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현대판 제퍼슨 에어플레인 ,플로렌스+더 머신

플로렌스+더 머신(Florence+The Machine) < How Big, How Blue, How Beautiful >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조금의 사적인 묘사를 곁들인다면, 플로렌스+더 머신은 현대판 제퍼슨 에어플레인이라고 불릴만하다.

 

3.jpg

 

노선의 변화를 보여준 두 번째 앨범 < Ceremonials >의 성공으로 헤드라이너 급 밴드로 성장한 플로렌스 더 머신의 정신적 지주는 역시 모든 곡의 작곡에 참여한 보컬 플로렌스 웰치(Florence Welch)이다. 하지만 그의 지분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웅장하고 영적인 사운드를 '찍어낸' 더 머신과 곡에 견고함을 더한 프로듀서의 기여를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수많은 악기들이 등장하는 음악인만큼, 프로듀서의 역량이 중요하다. 아케이드 파이어와 콜드 플레이의 프로듀싱으로 유명한 마커스 드레브스(Marcus Dravs)가 새로운 참여하여 그들의 귀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우선, < Ceremonials >에서의 장르의 갱신만큼의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Shake it out」이나 「What the water gave me」에서의 사운드의 웅장함은 그대로 옮겨왔다. 달라진 점이라면, 플로렌스의 웰치의 보컬이 오르간과 드럼 등의 사운드에 가려졌던 예전에 비해 좀 더 앞으로 나왔다는 점과 죽음과 어둠과 같은 초현실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이성과 실연과 같은 현실적 재료에 접근을 한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마치 신비스러운 아우라를 뿜어내던 파이프오르간이나 하프 사운드가 줄어들었다. 대신, 브라스를 자주 등장시켜 사운드의 풍성함을 조성했다.

 

소리를 점층적으로 쌓아 터뜨리는 방식을 주로 이용했던 것에 비해 초장부터 강하게 치고 나오는 첫 트랙 「Ship to wreck」부터 이들의 변화가 드러난다. 「What kind of man」의 기타 리프와 브라스나, 「Mother」의 기타 노이즈는 역시 이들의 의외성을 제시한다. 비교적 밝아진 분위기의 곡들도 잦다. 「Caught」와 「St.Jude」는 포근함을 선사하고, 올드 팝 풍의 「Third eye」는 아련함을 가져다준다. 이러한 트랙들은 전작의 유일한 단점으로 언급된 완급조절의 실패를 극복시킨다.

 

비록 「Shake it out」과 같은 뇌리에 박히는 한 방이 부재하더라도 < How Big, How Blue, How Beautiful >< Ceremonials >에 견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앨범이다. 특유의 고딕적인 감성을 걷어내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플로렌스 웰치의 중성적인 목소리는 치명적이다.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의 멜로디 구조능력 또한 탁월하다. 이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는 그가 어릴 적부터 동경해 왔다고 한 그레이스 슬릭(Grace Slick)과 오버랩 된다. 조금의 사적인 묘사를 곁들인다면, 플로렌스 더 머신은 현대판 제퍼슨 에어플레인이라고 불릴만하다.

 

2015/06 이택용(naiveplanted@naver.com)

 

[관련 기사]

- 삶을 녹여낸 서정, 김일두〈달과 별의 영혼〉
- 표류하는 청춘의 목소리, 얼그레이 〈odyssey〉 
- 메이저와 인디를 잇는 고품질 포크, 장재인 〈Liquid〉 
- 이름은 메이저, 스타일은 마이너〈Chaos And The Calm〉
- 마마무, 아티스트의 가장 기본은 실력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장재현 감독의 K-오컬트

2015년 〈검은 사제들〉, 2019년 〈사바하〉, 2024년 〈파묘〉를 통해 K-오컬트 세계관을 구축해온 장재현 감독의 각본집. 장재현 오컬트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준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오리지날 각본은 영화를 문자로 다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독자를 오컬트 세계로 초대한다.

위기의 한국에 던지는 최재천의 일갈

출산율 꼴찌 대한민국, 우리사회는 재생산을 포기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갈등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지성인 최재천 교수는 오랜 고민 끝에 이 책을 펴냈다. 갈등을 해결할 두 글자로 숙론을 제안한다. 잠시 다툼을 멈추고 함께 앉아 대화를 시작해보자.

어렵지 않아요, 함께 해요 채식 테이블!

비건 인플루언서 정고메의 첫 번째 레시피 책. 한식부터 중식,일식,양식,디저트까지 개성 있는 101가지 비건 레시피와 현실적인 4주 채식 식단 가이드등을 소개했다. 건강 뿐 아니라 맛까지 보장된 비건 메뉴들은 처음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할 말, 제대로 합시다.

할 말을 하면서도 호감을 얻는 사람이 있다. 일과 관계, 어른으로서의 성장을 다뤄온 작가 정문정은 이번 책에서 자기표현을 위한 의사소통 기술을 전한다. 편안함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대화법, 말과 글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방식을 상세히 담아낸 실전 가이드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