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한 친구에게, 내일 뭐 읽지?
예스24 뉴미디어팀 3인이 추천하는 금주의 책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야, 왜 찼어?" 혹은 "왜 차였다고 생각해?"라고 물을 수 있는 패기,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채널예스>에서 매주 금요일, ‘내일 뭐 읽지?’를 연재합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책을 ‘쪼끔’ 더 좋아하는 3명이 매주, 책을 1권씩 추천합니다. 매우 사적인 책 추천이지만, 정말 좋은 책, 재밌는 책, 정말 읽으려고 하는 책만 선별해 소개합니다. 엄숙주의를 싫어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하지만, 닉네임을 걸고 약속 드립니다. 나만 읽긴 아까운 책이라고! ‘오늘 뭐 먹지?’ ‘내일 뭐 먹지?’ 만 고민하지 말고, 때로는 ‘내일 뭐 읽지?’ 생각해보는 건, 어떤가요?
연애의 민낯
팜므팥알 저 | 랜덤하우스코리아
<채널예스> 지면에서 이미 『연애의 민낯』을 몇 차례 소개해서 망설여졌으나, 어쩔 수 없다. 연애에 관한 책이라면 최근에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이 이 작품이다.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연애에서 발생할 달콤한 일만이 아니라 이별으로부터 파생되는 각종 궁상을 살벌하게 표현해서다. 그런 의미로, 이별한 친구에게 꽤나 잘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다. 특히 가장 압권인 대목은, 책 마지막에 실린 '구 남친과 취중대담, 그가 말했다'인데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야, 왜 찼어?" 혹은 "왜 차였다고 생각해?"라고 물을 수 있는 패기,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팜므팥알의 다음 책을 기대해본다. (드미트리)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하지현 저 | 푸른숲
심리 상태가 최악일 때는 혼자 영화관에 간다. 러닝타임 2시간 만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독립영화를 한 편 보고 나면, “아, 내가 이런 것도 생각하면서 살아야지”하고 관심사가 확대된다. 이별의 슬픔에 몰두하다가 정신을 차리게 된다. 정신과전문의 하지현 교수의 신간 『그렇다면 정상입니다』를 몇 페이지 펼치고는 정신이 들었다. 저자이기 전에 정신과전문의로서의 조언을 살펴보자. “1분 안에 답이 안 나오는 고민은 너무 심각하게 하지 말자. 지나친 내면 성찰이 결코 좋을 게 없다”, “미디어가 섹스를 다룰 때 한쪽 성향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마녀사냥>처럼 하진 않는데.”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미디어가 당신을 외로운 존재로 취급하나? 실상은 다를지도 모른다. 이별해서 감정의 나락에 빠져 있는가? 그리워 죽겠나? 스스로가 비참해 보이는가? 왜 나는 차였나? 왜 나는 그를 찼나? 이런 생각에 빠져있는 당신에게 하지현 교수는 말한다.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아, 임경선 작가의 홈페이지, 캣우먼도 추천하고 싶다.
FREETALK(//www.catwoman.pe.kr/xe/FREETALK)에 제대로된 사연을 올리면, 제대로 된 답변이 올라온다. 2001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대단한 홈페이지다. (꾸러기)
고통을 달래는 순서
김경미 저 | 창비
2009년 봄. 얼굴이 하얀 사람과 헤어졌다. 내가 취한 해결책은 도망이었다. 미국에서 수많은 회화도판들을 한참 뚫어져라 보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일상 속에서 한국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다. 그러다 친구가 시집 한 권과 편지를 보내왔다. 편지에는 친구의 일상이 가득했다. 캠퍼스는 어떤 색으로 물들어가는지, 그녀가 무엇을 읽고 있는지. 맨 뒤의 한 문장만 빼고 말이다. '땡감아, 난 이 시집이 정말 위로가 됐어.' 그 시집은 『고통을 달래는 순서』. 편지를 오래 보다 책을 폈다. 다 읽고 나선 한국에서의 버릇처럼 시집 곳곳에 내 언어를 적었다. 이후, 하루에 한 편씩 필사했다. 지금까지 내가 유일하게 외우는 시들은 이 시집에 다 있다. 그렇게 몸이 시를 기억하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나서야 '세상의 가장 큰 안간힘,/물 흔들지 않고/아침 낯과 저녁 발 씻는 일임을' 체득했다. 내가 내 자신을 최전방에 밀어 버리기 전에, 진작 '뒤져보면 모래 끼얹는 날 더 많았다 순서란 없다//견딘다' 이 시구 하나쯤은 미리 알았더라면 도망치지 않았을 텐데. 너덜너덜해진 그 시집은 '상처만 기억하는' 다른 이를 위해서 그곳의 책상 위에 두고 왔다. 내 치졸한 문장들까지도. 그리고는 절판이 두려워 귀국하자마자 서둘러 새 것을 샀다. 물론 지금까지 절판 되지 않았다. 이별 때문에 도망치고 싶다면, 온몸으로 견디는 이 시집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내가 그러했듯이. (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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