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편식자보다 무서운 음악 무식자
음악으로 허세 좀 부려보고 싶을 땐
얼마 전 친구들과 만나 ‘허세 음악’에 대해 얘기했다. 음악 듣길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난 요즘 이런 거 들어'라고 허세를 부린다는 것. 누구나 ‘그래 너 참 고상하고, 귀가 고급이구나’ 본인의 음악 취향에 대해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것. 나를 혀를 끌끌 찼다. “자랑할 게 그렇게 없냐?”
상수동, 이태원, 합정에 위치한 작은 카페나 술집에 가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신청할 수 있다. 내 주변에 음악을 보고 듣길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우린 음악 편식자(偏食者)들의 집합소로 간다. 친구들은 ‘음악이 좋아야지 술맛이 난다’라며 꼭 신청곡을 적어낸다. 누가 누가 더 좋은 노래를 추천하는지 승부욕이 발동한다. ‘이 가수 이 노래 알아?’ 대결이라도 하듯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 리스트를 뽐낸다. 그렇다. 내 친구들은 대부분 자신의 음악적 취향이 확고한 음악 편식자다.
허세 음악의 세계는 넓고도 깊더라. 힙합 부심이 대단한 친구들에게 “그래서 너 누구 좋아하는데?”라고 물으면 백이면 백 처음 들어보는 언더그라운드 랩퍼를 얘기한다. 누구나 알 만한 이름을 대는 건 빠지는 모양새인가 보다. 이렇게 귀가 고급인 친구에게 "박재범이나 지코 힙합씬에서 알아주지 않아?"하면 더러는 콧방귀를 끼면서 "어 걔네들은 좀 하지" 한다. <쇼미 더 머니> 심사위원으로 추천하고 싶을 지경이다.
이런 친구들은 클럽을 가도 ‘클럽 물’이 아닌 ‘DJ’를 따지고 간다. 노래가 안 좋으면 클럽을 여러 번 옮겨 다니기도 한다. 그때마다 나는 “쟤, 피곤하게 왜 저래?”라며 친구의 음악 부심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20세기 최고의 지성 ‘피에르 부르디외’는 “음악에 대해 말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교양의 폭과 해박성을 표현하는 가장 훌륭한 기회다”라며 음악 부심을 대변했고,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조용필, 비틀즈, 퀸, 아바와 같은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유명한 히트곡은 일부러 안 듣는 사람이 있다. 아무도 모를 것 같은 음악만 콕 집어서 이야기해야 있어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허세 음악의 단면에 대해 꼬집기도 했다.
체면을 구기지 않으려면 "가수 누구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마룬5, 퍼렐 윌리엄스, 노라 존스, 브루노 마스, 제시 제이, 아델 정도는 좋아한다고 해줘야 하나. 아니 부족하지. 나는 20대 여자니까 옥상달빛, 허클베리 핀, 짙은, 몽니, 로코베리 정도? 아냐 부족해. 원 오크 록. 밥 딜런, 펫 숍 보이스, 뮤즈, 베벨 질베르토, 벨 앤 세바스찬, 매시브 어택 정도는 좋아해 줘야 뮤직 페스티벌에 가서 잔디 좀 밟아봤다고 할 수 있지. 참나. 이런 생각을 하며 머릿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근데 나 가수 누구 좋아하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매년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에 가도 딱히 재미가 없었다. 친구 따라 재즈 페스티벌에 갔다가 진땀을 뺐던 경험도 있다. 힙합을 즐겨 듣기는 하지만 힙합에 대해 얘기해보라고 하면 5분도 못 채울 거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찾지 못했다면
음악 좀 아는 분들이 쓴 책이 도움이 되겠다
『청춘을 달리다』는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음악작가 겸 음악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배순탁 작가가 쓴 책이다. 소란했던 시절 오로지 음악 하나로 버텨온 저자의 청춘의 기록이자 그 시절을 함께해온 음악에 관한 이야기다. 대중문화의 황금기였던 1990년대를 이끈 15명 뮤지션의 음악을 맛볼 수 있는 한 장의 ‘컴필레이션 앨범’과도 같은 책이다.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는 젊은 거장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책이다. 손열음의 이번 책은 타 클래식 입문서와는 다른 세 가지의 차별점이 있다. 첫째, 클래식 매니아뿐만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쉬우면서도 밀도 높은 글이라는 점. 둘째, 청중의 눈을 포함해서 연주자의 눈으로 음악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중들이 평소 궁금해했던 비밀스러운 영역인 ‘연주자의 삶‘을 진솔하고 담백하게 고백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소 클래식에 입문하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쉽게 읽을 수 있다.
『Jazz it up! 3』는 왠지 멋있고, 자유스럽고, 낭만적일 것 같은 재즈가 만들어진 100여 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때그때의 시대적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재즈 스타일의 변화와 함께, 그 역사를 장식했던 수많은 재즈 거장들의 일대기와 음악관, 그리고 뮤지션들의 유기적 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만화라서 슬슬 넘어간다. CD도 1장 포함되어 있으니 휴가지에서 음악을 들으며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이다.
그래 난 음악 편식자(偏食者) 보다 무서운 음악 무식자(無識者)였다. 취향이라고는 없는 음악 무식자. “내가 그 동안 누굴 욕하고 있었지?” 20대 후반 아직 늦지 않았다. 20대는 자신의 음악적 취향을 정립해 나가기에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나이니까.
청춘을 달리다
배순탁 저 | 북라이프
감성이 가장 충만했던 그 시절,‘운 좋게’도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만 그에게 ‘청춘’이라는 단어는 조금 특별했다. “나에게 있어 청춘이란, 낭만적인 동시에 비참함을 어떻게든 견뎌야 했던, 흑역사의 한 페이지이기도 했다. 그리고 낭만보다는 비참과 좌절을 겪어내면서, 나는 어른이 되는 법을 조금은 배울 수 있었다.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이 바로 음악이다. 음악이 없었다면 글쎄, 나는 아마도 정처 없었을 것이다.”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손열음 저 | 중앙북스(books)
손열음의 이번 책은 타 클래식 입문서와는 다른 세 가지의 차별점이 있다. 첫째, 클래식 매니아뿐만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쉬우면서도 밀도 높은 글이라는 점. 둘째, 청중의 눈을 포함해서 연주자의 눈으로 음악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중들이 평소 궁금해했던 비밀스러운 영역인 ‘연주자의 삶‘을 진솔하고 담백하게 고백하고 있다는 점이다.
Jazz it up! 3
남무성 글,그림 | 고려원북스
왠지 멋있고, 자유스럽고, 낭만적일 것 같은 재즈. 그러나 알 듯 모를 듯, 알려고 하면 할수록 재즈는 알 수 없는 미소를 띤 여인처럼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듣고 난 뒤 가장 마지막에 듣게 된다는 재즈, 과연 재즈는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듣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음악인가? 이 책은 어렵게 보이는 재즈의 세계에 비교적 친근한 만화라는 방법으로 성큼 다가설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길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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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의 폭에 따라 삶의 질이 좌우된다고 믿는다.
감동한다는 건 곧, 내가 잘 살고 있다는 증거다.
아이스타일24 웹진 <스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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