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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의 컴백 베루카 솔트, < Ghost Notes >

베루카 솔트(Veruca Salt) < Ghost Not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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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록과 팝 록에 기반을 둔 그런지 리프와 까칠한 사운드 톤, 훅 구간에서 여지없이 치고 들어오는 팝 멜로디가 모두가 기억하는 밴드의 사운드를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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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 음반들 사이의 시간차가 다소 크다만 그래도 매순간에 임하며 베루카 솔트는 최초에 만든 자신들의 스타일과 떨어진 적이 없다. 시대가 어떠한 음악을 요구하건 간에 말이다. < Ghost Notes >에서 보이는 모습 역시 예와 마찬가지다. 사운드에 조금은 여유가 생긴 듯한 약간의 변화를 제외한다면 작법은 예의 것과 동일하다. 하드 록과 팝 록에 기반을 둔 그런지 리프와 까칠한 사운드 톤, 훅 구간에서 여지없이 치고 들어오는 팝 멜로디가 모두가 기억하는 밴드의 사운드를 알린다. 무엇보다도 이번 음반은 원년 멤버들이 다시 모여 제작됐다는 데에서 의미와 크다. 루이스 포스트와 니나 고든, 짐 샤피로, 스티브 랙으로 구성된 초창기 라인업으로 낸 마지막 정규 작품은 1997년의 < Eight Arms To Hold You >였다. 여기에 데뷔 앨범의 프로듀서 브래드 우드까지 합세해 반가움에 세기를 더했다.

 

앞서 살짝 언급한 이들의 여전함에 음반의 강점이 있다. 2015년에 만든 < Ghost Notes >에서 나오는 인상은 일찍이 「Seether」가 수록된 < American Thighs >나 「Volcano girls」가 들어있는 < Eight Arms To hold You >로 남겼던 1990년대의 잔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지에서 비롯되는 20여 년 전 얼터너티브 록의 컬러가 이 부분에서 진하게 묻어난다. 이러한 정서적 측면에만 단순하게 여전함이 국한됐다면 이를 음반의 강점이라고 소개하지는 않았을 테다. 초창기에 베루카 솔트 음악의 방향을 설정했던 니나 고든과 루이스 포스트 중심의 송라이팅 호흡 또한 빛바래지 않았다는 지점에서 영속성의 무게가 더욱 실린다. 특히 팝적인 코드 전개와 캐치한 보컬 멜로디를 아낌없이 던지는 훅 라인, 간편함을 지닌 리프들에 초점을 맞췄을 때 밴드의 주 무기가 확연히 드러난다. 개별 트랙 단위에 소구력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 즐기기 좋은 곡들이 음반에 가득하다.

 

「The gospel according to saint me」, 「Laughing in the sugar bowl」과 같은 경쾌한 트랙에서도, 「Prince of Wales」나 「Black and blonde」와 같은 차분한 곡에서도 4인조의 진가가 잘 노출된다. 로 파이 톤의 그런지 리프가 러닝타임의 첫머리에서 멋지게 시계를 거꾸로 돌리며 니나 고든과 루이스 포스트의 발랄한 보컬을 타고 나오는 흡입력 높은 선율이 곡의 중간과 말미에서 밴드의 색채를 완성시킨다. 더 나아가, 점층적으로 사운드를 쌓아올리는 「The 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와 후반부의 격정을 향해 흐름을 몰아가는 「Alternica」와 같은 곡에서는 전개 방식에 부여한 색다른 재미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곳곳에 여러 장치들을 심어 개개 곡만의 매력을 충분히 마련한 셈이다.

 

작품은 사실 굉장히 전형적이다. 서두에서 얘기했던 대로 베루카 솔트는 자기 고유의 방법론에 힘을 강하게 싣는다. 음반 안에서 일정한 모델이 반복되는 모습을 그리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주저하지 않고 붙이는 이유는 그 기저에 탄탄하고 건강한 자양분이 존재한다는 데에 있다. 귀에 잘 박히는 멜로디가 즐비해 있는 이 싱글 컴필레이션을 애써 마다할 필요가 없다. 앨범의 내용도 그렇고 배경도 그렇고, 정말이지 좋은 컴백의 순간임이 분명하다.

 

2015/07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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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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