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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떡볶이를 사랑해

하루한상 – 여섯번째 상 : 쌀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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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11월 11일에 막대과자를 주고받으며 친목을 다진다. 하지만 이 날은 공식적으로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길쭉한 벼, 가래떡 등을 상징하여 벼 데이, 가래떡 데이라고도 불린다. 그래서 여섯 번째 상은 우리 쌀로 만든 쌀떡볶이.

막대과자 대신 가래떡


1년 12달 52주 365일을 매일 같은 풍경으로 산다면 참으로 지겨울 것 같다. 게다가 매년 그렇다면 더더욱 그럴 테다. 그래서 인간은 명절도 만들고 24절기도 만든 게 아닐까. 그러고 보면 오래된 기념일들은 계절이나 농사에 관련된 거였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즐기는 기념일, 그러니까 **데이들은 음식이나 상품과 관련된 날이 많다. 사랑과 관심을 특정일에 특정 상품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중 11월 11일은 일명 빼빼로데이로 불린다. 사실 몇년전만해도 친구들과 막대과자를 형식적으로 주고받기도 했지만 상술에 놀아나는 느낌이 들어서 그만두었다. 그리고 그 날의 다른 의미를 알게 되었다. 농업인의 날 혹은 가래떡 데이. 그래서 그날이 되면 혼자라도 쌀떡볶이를 먹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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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대야에서도 잘 익은 벼님

 

 

우리는 떡볶이를 사랑해


떡볶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궁중에서 먹던 소고기를 넣은 간장으로 만든 떡볶이가 조상님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게 한국전쟁 후 빨간 고추장을 만나 지금 우리가 즐겨 먹는 떡볶이, 학교 앞 분식집의 그 떡볶이가 된 것이다. 쌀이 귀했던 70년대에는 밀가루로 만든 떡이 들어가 ‘밀떡’이 대세였지만 쌀이 흔해지면서 ‘쌀떡’으로 만든 떡볶이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칼칼한 국물이 먹고 싶은 날 그리고 귀찮음이 영혼에 가득한 날 종종 국물떡볶이를 만든다. 야채까지 총출동시켜서 궁중팬에 한가득 만들어 놓으면 맛도 있고 배도 부르고 설거지도 별로 없어서 행복감은 배가 된다. 


질, 양, 후처리 삼박자를 고루 갖춘 ‘궁극의 국물 떡볶이’를 만드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재료 준비: 쌀떡, 어묵, 양배추, 양파, 고추장, 진간장, 설탕, 다시마, 마늘 (라면사리)
2. 물을 넉넉히 잡고 자른 다시마와 마늘을 넣고 끓인다. 국물 맛을 위한 것인데 기호에 맞게 생략해도 된다.

    쌀떡은 물에 담가놓는다.
3. 2가 끓으면 고추장을 풀고 떡볶이를 넣는다.
4. 떡이 익었으면 양파와 어묵을 넣고 기호에 맞게 진간장으로 간을, 설탕으로 단맛을 맞춘다.

    양파와 양배추에서 단맛이 나오므로 감안한다.
5. 떡에 어느 정도 간이 배었다면 양배추와 라면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6. 맛있게 먹는다.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가지, 호박 등 자투리 야채가 있다면 넣어보자! 맛도 영양도 더 좋아진다. 냉장고 청소까지 할 수 있다니 우리는 떡볶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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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재료 출격 준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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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계란까지 얹어 후루루룩~

 

 

우리 쌀을 왜 더 먹어야 할까


몇 해 전부터 FTA와 더불어 ‘쌀 시장 개방’이라는 단어가 뉴스에 자주 올라오고 있다. 과일, 고기, 와인 등 자유무역이 가져다주는 풍요로움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주된 식량자원인 ‘쌀’이 전면 자유무역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지금은 수입 쌀에 높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우리 쌀의 가격을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 쌀의 높은 관세가 영원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현재 국내에서 소비되는 쌀의 8~9%가 5%의 저관세율이 부과되는 의무수입량으로 충당되는데 우리 쌀과 혼합되어 마트를 통해, 국내산으로 표기되어 식당을 통해 우리 입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것들이 위협하는 것은 ‘식량자급률’ 일 것이다.

