움을 채워준다는 점이다. <70분간의 연애>는 연출적인 면에서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간질간질 두근거리는 풋풋함과 설렘만큼은 확실히 전달한다.  혹시 친구와 연인사이의 애매한 관계에 놓여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시원하게 마음을 고백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두 말 할 것 없이 당장 <70분간의 연애>를 예매하길 권한다. 연극이 끝나고 나면 말없이 손을 부여잡고 친구에서 연인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될 수도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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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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