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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앤 타임 < Land >, 자연을 표현한 앨범

라이프 앤 타임(Life And Time) < La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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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Post)'을 바라보는 밴드는 많았으나 '진보(Progressive)'를 보여주는 밴드는 드물었는데 이들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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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그룹 라이프 앤 타임은 결성 과정보다 결과물 자체로 이름을 새겼다. 러시(Rush)를 연상케 하는 세 멤버의 폭발적인 연주와 신선하면서도 확연한 색을 띠는 멜로디 전개를 통해 순간의 쾌감과 깊은 감상 둘을 어렵지 않게 확보하는 덕이다. 블루스로부터 가져온 하드 록을 프로그레시브 스타일로 풀어내면서도 어렵지 않은 결과물을 제시할 수 있는 재능은 실력과 더불어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주요한 이유였다. 1년 만의 정규 데뷔작 < Land >에는 외도를 넘어 큰 발걸음을 내딛으려 하는 밴드의 야망이 담겨있다.

 

앨범의 '생태계'는 오색찬란한 정글과 무채색의 도시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휘몰아치는 연주부터 장엄하게 둑을 무너뜨릴 줄도 아는 「급류」와 형형색색 발화의 현장 「꽃」, 치밀한 전개의 리듬감으로 울창함을 조성한 「숲」 등 '자연 시리즈'의 음악 묘사는 정확하면서도 뛰어나다. 한편 프로토펑크 시대의 전투적인 리프가 급박하게 전개되는 「My loving city」는 앞과 확연히 선을 그어버리며 도시의 분주함을 그대로 옮겼다. 현실의 사운드트랙이자 사실주의 풍경화다.

 

기록으로부터의 감상에 의미를 더하는 것은 독창적인 시선과 감각적인 표현 방식이다. 펑키(Funky)한 베이스라인으로 그린 밑그림에 불안함을 어우르는 「Shakin' trees」와 변칙적인 리듬으로 날것과 원숙함을 동시 해결하는 「땅(Land)」는 기록의 의의를 넘어 의미있는 작품으로서 기능한다. 그 중 「빛(Light)」은 완급 조절까지 능한 베스트 트랙이라 할 수 있는데, 높은 텐션을 유지하던 진실의 보컬이 읊조리듯 부드러운 기타 리프 위에 얹히며 브릿팝 스타일의 쓸쓸한 아우라로 사방을 덮는다.

 

이러한 묘사는 프로그레시브 록의 전형이며 실제 복잡한 연주 스타일까지 그러하니 크게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단점이 간단히 무시될 만큼 < Land >는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꽉 차있다. 근래 난해한 구성이나 내면의 발현은 꾸준히 있었지만 라이프 앤 타임이 보여주는 치밀한 연주무쌍(無雙)같이 본능을 건드리지는 못했다. 원초적 감각에 집중하다 의미를 잃어버리는 수많은 경우와도 다른 것이, 초 강성 일변도에서 완급 조절도 가능한 데다 과장 혹은 허세와 다른 진솔한 메시지도 담을 줄 안다.

 

'다음(Post)'을 바라보는 밴드는 많았으나 '진보(Progressive)'를 보여주는 밴드는 드물었는데 이들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대자연의 고고한 흐름으로부터 힌트를 얻은 이들에게는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있다. 그리고 이는 최근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힘이다.

 

2015/09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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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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