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작아 보일 때, 내일 뭐 읽지?
예스24 뉴미디어팀 3인이 추천하는 금주의 책
내가 너무 작아서 안보일 때가 종종 있다. 사람 앞에서든, 사물 앞에서든, 혹은 꿈꿔왔던 순간 앞에서든지 나는 줄곧 그런 상황과 대면해야 했다.
<채널예스>에서 매주 금요일, ‘내일 뭐 읽지?’를 연재합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책을 ‘쪼끔’ 더 좋아하는 3명이 매주, 책을 1권씩 추천합니다. 매우 사적인 책 추천이지만, 정말 좋은 책, 재밌는 책, 정말 읽으려고 하는 책만 선별해 소개합니다. 엄숙주의를 싫어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하지만, 닉네임을 걸고 약속 드립니다. 나만 읽긴 아까운 책이라고! ‘오늘 뭐 먹지?’ ‘내일 뭐 먹지?’ 만 고민하지 말고, 때로는 ‘내일 뭐 읽지?’ 생각해보는 건, 어떤가요?
예테보리 쌍쌍바
박상 저 | 작가정신
우리 중에서 공중파 9시의 뉴스의 첫 화면을 장식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금리를 결정하거나, 전월세 지원 대책을 마련하거나, 북한과 이산가족 문제를 협상하거나 하는 사람은 세 다리 정도 건너면 알까 말까 하지 않을까. 우리 대부분은 큰 사람들이 내린 결정에 삶이 좌우되는 작은 사람들. 박상 작가의 『예테보리 쌍쌍바』에 등장하는 주인공도 그러하다. 고도성장이 끝나고, 노동이 극도로 유연화된 한국 상황을 증명이라도 하듯 주인공 신광택은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 이 세상에서 작은 사람에게 맡겨지는 일, 그러니까 배달, 세차, 설거지, 운송 등으로 살아간다. 그런 그지만 스뽀오츠 정신을 잃지 않으니, 스뽀오츠 정신이란 타인과 크고 작음을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크고 작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어찌 보면 뻔한 처방일 수 있으나, 박상 소설가 특유의 재치 있는 문체가 위로와 재미를 주기에 내일 읽을 책으로 꼽아 봤다. (드미트리)
식물 이야기 사전
찰스 스키너 저/윤태준 역 | 목수책방
내가 너무 작아 보일 때? 사실 최근에는 그런 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생각할 여력, 또는 겨를이 없다고 하면 너무 과한가? 오히려 자아가 너무 충만할 때, 스스로 억제할 때가 있다. '난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거늘, 뭘 그렇게 아등바등 사나?'라며 반성한다. 또 내가 반성하는 순간은 동물, 식물에 크게 관심이 없는 스스로를 마주할 때이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할 말이 똑 떨어진다. 그런데 요즘은 '식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종종 마주친다. 베란다 텃밭 가꾸기 이야기가 아니라 '식물' 말이다. 목수책방에서 새롭게 펴낸 『식물 이야기 사전』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식물이 더 좋아하지는' 카피가 붙은 이 책은 '식물에 별반 관심이 없는' 내게도 꽤 재밌게 읽힌다. 가문비나무, 가지, 겨우살이, 겨자, 국화, 망고 등 256가지 식물에 대한 신화와 전설, 이름에 얽힌 유래들이 담겨있는데, "과연 이 식물들이 나보다 더 작은 미물인가"라는 심오한 질문까지 하게 된다. 이 책은 1911년에 출판된 세 번째 개정판을 우리 실정에 맞게 재구성한 책이다. 문득, 새로운 소재가 갈급한 수많은 창작자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꾸러기)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진은영 저 | 문학과지성사
내가 너무 작아서 안보일 때가 종종 있다. 사람 앞에서든, 사물 앞에서든, 혹은 꿈꿔왔던 순간 앞에서든지 나는 줄곧 그런 상황과 대면해야 했다. '너를 보려고' 혹은 너의 '이름을 불러 보'기 전에, '너를 만나기도 전에' 겪어야 하는 무수한 좌절들과 영원히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서야 했던 순간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은 찾아온다고 믿는다.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 앞에서는 여지없이 손에 쥔 모든 것들을 떨어뜨릴 수 밖에 없는 시간에 처할 때가 있다고. 그럴 때마다 내게 깊은 위로가 되었던 언어들을 담은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때론 짧은 시 한 구절이 평생의 밑거름이 된다. (땡감)
내가 이름을 불러보기 전에
사라져버린 것들이여
내가 입을 열기 전에 숨어버린 모음들
손을 담그기 전에 흘러가버린 강물이여
너를
만나기도 전에
알 수 없는 폭풍 속에서
나는 그 많은 나뭇잎을 다 떨어뜨렸어
- 진은영의 <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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