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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타는 남성분들에게 추천한다, 화이트 바이올렛의 < Stay Lost >

몽롱하게 울리는 연출을 통해 드림 팝의 스타일을 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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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급의 역량을 알릴 증거들이 도처에 있다. 한 차례 껍질을 깨고 나온 두 번째 작품이라 앨범의 의미는 더욱 힘을 얻는다.

화이트 바이올렛(White Violet) < Stay Lost >


몽롱하게 울리는 연출을 통해 드림 팝의 스타일을 내보인다. 잔잔함 속에서는 포크의 분위기도 다가오며 기타 리프를 엮어가는 몇몇 지점에서는 괜찮은 록 사운드가 들리기도 한다. 사운드 메이킹을 통해 뱉어내는 뿌연 공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화이트 바이올렛의 두 번째 정규 음반은 여유로운 공간감으로 시작을 알린다. 뒤이어 등장하는 음악들 역시 나쁘지 않다. 기본 골자라 할 선율부터 우선 좋다. 짧게 끊어가는 기타 리프와 길게 멜로디를 뽑아내는 보컬 파트가 어울려 흡입력 있는 조합을 구성한다. 여기에 무리하게 밀도를 높이지 않은 진행과 심심한 맛이 있는 보컬까지, 부담 없이 들을만한 부분들이 귀에 잡힌다. 빈 공간 많은 사운드를 바탕으로 두었기에 송라이팅에서의 강점은 더욱 잘 드러난다.


WhiteViolet_StayLost.jpg


첫 트랙 「Weighs」에서 이들 음악의 전형으로 꼽을 수 있다. 부피감을 갖고 찰랑이는 기타와 풀어내듯 펼친 사운드, 부드럽게 멜로디를 모는 전개를 결합해 자신들의 모델을 완성시킨다. 이 흐름 위에서 「Weighs」의 뒤를 잇는 「Stay lost」와 「Grow tall」도 비슷한 기조의 결과물로 보인다. 나쁘지 않은 트랙들이다. 듣는 재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순간은 기본 틀에서 조금씩 변화를 준 다른 지점들을 만나면서부터다. 비트를 끌어올린 「Fernandina」는 음반 최고의 곡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다. 모양새는 간결하나 아득하게 퍼지는 톤을 담은 기타 리프, 리듬감이 돋보이는 베이스와 퍼커션 라인, 두 대의 기타가 멋지게 교차하는 솔로 파트가 각자의 위치에서 곡의 매력을 선사한다. 힘을 뺀 모습으로 올라서는 「All that I've become」역시 훌륭하기는 마찬가지. 여전히 몽환적으로 울리는 기타 사운드에 트랙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키보드, 팝적인 멜로디를 품은 코러스 파트가 잘 결합했다. 음반 최고의 모먼트는 연달아 출현하는 이 두 곡에서 형성된다.


그루비하게 떨어지는 「Autumn grove」와 루즈한 「Topical」도 능히 추천할만하다. 이들 또한 음반 전체의 컬러를 보존하며 다양성을 챙기는 데 크게 일조한다. 한 차례 감흥이 지나간 뒤에서 흥미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소중한 트랙들이다. 그러나 같은 맥락 위에서 음반의 단점 역시 꼽힌다. 다른 시도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여타 보통의 곡들은 이렇다 할 정도로 시선을 잡아끌지 못 한다.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할까. 밴드의 성격을 어려움 없이 유지한다 해도 무난함의 연속은 곧 지루함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 점에 있어 작품의 후반부는 다소 아쉽다. 다만 이러한 손실을 끌어안고서도 < Stay Lost >는 충분히 좋다. 밴드의 스타일을 괜찮게 주조함과 동시에 이를 녹일 좋은 곡까지 써냈다. 뿐만 아니라 즐길 만한 트랙까지 여럿 만들었으니 음반의 가치는 상당한 수준에 오른다. 수준급의 역량을 알릴 증거들이 도처에 있다. 한 차례 껍질을 깨고 나온 두 번째 작품이라 앨범의 의미는 더욱 힘을 얻는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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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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