 

작년 사료를 제외한 곡물의 자급률, 즉 식량자급률은 OECD 회원국 중에 최하위인 47.2%였다고 한다. 쌀과 보리를 제외하고 모두 10% 미만이며 밀(0.5%), 옥수수(1.0%), 콩(9.7%)은 특히 낮았다. 쌀은 어쩌면 식량 자급의 마지막 보루인 것이다. 그래서 100% 우리 쌀이라고 믿을 수 있는 생협에서 쌀을 사 먹는다. 가격도 마트와 비교해서 비슷하거나 저렴하기도 하다.


얼마 전부터 『짚 한오라기의 혁명』 을 읽기 시작했다. 쌀과 보리농사를 자연농법, 그러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농법으로 40년간 지어 양질의 수확을 얻은 후쿠오카 마사노부 할아버지 이야기다. 자연을 그대로 두며 인간이 먹고살 수 있길 바라본다. 자연이 힘들면 인간도 힘드니까. 
 

 

(부록) 남편의 상


안녕하세요. 우선 여편님의 떡볶이는 죠스보다 날카롭고, 북해도의 라멘처럼 깊고 부드러웠습니다. 떡볶이는 자고로 물이나 우유 없이도 국물까지 싹 다 비울 수 있는 간이 적당하다는 게 저의 지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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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맘때 제가 만든 떡볶이입니다.


2년 전 이맘때, 해외로 인턴 생활을 하기 위해 떠나는 동생을 위해 제가 만든 떡볶이입니다. 색은 저래도 하나도 안 맵고 맛났습니다.


저 역시 몇 년 전부터 밀가루 막대과자를 뒤로하고 11월 11일에 ‘가래떡 데이’, ‘농민의 날’을 부르짖었습니다. 그런데도 농업의 중심인 쌀 소비량은 점차 줄어 주로 쓰는 현미 식용유도 쌀이 안 팔려 못 만드는 지경이라는 소식은 저희를 충격의 후라이팬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언어를 잃어버리는 데는 한세대면 족하지만 식문화를 잃어버리는 데는 2세대, 3세대도 부족하다고 합니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밥통을 지고 다니며, 김치를 담가 먹는 한민족의 후손들이 그 증거라고 합니다. 그만큼 빠르게 변하는 우리의 식문화를 되돌아볼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드는 생각은 11월 11일에 대한 우리의 역사와 인식을 바로 세우기 위해 농업인의 날을 공휴일로 제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쌀은 언제부터 우리 민족의 아이콘이었던 걸까요? 지난 회 감자에 이어 제가 또 작물의 기원에 집착하는 이유는 최근에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라는 책을 탐독했기 때문입니다. 20세기 최고의 생물학자라 일컬어지는 바빌로프는 작물의 기원과 다양성을 찾아 전 세계 대륙을 기행 했다고 합니다. 책은 그의 흔적을 쫓아가며 농민의 소중함과 농업의 위기를 말하고 있습니다. 바빌로프가 너무 매력적인 사람이라 본격 전기인 『바빌로프』 도 읽어보려 합니다. 그럼 대체 쌀은 어느 별에서 왔을까요? 다행히 아직까지 우주에서 감자가 아닌 쌀을 키운 과학자는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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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 한오라기의 혁명후쿠오카 마사노부 저/최성현 역 | 녹색평론사
저자 후쿠오카 마사노부는 이미 30년 전부터 자연농법을 고안했다. 자연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신의 뜻, 자연의 의지에 따라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복종하는 삶이야 말로 인간완성, 자연인으로 가는 유일한 길임을 밝힌다. 인간의 자기파괴적 행위가 극한에 치닫는 현대사회에서, 자연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되는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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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윤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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