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경쾌한 빅 밴드 편곡과 풍성한 하모니, < 미라클 벨리에 >

V.A(Various Artists) < 미라클 벨리에 (La Famille Belier) >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장난기와 판타지의 오묘함이 공존해 무척 이채롭게 느껴진다.

L (2).jpg

 

프랑스 영화 < 미라클 벨리에(La Famille B?lier) >는 가족 간의 따뜻한 사랑을 담아낸다. 고등학생 폴라의 부모님과 남동생은 선천적 청각장애인으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폴라는 가족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대변인 역할을 해 왔다. 가족의 장애를 홀로 감당하고 있음에도 그녀는 낙천적이고 밝다. 그러던 어느 날 좋아하는 남학생이 속한 합창 동아리에 가입해 지도 선생님으로부터 노래 실력을 인정받는다. 선생님은 폴라가 음대에 지원할 수 있도록 돕지만 가족 곁을 떠나야 하는 것이 걸림돌이다. 처음에는 폴라의 꿈을 반대하지만 궁극에는 딸의 생각을 알아주고 찬성한다. 역시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

 

가족들의 대화가 수화로 이뤄지는 탓에 거의 모든 대사는 폴라에게 집중된다. 이 외에 친구나 다른 등장인물과 나누는 이야기가 영화의 특수한 사정에서 비롯되는 소리의 공백을 메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휑한 감이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와 같은 영화의 안타까운 조용함은 음악에 의해 유쾌하게 해소된다. < 미라클 벨리에 > 역시 기존에 출시됐거나 영화를 위해 맞춤 제작된 노래들, 또는 필름 스코어가 군데군데 영상을 꾸미지만 이들이 필수 마감재처럼 사용된다는 점에서 보통의 영화들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의 음악감독은 러시아 출신의 작곡가 예브게니 갈퍼린(Evgueni Galperine)과 사샤 갈퍼린(Sacha Galperine) 형제가 맡았다. 이들의 곡은 발랄하지만 은은하며, 때로는 차분하면서도 온화하다. 메인 테마곡 「La famille B?lier」(벨리에 가족)는 딸각거리는 리듬 위에 바이올린과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맞물려 과하지 않게 가뿐함을 어필한다. 「Une p?pite dans le gosier」(천상의 목소리)는 맑은 타악기 연주로 선선하게 들리고, 「Paris」(파리)는 현악기에 무게를 두면서 오밀조밀하게 리듬을 구성해 침착하게 속도감을 낸다. 「Romance」(로맨스)는 단조의 음계, 저음의 현악기로 낮은 채도를 내보이지만 벨 소리 같은 음색의 키보드 반주를 실어 고운 느낌도 함께 전한다. 이들 곡은 장난기와 판타지의 오묘함이 공존해 무척 이채롭게 느껴진다.

 

사운드트랙은 배우와 다른 가수의 노래로도 즐겁다. 합창 동아리에 가입해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La maladie d'amour」(사랑의 열병)는 3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오페라 합창단 메트리즈 데 오드센(Ma?trise des Hauts-de-Seine)이 아름답게 표현했다. 폴라를 연기한 루안 에머라(Louane Emera)의 보컬도 훌륭하다. 그녀는 「Je vais t'aimer」(당신을 사랑할 거예요)와 「Je vole」(비상)에서 호흡과 강약을 능숙하게 조절함으로써 처연한 감정을 실감 나게 표출하고 있다. 지도 선생님이 폴라의 가창력을 발견하게 되는 「La java de Broadway」(브로드웨이의 파티)는 경쾌한 빅 밴드 편곡과 풍성한 하모니로 절로 발장단을 치게 만든다. 합창단 활동에서 부르게 되는 프랑스 국민 가수 미셸 사르두(Michel Sardou)의 노래들은 영화가 내는 따스하고 밝은 기운을 증대한다.

 

폴라가 음대 진학을 꿈꾸면서 갈등이 자리하게 되지만 이는 궁극에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고 관계를 단단하게 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 미라클 벨리에 >는 가족애, 구성원들에 대한 이해심을 곱씹어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사랑스러운 스코어, 화사한 합창과 분위기 있는 독창을 겸한 사운드트랙은 영화를 더욱 즐겁게 만든다. 음악과 노래들 덕에 이야기의 흐름과 감동도 산다.

 

2015/08 한동윤(bionicsoul@naver.com)

 

 


[관련 기사]


- 복고적인 느낌을 팀의 색깔로 흡수한, 에이핑크 < Pink MEMORY >

- 양날의 검을 가진, 프라이머리 < 2 > 
- 거부할 수 없는 네오 소울 사운드, 리앤 라 하바스 
- 20년 만에 다시 만난, 삐삐밴드

- 매끈한 비트와 스토리텔링의 매력- 배치기 < 甲中甲 >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미라클 벨리에 영화음악 (La Famille Belier OST)

<Evgueni Galperine>,<Sacha Galperine>17,800원(19% + 1%)

프랑스 박스오피스 3주 1위! La Famille Belier 미라클 벨리에 OST 꿈을 향한 폴라의 아름다운 도전, 벨리에 가족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 영화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 '위험한 패밀리' 스코어를 제작한 형제 예브게니 갈퍼린, 사샤 갈퍼린 음악감독 참여로 영화의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장재현 감독의 K-오컬트

2015년 〈검은 사제들〉, 2019년 〈사바하〉, 2024년 〈파묘〉를 통해 K-오컬트 세계관을 구축해온 장재현 감독의 각본집. 장재현 오컬트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준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오리지날 각본은 영화를 문자로 다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독자를 오컬트 세계로 초대한다.

위기의 한국에 던지는 최재천의 일갈

출산율 꼴찌 대한민국, 우리사회는 재생산을 포기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갈등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지성인 최재천 교수는 오랜 고민 끝에 이 책을 펴냈다. 갈등을 해결할 두 글자로 숙론을 제안한다. 잠시 다툼을 멈추고 함께 앉아 대화를 시작해보자.

어렵지 않아요, 함께 해요 채식 테이블!

비건 인플루언서 정고메의 첫 번째 레시피 책. 한식부터 중식,일식,양식,디저트까지 개성 있는 101가지 비건 레시피와 현실적인 4주 채식 식단 가이드등을 소개했다. 건강 뿐 아니라 맛까지 보장된 비건 메뉴들은 처음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할 말, 제대로 합시다.

할 말을 하면서도 호감을 얻는 사람이 있다. 일과 관계, 어른으로서의 성장을 다뤄온 작가 정문정은 이번 책에서 자기표현을 위한 의사소통 기술을 전한다. 편안함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대화법, 말과 글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방식을 상세히 담아낸 실전 가이드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